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24일 차

공휴일.

by 백윤호

새벽. 섬머타임이 시작된 후 맞이하는 하루다. 한 시간이 훅 땡겨졌다. 어제의 해 뜨는 순간과 지금의 순간이 다르다. 묘하다. 같은 하루와 하늘을 보면서 다른 시간을 세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니 화장실이 난리다. 하수구가 막혀 역류하고 있단다. 세어마스터는 주위의 인맥을 동원했다. 결국 처리해줄 사람을 데리고 왔다. 공휴일에 사람을 부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우선 일을 안한다. 이곳사람들은 휴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휴일에 일하는 사람들의 시급은 배로 뛴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뛴다. 워낙 인건비가 높다보니 더 철저히 지켜지는 면도 있다. 추가근무를 하게되면 무조건 시급을 배로 줘야하니까. 급한 상황이어도 일하는 사람이 안하겠다면 그만인 곳이다. 인맥 덕택에 겨우 사람을 구했다. 그리고 고쳤다.

대충 샤워를 하고 세어마스터를 데려다줬다. 덕분에 스타일링은 보너스. 꾸며도 갈 곳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다. 밥이나 같이 먹어야지. 후배를 부른다. 스트라스필드 근처 음식점으로 향한다. 꽃게 짬뽕과 불고기 짜장, 탕수육을 시킨다. 이전부터 먹고 싶었단다. 잔뜩 입에 우겨넣는다. 맛은 별로. 그나마 짬뽕이 낫다.

집으로 돌아오니 룸메이트가 들어온다. 요새는 잠을 설치며 자고 있다. 긴 시간을 자지 못하고 몰아잔다고 할까. 매일이 피곤하지만 쉽사리 잠에는 못들고 있다. 2주 남았다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지만 탈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어제부터 룸메는 멘탈이 나갔다. 내가 나간 후로 여자 룸메이트가 생긴다는 기쁜(?)소식을 전해줬기 때문. 아무리 호주라고는 하지만 남녀혼숙은 서로에게 불편하다. 옷 입는 것부터 자는 것 까지.

"그래도 자주는 안 마주칠 테니까."

룸메이트가 애써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건 팬티한장 걸치고 자기는 글렀다는 점. 이 점을 룸메이트는 가장 아쉬워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내 후임 룸메이트와 밥을 먹기로 한 것. 알고보니 세어마스터의 아는 분의 자녀였다. 그래서 겸사겸사 먹자고. 누군지 궁금했기에 시간을 빼라고 은근히 룸메이틀 압박했다.

"가자. 가."

가기 전에 만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 누군지 궁금하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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