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학생회비학 개론

7화를 듣고 위키가 쓰다.

by 백윤호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중간고사가 다가오니 어쩔 수가 없네요.


대나무숲에는 항상 학생회비에 관하여 많은 글들이 올라옵니다. 나의 주머니에서 직접 빠져나가며, 나와 가까운 사람이 집행하고, 액수 또한 작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간과 제 말주변의 부족으로 지난주 금요일 방송에서 상세히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을 조금 보충코자 합니다.


학생회는 기본적으로 같은 대학이나 학과에 속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조합입니다. 조합은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결사임을 감안한다면, 학생회는 학생의 이익을 위한 사업들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업을 위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충당하면 좋을까요? 조합이 대외적으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대내적으로는 조합원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은 조합원의 회비로 운영하는 것이 옳습니다. 즉 학생회비 납부는 학생회원의 의무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학생회비는 납부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나오는 학생회비 고지서에는 왜 학생회비 납부가 자율이라고 쓰여 있으며 어떠한 선배들은 왜 학생회비를 반드시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가? 단순히 대학 당국에서 학생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또는 선배들이 조합으로서 학생회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서 잘못 말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놀랍게도 학생회비 납부가 자율이라는 주장과 그것이 의무라는 주장은 동등한 정도로 옳습니다. 무엇이 모순적인 두 명제의 병립을 가능케 하는지 살펴봅시다.


조합원이라면 조합비를 납부하는 것이 정치적 의무임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조합비를 받을 조합의 권리가 국가법적으로 보호받으려면, 다시 말해서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조합비의 납부를 국가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둘 중의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로서 조합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법률에 따라서 조합으로의 가입이 의무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회는 의무가입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정 대학이나 학과에 입학하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히 그 대학이나 학과의 학생회원의 지위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학생회의 가입과 탈퇴가 완전한 자의(自意)가 아닌 이상, 학생회비의 납부를 국가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첫 번째 요건은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법률이 학생회 의무가입제도를 규율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두 번째 요건도 충족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의무가입제도 하에서 학생회는 학생회비 납부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강제적인 방식으로―직접적인 폭력을 동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납자 명단을 제한 없이 공개하는 등의 간접적인 위력 행사도 포함합니다―회비를 징수한다면 오히려 현행 형법상 강요나 공갈의 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학생회비 납부가 의무이면서도 자율이게 되는 근본적인 까닭입니다.


그러면 학생회 집행간부로서 국가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학생회비를 최대한 징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답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학생회의 필요성을 학우들에게 설득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설득이라 함은 학기 초마다 홍보를 많이 하는 것 외에, 학우들에게 유의미한 사업의 진행 그리고 투명한 회계 처리를 통하여 학우들의 신뢰를 얻는 것 전체를 포함합니다. 혹시 이것만으로는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학우들이 무임승차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지 않는 학우에 대해서는 사업 참여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수준의 불이익을 부과하면 됩니다. 학생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낮은 회비 납부율도 개선하고 “나는 학생회로부터 받은 것이 없다”라는 취지로 빗발치는 회비 환급 요청도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말을 현실로 이뤄내는 것은 바로 학생회의 간부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팟빵:http://www.podbbang.com/ch/13432?e=22240754

유튜브:https://youtu.be/l1TTVHL4w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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