삐요뿌잉큭께루앙병
“빤빤아! 빤빤... 빤빤아!”
빤빤이가 쓰러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빤빤이가 농장 울타리 앞에 쓰러져 있었다.
항상 자기 집 담요 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아침마다 꽥꽥 울어서 태양 역할을 하던 아이가 오늘은 울지도 않길래 걱정이 되어서 나가 봤더니 쓰러져 있는 것이다.
“어떡해... 어떡해 우리 빤빤이... 밍키야! 밍키야! 흑흑...”
“아침부터 또 뭐야? 왜 6시부터 빤빤이도 안 울었는데 일어나라고 난리야?
어? 빤빤아! 어떻게 된 거야!”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오던 밍키가 빤빤이를 보고 달려왔다.
“얘가... 여기... 울타리 앞에 쓰러져 있었어!”
“뭐? 심장은 뛰어? 살아 있는 거야? 어제 발견했어? 추운데 밤새 여기 있었던 거 아니지?”
“그... 그게... 방금 전에... 빤빤이가 안 울어서 나와봤더니... 얼른 살펴봐!”
몰리는 울먹이며 말했다.
밍키가 청진기와 구급약품을 가지러 간 사이에 몰리는 빤빤이를 담요에 감싸서 따뜻하게 해주었다. 빤빤이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빤빤이 줘봐! 어디 보자...”
밍키가 청진기로 심장박동을 체크하고 맥박도 쟀다.
“뛰긴 뛰는데 너무 느리고 불안정해...
이런 상태는 처음이야!”
“다른 것도 살펴봐...”
몰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밍키는 침착하게 눈도 살펴보고 X-Ray로 뼈와 장기기관들을 살펴보았다.
머리를 다치지 않았는지도 살펴봤다.
“어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밍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 몰리는 답답한 듯 빤빤이에게 말도 걸어보고 팔 다리도 움직여 보았다. 빤빤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밍키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돼...”
“뭐? 왜? 도대체 어디가 잘못된 거야?심각해?”
몰리가 소리쳤다.
“이건 꿈일 거야! 빤빤아! 어서 일어나 봐! 어서!” 밍키가 빤빤이를 흔들며 말했다.
“밍키! 꿈이 아니야! 정신 차리고 차근차근 얘기 좀 해봐! 응?”
밍키는 빤빤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빤빤이는... 흑... 전설의... 난치병에 걸린 게 분명해... 어떡하지...”
몰리는 밍키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전설의 난치병?
그게 뭔데! 난치병이라니!”
몰리가 아무리 재촉을 해도 밍키는 빤빤이를 껴안고 흐느끼기만 했다.
밍키는 속이타서 리벨카를 좀 가져와 밍키에게 건넸다.(리벨카는 패리싱별의 대중적인 음료수이다. 지구로 치면 코카콜라정도 된다.)
“콩밍키! 자, 이것 좀 먹고 어서 얘기해봐, 응? 나도 답답해 죽겠다. 그래도 고칠 수는 있는 거지? 응?”
몰리는 리벨카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마음이 좀 가라앉은 듯 입을 열었다.
“휴... 그게 말이지... 빤빤이가 전설의 난치병에 걸린 것 같아. 근데 그 병은 고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난치병이거든. 고치는 방법도 우리 수의사 역사에도 전설로만 내려오고 있어... 아... 도대체 빤빤이가 왜...”
밍키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몰리는 빤빤이가 너무나 안쓰러워 꼭 안아주었다. 빤빤이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밍, 그럼 그 전설이라도 들려줘. 혹시라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잖아.”
밍키는 자기 방으로 뛰어 갔다가 두툼하고 낡은 책 한 권을 가져왔다.
초록색 표지에 거품을 물고 괴로워하는 삐요새(패리상별의 조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제목은 <삐요뿌잉큭께루앙병:전설의 난치병>이라는 이상한 이름이었다.
“이 책은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헥헥 아무튼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의 책이야. 께루앙 박사님께서 발견한 병인대, 삐요새가 맨 처음으로 그 병에 걸렸다고 해서 ‘삐요뿌잉큭께루앙 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밍키가 책을 펼치며 말했다. 밍키는 차례를 보더니 ‘병의 증세’ 페이지를 찾았다.
“삐요뿌잉큭께루앙 병의 증세는 맥박이 아주 느린 것 빼곤 이상한 점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심장 쪽을 잘 살펴보면 조그만 까만 점이 3개 나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잉? 그럼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병이잖아!”
“아니야, 이 병에 걸리면 갑자기 어지럽다가 쓰러진대. 또 병이 심각해질수록 점이 진해진대.”
“빤빤이는 지금 어때? 진해, 연해?”
“아직은 연해. 하지만 방심할 수 없어.”
“그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있겠지? 있을 거야... 흑흑... 빤빤아...”
몰리는 갑자기 서러워져서 빤빤이를 껴안고 또 울었다.
“진정해, 몰리.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 볼 테니 희망을 가져.”
“자, 시작할게. 고치는 방법은 아거야. 음... 휴우... 그게... -달토끼-....”
“응? 그게 끝이야? 그게 뭐야! 달토끼가 끝이야? 이리 줘봐!”
책에는 정말 달토끼라고만 씌어 있었다. 몰리는 너무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달토끼 한마디가 방법이야? 이거 사기아냐?”
“사기라니! 좀 황당하긴 해도 콩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책인데...”
밍키도 황당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에휴... 어쩔 수 없지. 그럼 달에나 가보자. 내가 예전에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생물이 달토끼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그럼, 빨리 가보자!”
다음편에 계속...
글쓴이: 정다예 / 그린이: 전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