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남편이랑 받으면 좋은 점?
검진도 받고 데이트도 하고
#1. 우리 부부는 매년 건강검진을 같이 받는다
"우울해"
방금 건강검진센터 기초 검사 방에서 몸무게를 쟤고 나온 남편이 건넨 첫마디다.. 오늘 우리 부부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 매년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점심을 먹는 게 연중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아이들 없이 보내는 둘만의 데이트!
"왜 우울해?"
"살쪘어"
"집에서보다 체중 많이 나왔어?"
"아니, 집이랑 똑같은데, 살쪄서 우울해"
"운동을 못해서 그렇지? 자기도 운동해야 되는데"
남편은 혈압을 쟤고와서 또 한마디 한다.
"혈압 다시 쟤야 한대"
"나돈데. 난 원래 저혈압"
"난 고혈압이라"
풋.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고 웃는다.
오랜만이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사소한 것에 웃음 짓는 우리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다. 아이들 이야기가 아닌, 순수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진다.
오늘은 건강검진받는 날
#2. 세상에서 제일 긴장되는 <복부초음파>
건강검진 중 가장 힘든 검사는 '복부 초음파'다.
10년 전 남편과 건강검진을 받던 날, 복부초음파를 먼저 받고 나온 남편이 미소를 띤 채 속삭였다.
"검사받으러 들어가면 의사가 '배 부울~룩'이라고 한다"
그 순간 그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도 못 했다.
잠시 후 내 이름이 불렸다.
"이쩡씨, 초음파실 들어오세요"
침대에 누워 상의를 걷어내자, 의사 선생님이 내 배에 약을 바르고 초음파 기계를 문지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배 불루~욱"
숨을 최대한 들어마시고 참아야 하는데 웃겨서 숨을 참을 수가 없다.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에 웃는다는 '여고생'도 아니고, '똥'이라는 말만 들어도 웃는 '유치원생'도 아닌데...
33살이나 먹었던 내가 "배 불룩"이란 단어를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니.,
결국 복부초음파를 3번 연속 실패했다.
다른 검사를 모두 마치고 다시 돌아왔는데도 복부 초음파를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검사 때부터 의사 선생님이 표현을 바꾸었는데도 우스워서 검사 진행이 안되었다. 선생님은 '배 불룩'이란 3글자 대신 말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참으세요"
"선생님, 도저히 못하겠어요. 죄송해요"
결국 복부초음파를 4번 연속 실패했다.
선생님은 화가 났고 그 해 검진결과서의 <복부초음파> 결과는 빈칸으로 남았다.
제일 긴장되는 검사
#3. 그날 이후 복부초음파 검사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보
오늘도 복부초음파실에 들어가자마자 긴장되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숨을 깊이 마시고 꾹 참으세요"
내 머릿속에는 이미 "배 불룩"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슬픈 생각을 하자'
복부 초음파가 진행되는 7~10여 분간 나는 슬픈 생각을 떠올린다.
"끝났습니다"
선생님의 그 말이 너무 반갑다.
'휴우, 성공이다'
남편과 나는 건강검진을 마치고 순대국밥을 먹고 산책을 하며 봄날의 데이트를 했다. 남편과 건강검진을 함께 받는 건 좋은 일이다. 검진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우리의 건강검진 데이트는 노년까지 쭈욱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