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뒤통수를 때렸다. 결혼을 후회한다 말했다
- 시어머니는 보지 말아 주세요
남편 뒤통수를 때리다
남편은 가끔 너.무.나 밉상이다.
3형제 중에 막내라 눈치 빠르고 센스 있는 편이기 때문에
내 마음을 잘 알 것 같은데 밉상짓을 하는 것 같아 더 약이 오른다.
결혼 3년 차 때였다.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남편이 말을 너무 밉살맞게 하는 것이었다.
'왜 저래'
갑자기 '욱'한 나는 앞에 서있던 남편 뒤통수를 때렸다.
남편은 기분이 나쁜 듯했지만 자기 잘못이 명백히 크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인지 벙찐 표정으로 뒤통수만 어루만질 뿐이었다.
31살 동갑내기 부부.
그땐 어려서 철이 없었다고. 이제 와서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본다.
반짝이가 그린 아빠, 엄마 (표정을 잘 살렸다)
들려? 나, 결혼을 후회한다고
우리는 주말부부다.
나도 남편과 똑같이 직장인이다.
남편은 주중에 자기 몸 하나 건사하면 되지만,
나는 퇴근 후 육아가 시작된다.
그런데 주말조차 집안일을 내가 훨씬 많이 한다.
결혼 14년 차인데 남편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린 건 10번 정도?
1년에 평균 1번도 안 버린 꼴.
그것도 음식물쓰레기와 1회용 비닐장갑을 챙겨서 현관 앞까지 갖다 놓아야 버려준다.
아이들을 챙기는 건 엄마로서 당연한 것이고 기쁨이기도 하지만 가끔 남편한테 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어쩜 아이들과 집안일에 저렇게 무심할까?'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다.
늦잠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이 부스스 일어났다.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됐다. 식탁을 닦고 수저라도 놓아주면 좋으련만..
남편은 아이들 옆에 누워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다.
"밥 먹어요. 얘들아, 밥 먹어"
"......"
"얘들아 밥 먹어"
두 번째 말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밥 먹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때서야 세 남자는 식탁 앞에 와서 앉는다.
부르르 화가 난다.
'남편, 밥상 받아먹고 편해서 좋겠다. 나도 그러고 싶다'
마음속에 남편에 대한 미움의 싹이 쑥 자라났다.
나는 아직 밥을 다 못 먹었는데, 자기 밥 다 먹었다고 자리를 뜨는 남편을 보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후회해. 괜히 했어"
"뭐라고?"
"후회한다고... 내가 왜 그랬을까?"
남편은 눈치를 챈 것 같다. 이때 말해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 걸 직감한 남편은 조용히 자리를 뜬다.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한다.
"내가 내 발등을 찍었지. 왜 결혼은 해가지고"
화가 가면 내 머릿속에 보이는 사람(그림=반짝이)
꺼져
어떤 상황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안 난다.
나는 너무 흥분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남편이 나의 분노에 불쏘시개를 들이밀었던 상황이었다.
나는 입술은 지긋이 깨물고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고 한마디 했다.
"꺼져"
남편은 자기가 잘못했다 생각했는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더니 아이들 곁으로 간다.
"얘들아, 아빠는 촛불인가 봐"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아무 말도 안 한다.
"아빠는 촛불인가 봐. 엄마가 아빠더러 꺼지래"
'촛불' 운운하며 유머로 승화하는 남편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잠시 후 내 옆에 오더니 애교를 부리고 자꾸 말을 건다.
'이렇게 어물쩡 넘어가려고?' 나는 물어본다.
"잘못했지?
"뭐가?"
"모르겠어?"
"잘못했어"
남편의 사과로 일단락되었다.
이제 와서 어쩌랴. 바꿀 수도 없고
남편 뒤통수를 때렸을 때, 결혼을 후회한다 말했을 때, 꺼지라고 심한 말을 했을 때...
모두 남편이 원인 제공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긴 내가 더 잘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무슨 상황이었는지 생각조차 안나는 그런 일 때문에 분노하고 막말을 했다.
가족 간에 하는 말은 가슴에 새겨진다고 그러던데, 그 순간을 잘 넘겨보자고 결심한다.
그런데 이런 결심은 어쩜 이리 가벼운지 모르겠다. 깃털처럼.
남편과 부딪히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늘 아침, 자기 밥그릇을 다 비우고 나 홀로 남겨두고 방에 쏙 들어가는 남편이 몹시 밉다!
식탁에 빈 그릇과 함께 남겨진 나 자신이 초라하다.
그래도 오늘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내 발등을 내가 찍었지. 주위에서 선 보라고 할 때 선 좀 볼 걸 그랬어. 그땐 어려서 몰랐네'
'이제 와서 어쩌랴. 혼자 억울해하지 말고 말하자'
어느새 밥그릇을 다 비우고 큰 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내가 그릇 치울 테니 식탁 좀 닦아요!"
"..."
"그리고, 다음부터는 나 밥 다 먹을 때까지 식탁에 같이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