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인심이 좋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by 샬롯

언젠가부터 시장을 몇 바퀴씩 돌면서 순회하는 것이 쉬는 날 힐링코스가 되었다. 자주 돌다 보니 뻔한 패턴이지만, 한결같은 상인들의 노동을 보고 있노라면 삶의 희로애락을 느낀다. (식상하지만 매번 느낀다. 먹고사는 문제도...)


오천 원 안팎의 예쁜 에코백을 손에 넣기도 하고 짜장라면 먹방에서 자주 보던 파김치도 사들고 온다. (예정에 없던 소비)


그중 눈길을 끌던 속옷가게는 진입 자체가 망설여지는 여타 속옷가게와는 달리 "떡볶이 1인분 주세요~" 할 수 있을 듯한 친밀한 분위기를 풍긴다.


봄에는 500원짜리 발목양말을 샀고 여름엔 인견 속옷을 샀다. 몇 번 드나들다 보니, 내 또래의 직원은 '참 적이 안 생길 얼굴이구나' 싶게 수더분하다.

와이어 없는 스포츠브라도 권유해주고 편하게 대해준다. 역시 친절하면 뭐라도 하나 사 갖고 나온다. 마침 팬티가 여러 장 필요해서 들어갔더니 2천 원짜리 팬티가 줄줄이 진열돼있다. 참 싸다. 만져보니 촉감도 괜찮다.

호피무늬인 게 당황스럽지만 싼 물건도 하나씩 정성스레 걸어 놨을 때 사고 싶단 욕구가 생기는 걸 보면, 생각 없이 장사하는 건 아니구나 싶다.


"이렇게 큰 것 밖에 없나요?"

"언니 사이즈에 딱이에요."

"커 보이는데..."

"아니에요. 허리에 대보세요"

걸어놓은 팬티를 허리춤에 대보니 맞겠다 싶다. 택스도, 사이즈도, 기타 정보(?)도 없는 속옷이다.


검정 봉지에 넣어주며 하는 말,

"입어보고 안 맞으면 가져오세요~"

"네??? 아... 네... 맞겠죠..."


'티를 입어보고 안 맞으면 바꿔준다고?'

다정하게 배웅하는 직원에게 맞인사를 한다. 빡빡 빨아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게를 나온다.


이런 게 시장 인심(?)인가 혼란스럽다.

그렇게 오늘도 시장 순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