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를 듣고 안똔이 쓰다.
구애인 제위 전상서
전국의 안똔 구애인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의 숙면은 안녕하십니까. 뚝섬, 강남, 북촌, 서촌, 신촌, 홍대, 신림동, 상수동, 혜화동, 이태원, 동대문, 종로3가, 석촌호수, 가로수길을 함께 거닐던 두 발을 주무르며 보람찬 내일을 준비하며 잠자리에 들고 계십니까. 아니면 이 으슥한 시각 제가 전수했던 데이트 코스를 알차게 재활용하며 얼음에 박 밀 듯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밤거리를 누군가와 걷고 계십니까.
이 서울 바닥이 거기서 거기이고 제 지난한 연애사의 경과도 언제나 도찐게찐인 까닭에, 데이트 코스의 유용한 반복 및 변주는 이별 이후에도 서로 돕고 살자는 아서라 세상사 아싸리 아나바다 아니겠습니까.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구애인 여러분을 탓할 생각도 없고 십분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당신의 페북과 인스타는 내 눈에 익숙한 도처의 풍경을 담아내며 잘만 업데이트 중이고, 당신은 청춘의 밤을 불사르고 있는데 내 카톡은 아침 해가 중천에 떠도 1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지나온 세월이 서글퍼지는 그 마음을 이해하십니까. 이 문장을 마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카톡 프로필이 (알수없음)으로 변할 때 후회와 상처만이 남은 저의 비루먹은 자존심은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에 대하여, 운운.
오늘 저는 팟캐스트 ‘붉은 입들의 아무말 대잔치, 레드립’ 구애인 편을 녹음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구애인 여러분에게는 감사의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어쨌든 저란 사람은 구애인 여러분이 관대하게도 제공해준 스토리를 소재로 컨텐츠라도 팔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명시적으로 동의를 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나, 애시당초 안똔이라는 한량과 사귈 생각을 할 정도로 사고가 유연하고 포부가 태탕하며 아량이 드넓은 여러분께서는 이해해주시리라 믿을 따름입니다. 바라건대 양해해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연애라는 농짓거리 같은 일을 몇 년째 해보니 사랑은 왔다가도 가고, 사람은 있다가도 없습디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랑 아닌 사진― 아니, 사진도 남지 않았지요. 별 생각이 없기도 했거니와, 제가 21세기에 익숙지 않아 그대로 남겨두었던 핸드폰과 페이스북의 사진들을 새 애인 눈치를 봐가며 식은땀을 흘려가며 지웠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사람도 이제는 이 글월을 받아보실 구애인이 되고 마셨지요. 아아, 야속한 사람들 같으니. 사진 지우게 시키지나 마시든가. 꽤 고생했는데. 아차차,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고 말았군요. 어쨌든 잃은 것은 애인이요 남은 것은 팟캐이니, 오호애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이 팟캐스트를 듣고 또 이 후기를 읽고 있다면, 저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물러나는 게 도리일 줄로 아옵니다.
난 밥만 잘 먹고, 다시 한 번 좋은 사람과 잘 만나고 있고, 당분간은 일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만 할 수밖에 없이 바쁘게 지내. 그래도 녹음 후에 술 한 잔 걸치니까 왠지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있는 하나 있어. 너는 지금 뭐해, 자니?
안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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