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정국은 이곳과 무관하다. 생존이 그들의 목표다.
선거가 한창이다. 총선 열기는 기고하고 있는 기사의 출고까지(...) 미루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어느 때처럼 평온하다. 일상의 무심함은 지속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선거에 무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효용가치 때문이다. 재외국민이 굳이 자신의 일상을 버려가면서 할 필요가 없다. 공휴일도 아니고 해서 얻는 이익이 없고. 이들의 팍팍한 삶에서 투표는 뒷전이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재외국민 투표를 도입한 효용이 떨어진다.
팀원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 그는 영주권을 지닌 한국 국민. 곧 시민권을 취득하려 한다. 선거를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뭐하러 해?"
한국에서는 공휴일에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곳은 머나먼 이야기. 물론 타국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겠지만.
투표를 꼭 해야 된다며 이리저리 훈수를 두는 사람들을 타임라인에서 종종 본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투표를 하면 등록금이 블라블라. 20대가 투표를 안 하는 게 아니다. 현재의 삶을 잠시 접어둘 유인책이 없기 때문 아닐까. 한국이 그런데 호주는 말해 무엇하랴. 낯선 이방인에게 시간은 생존이고 삶이다.
매번 같은 곳을 돈다. 일이 제법 익는다. 어떻게 해야 청소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지 노하우가 쌓인다. 팀원이 말한다.
"한 달 내로 독립시켜줄게."
낮과 밤을 바꿔 만든 주급 1000불. 대가는 크다. 그리고 감각은 쪼그라든다. 일만 하다 보면 근육이 최소 움직임을 위해 바뀐다고 한다. 다시 말해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든 안 하려고 한다는 것. 운동을 하면 근육이 최대 움직임으로 바뀐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이니 더 멀리 크게 바뀐다는 것. 감각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오는 소식은 점점 무감각해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게 뭐 중요할까. 청소기 잡는 법, 중고차 구매, 주급, 아침밥까지. 삶이 쪼그라든다. 풍족한 주급을 얻었지만 황량한 삶이 채워진다. 팀원은 그것을 미래와 가족으로 바꿨다.
"밤낮으로 일하면서 10년은 채우자고 결심했지. 그래야 가족이 더 좋은 걸 먹고, 입고할 수 있으니까. 이러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미래와 맞바꾼다는 말이 가진 달콤함. 사르르 녹는다. 그것이 독일지 약일지는 먹어봐야 한다. 그는 먹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그 달콤함의 열매를 먹었다. 그보다 더 작은 열매. 독일지 약일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다시 청소기를 메고 건물에 들어선다. 한국은 선거로 뜨거웠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도처에 깔렸다.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짊어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