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매일 1권을 읽었을 때 나의 변화를 알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
2022.2.9부터 시작!!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
1. 읽은 날짜 : 2022.3.8(화) *22년 20권째
2. 작가/출판사/분야 : 무루 / 어크로스 / 문학(by한국십진분류법)
3. 내가 뽑은 키워드(3가지) : 재미, 모험, 경험
4. 내가 뽑은 문장 : 궁금하면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필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처도 후회도 없다. 그러나 성장도 없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간극을 메우고 틈을 좁히고 서로 어긋난 것들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야 비로소 우리는 조금 자랄 수 있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라는 말에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14페이지)
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책을 단 한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말이 맞다. 이제 막 하나를 알게 된 사람 혹은 남들보다 하나를 더 안다고 믿는 사람의 확신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무지하다는 겸손을 상실한 인간의 오만이란 얼마나 폭력적인가(19페이지)
자라는 동안 내 인생에 쏟아졌던 어른들의 충고 가운데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때도 대개는 듣는 시늉만 하거나 그마저도 참지 않고 싫은 티를 잔뜩 내버렸다. 어른의 충고란 늘 위계 속에 있어서 권위적이고 무례했다. 나는 그들의 말보다 그들의 말투와 그 말투 속에 깃든 확신이 끔찍했다. 어른이 되고서야 그 마음을 짐작한다. 살아보니 경험의 총량에 비례하는 지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나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일으켜 주었던 말들은 언제나 나를 잡아끄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는 말이었다(20페이지)
자라는 동안 내가 들었던 어른들의 말도 언제나 단언하는 말들이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어른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고 내내 따뜻했지만 지루하고 시시했다... 아이들은 금지된 세계에 매료되고 불가능한 꿈을 꾼다. 소방차가 되겠다고 하고, 하늘을 날겠다고 하고, 커서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한다. 가지 말라는 숲으로 기어이 들어가 늑대 밥이 되었다가 구사일생하고도 실눈을 뜨고 몰래 다시 숲을 본다. 아이들은 금기를 깬다. 경계를 넘는다. 자기 세계의 울타리를 수시로 넘나들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성장한다(21페이지)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세상 끝까지 가보겠다는 아이에게, 저 숲이 궁금하다는 아이에게 무엇을 말해주어야 할까... 아마도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끄는 대신 나란히 옆에서 걸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숲에는 가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몽둥이라도 쥐고 함께 들어가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어이 혼자 가겠다면 돌아오는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를 만났을 때 함께 웃거나 울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아닌 이모의 일이란 아마도 그 정도의 일일 테다(22페이지)
궁금하면 해본다. 새로운 것이라면 해본다. 망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난 것들이 모여 재미난 인생도 될 것이다(31페이지)
<몬테로소의 분홍 벽>은 내가 좋아하는 모험담들 중에서도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꿈에서 본 분홍 벽을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고양이 하스카프의 모험에는 실체를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 버리고 떠나기에 꿈은 너무나 허술한 동기가 아닌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 하스카프의 유일한 걱정은 가는 길에 사자 무리를 만나는 것이다. 하스카프가 사자 무리를 경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사자가 너무 좋아서 자신이 여행을 포기하고 그만 그 자리에 눌러앉을까 봐서다. 이런 매력적인 고양이를 보았다. 그러나 하스카프의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그건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다. 타인의 시선과 내일의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스스로를 믿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42페이지)
나는 집에서 몇 날 며칠을 안 나가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다.... 쉽게 방전되는 저용량 배터리를 가진 사람에게 외출은 늘 크게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다. 옷을 갈아입고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고 나면 이미 배터리가 한 칸 소모된 것 같은 이 기분을 어떤 사람들은 끝끝내 모를 것이다. 나에게 외출은 아주 가끔, 관성을 벗어나는 일이다. 관성 밖으로 몸을 움직이려면 평소보다 애를 써야 한다. 나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것을 한다(49페이지)
세상 끝은 어딜까... 세상 끝에는 타인들이 있다.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세상 가장 먼 곳까지 가보는 일이다. 우리가 문학을 통해 느끼는 감동의 기저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가?'
