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사랑이 '정'으로 바뀌는 순간은?
- 정으로 살라는데 '정'이 무엇일까요?
커튼봉 설치중인 남편커튼을 달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뭉클하다.
이 기분 뭘까?
휘어버린 커튼봉어제 오후 귀요미가 거실 커튼을 잡아당겨 커튼봉이 아래로 휘어버렸다. 커튼을 온전히 칠 수가 없다. 낮에는 몰랐는데 밤이 되니 커튼이 막아주던 찬바람이 쉬쉬 들어와서 발이 시리다.
"어휴, 추워. 커튼 치는 게 효과가 있긴 있나 봐. 없으니 당장 찬바람이 들어오네"
남편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다. 그냥 속에 있는 말을 한 것뿐이다.
잠시 후 남편이 드라이버를 들고 오더니 묻는다.
"이거 고쳐주는 기술자 부르면 출장비 얼마일 것 같아?"
결혼 15년 차가 되니 남편이 묻는 의도를 알고 나름 머리를 굴려본다. 남편의 물음 속에는 본인이 고치면 출장비만큼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의도를 아는 나는 최대한 싸게 부른다.
"2만 원?"
"에이, 너무 싸다.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1시간 수당에 자재비까지 합치면 더 비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나는 소신껏 값을 부른다.(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럼 3만 원?"
땀이 나는지 잠옷을 벗어던졌다
남편은 휘어 버린 커튼봉을 떼어내고 30분 만에 수리를 마쳤다. 호기롭게 오버액션을 하면서 커튼을 촤롸락 친다.
"역시 김가이버 야"(맥가이버처럼 손재주가 좋아서 나는 남편을 김가이버 라 부른다)
나는 호들갑을 떨며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거실에 나와봐! 아빠가 커튼 고치셨다! 역시 아빠지? 박수"
아이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바랐지만, 아이들은 커튼에 눈길 한 번 틱 주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만 오버하면서 물개 박수를 쳐주었다.
아이 둘 낳고 살면서 내 마음만큼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나를 사랑하긴 하나? 결혼하자고 꼬실 때 했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어쩜 저리 이기적일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씩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남편이 예뻐 보인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날 위해 커튼을 고쳐준 남편의 마음 이 조용히 다가와 내 마음을 '톡' 하고 건드렸다.
"부부는 사랑보다는 정으로 산다"는 말을 무수히 들어왔다. 그런데 그 '정'이라는 게 어떤 건지 감이 안 왔는데...
오늘, '정'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 혼자 잠시 감동에 젖어 있는데... 남편의 한마디가 무드를 깬다.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