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1. 머나먼 호주 땅에서 기자로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특파원' 생활이었다. 잠은 부족했고 침대는 나긋나긋했다. 눕자마자 블랙아웃. 눈을 떠보니 겹겹이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2. 위안부 취재를 따라가며서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은 '그들이 왜 할까?' 였다. 고국을 '탈출'한 그들이 고국의 문제를 오롯이 같이하고자 한다는 점. 이점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이 가진 특징이라고 본다. 개인보다 국가가 앞서 간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니 어쩌면 국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에 헌신한다고 할지도. 그러나 국가나 민족이 그 기저에 있다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본이 아니었어도 이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3. 위안부 관련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막식은 특히나. 매번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는데 이번에는 좀 풀어낸 듯하다. 이론이나 이성으로 듣거나 읽는 것보다 한번의 체험이 더 좋다. 그리고 무관심과 무심한 나도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온갖 논란을 떠나서 위안부는 그것만으로 가슴아픈 역사다. 하나하나 어렵게 읊조리며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할머니들. 그 무덤덤함과 비례하는 잔혹함과 한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4. 최근에 그알싫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에 대한 개인의 성폭행. 사건은 몇 시간 안됐지만 그녀가 참거나 괴로워해야했던 시간은 평생이다.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기억이란 것은 망각되어도 어느 순간 훅 뛰쳐나오니까. 그 때마다 느끼는 공포와 무력감은 평생을 따라간다. 국가가 행한 전쟁성폭행은 과연. 그 고통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5.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웃기는 일이 생긴다. 그 일이 성폭행 사건이라 본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한다. "잘했어야지". "길게 입고 다녔어야지". "늦게 다니지 말았어야지" 말은 비수처럼 날아든다. 날아든 비수는 명백하게 꽂힌다. 가슴은 피빛으로 물들지만 볼 수 있는건 오로지 '나'뿐. 매번 피로 젖어있는 가슴을 볼 때마다 상처는 다시 덧난다. 거기에 소금을 뿌려주는 일. 그 일을 내가하고 있는건 아닌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인정은 필요하고 해야한다. 가해자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 건 결국 피해자들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을 두 정부만 모르는 듯 하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