(51페이지)
내가 누군가에게 준 사랑은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온다고 했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먼 길로 돌고 돌아온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자신이 세상에 던져놓은 마음을 끝내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는 마음을 선물처럼 받을 수도 있다. 많은 좋은 것들이 먼 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온다. 그것들은 나를 통과해 또다시 먼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54페이지)
그런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친구가 하나도 없던 그때 엄마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걸 한번 해봐, 네가 혼자 재밌게 놀면 함께 놀 친구도 생길 거야"(68페이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낯선 것을 포용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 어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마음이 좋다(78페이지)
사람이 싫어질 때 마음을 다스리듯 <두 사람>을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풍랑 속에서 자기만의 침식과 퇴적을 거쳐 고유의 화산과 폭포와 계곡을 가지게 된 섬들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성실히 살아 여기까지 왔고, 보이지 않는 섬의 반대편에는 깊게 우거진 숲과 아름다운 강과 비옥한 들을 가지고 있다(93페이지)
모든 것을 가지고도 부족한 개가 여기 또 있다. 이름은 '제니'다.
위층에는 둥근 베개가 있고 아래층의 네모난 베개가 있으며, 전용 빗과 솔, 알약 두 종류, 안약과 귀약, 체온계에다 쌀쌀한 날을 위한 빨간 모직 스웨터와 두 개의 창문, 두 개의 밥그릇을 가졌다. 물론 사랑하는 주인도. 그런데도 뭐가 아쉬워 집을 나가려느냐 묻는 꽃 화분에게 제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나한테 없는 뭔가를 갖고 싶어. 삶에는 모든 걸 갖는 것 말고도 뭔가 또 다른 게 있을 거야!"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가출한 개가 찾는 또 다른 것의 이름은 '경험'이다
(124페이지)
나로 살아야 하는 일이 기쁨이 아닐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험은 내가 아닌 방식으로 나를 살아보는 일이다. 그림책 속의 많은 모험담들이 그런 마음으로 쓰였을 것이다. 한 소설가의 강연록 첫 문장을 보면 소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설은 두 번째 삶입니다' (오르한 파묵, <소설과 소설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한번 더 살아볼 수 있다. 혹은 누군가를 한번 더 살아보게 하거나(128페이지)
그렇게 한 1년 고양이와 정신없이 인생이 흘러가는 동안 집 밖에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세상 모든 곳에서 고양이가 나타난 것이다. 어디에나 고양이가 있었다. 주차장에도, 골목에도, 화단에도,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도 고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 인생 어딘가에서 새로 문이 열려 고양이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같았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고양이가 있는지 몰랐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가 있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139페이지)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143페이지)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 위에 내 세계를 겹쳐보는 일이다. 어떤 이야기도 읽는 이의 세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내가 읽은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그때의 나만큼만 읽혔다(175페이지)
박상훈의 그림책 <UNROOT>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
좁은 화분 안에서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는 식물의 이야기를 다은 이 그림책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체념의 메시지를 준다. 가장 좋은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것보다 어쩌면 지금 여기에 잘 어울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는 아닐까(182페이지)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은 무엇인가?>
이동진 평론가는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호기심, 유머, 품위를 꼽았다. 지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면 뭐라고 했을까. 내 명의의 작고 아름다운 집과 튼튼한 관절, 그리고 명료한 정신을 꼽지 않았을까. 노인이 아니어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가난과 질병이라는 것을.
10여 년 전에 SNS에서 돌았던 '중산층의 세 가지 조건'이다. 듣자 하니, 프랑스에서는 기부를 하고 악기를 하나 이상 다루고 자기만의 요리법을 가진 메뉴를 갖는 것을 조건으로 꼽았다 하고, 영국에서는 저항적 시민의식과 하나이상의 스포츠를 즐길 것과 약자를 돕는 마음을 꼽았다고도 했다. 그다음으로 한국사람들이 꼽은 조건 세 가지가 이어졌는데, 아파트 평수와 자가용 크기, 얼마 이상의 은행 잔고라고 했던가(192페이지)
내가 골몰하는 가난은 부자가 될 수 없어 서글픈 가난이 아니라, 가난해도 괜찮아서 가난하기로 마음먹은 그런 가난이다(192페이지)
좋은 계획은 쉽게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가지기가 어렵다(194페이지)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노인이 된다는 건 가진 것들 가운데 많은 것, 건강이나 직장, 돈, 열정, 꿈, 가능성이나 희망 따위를 잃어가는 일일 것이다. 관계에서마저 점점 수축과 상실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노년에나 가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더 유연한 사람, 덜 편협한 사람, 더 성실한 사람, 덜 후회하는 사람, 더 지혜로운 사람(203페이지)
생의 끝자락을 기록했던 한 철학자의 애도 일기에 쓰인 마지막 문장처럼 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내 마음은 평온하다"(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그러니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할머니가 되는 날을(21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