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자43-②고슴도치,가시를(필사)
1일 1독 하실래요?
<1일 1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매일 1권을 읽었을 때 나의 변화를 알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
2022.2.9부터 시작!!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
1. 읽은 날짜 : 2022.4.8(금) *43권째
2. 작가/출판사/분야 : 윤미경/단비어린이/문학(by한국십진분류표)
3. 내가 뽑은 키워드(3가지) : 고슴도치, 불량감자, 엄마 품
4. 내가 뽑은 문장 : 나를 위한 건, 기도가 아니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맘이 어떤지 물어봐 주는 게 나를 위한 거야
<필사>
#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
어릴 적 내 별명은 '또치 뭉치'였다. 머리카락이 유난히 뻗쳐 고슴도치 같다며 또치, 워낙 부산스러운 탓에 사고 치기가 일쑤인 사고뭉치, 그래서 엄마, 아빠는 나를 '또치 뭉치'라고 불렀다. 어릴 적 머리에 앉아있던 그 고슴도치는 5학년이 되자 슬며시 가슴속에 자리를 잡았다. 허락도 없이 머리며 가슴에 멋대로 자리 잡은 주제에 녀석은 까슬까슬한 가시를 시도 때도 없이 세우곤 했다...
"아빠한테 전화 왔었다. 이번 주에 오신대"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다. 3학년이 되던 어느 날, 엄마는 담담한 목소리로 두 분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아빠는 한 달에 한번 나를 찾아왔다(16페이지)
# 달려라 불량감자
요즘 들어 나는 가연이에게 더 많은 짜증을 냈다. 이제까지 그럭저럭 견뎌 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겁게 덮쳐 왔다.
'내가 도대체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아빠, 엄마한테는 가연이로도 충분했을 텐데...'
초등학생한테 어울리지 않는 고민을 떠 안겨 준 가연이가 못마땅했다. 얄미운 가연이를 야금야금 괴롭혀 주는 걸로 나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가연이가 아끼는 옷에 큰 몸을 구겨 넣어 입고 일부러 김칫국물이랑 흙먼지를 묻혀 던져 놓기도 했다. 가연이는 순순히 당해 주었다... 그럴수록 정나미가 떨어졌다. 쌍둥이인 나는 가연이보다 더 나은 게 뭘까(34페이지)
# 예민한 아빠
나는 아빠랑 달랑 둘이 산다. 예민한 아빠와 둘이만 산다는 건 힘들다. 이럴 경우엔 보통 무던하고 너그러운 엄마가 균형을 맞춰 줘야 하는데 나는 없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가족사진 속에서 우리는 셋이다. 나는 아주 아기여서 엄마 품속에 푹 안겨 있다. 아기인 내가 부럽다. 어린 나에게 가끔 묻는다
"엄마 품은 어때"
저 사진을 찍고 석 달 후에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는 혼자 견디는 것에 익숙하다. 할머니가 가끔 오셔서 살림을 도와주고는 계시지만 고학년이 된 뒤로는 할머니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좀 뻘쭘해졌다. 아프거나 고민이 생겨도 그저 버티거나 꾹 참는다(47페이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뭔가 느낌이 달랐다. 무심코 이불을 걷어 본 나는 그 동작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피였다!
"서령아, 일어났니?"
방문이 벌컥 열렸다. 이불을 꼭 움켜쥐고 크게 소리쳤다.
"아빠는 노크도 없이 남의 방문을 열고 난리야!"
문이 닫히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속옷을 갈아입었다. 재빠르게 시트를 갈고 속옷과 함께 둘둘 말아 침대 밑으로 쑤셔 넣었다
"엄마..."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50페이지)
# 오카새의 노래
불이 번쩍했다. 믿을 수가 없다. 아빠가 내 뺨을 때렸다...
"아이고야, 이진 애비야. 어쩐다고 애기를 때린다냐?"
"맞을 먼헝께 때렸겄제. 애비가 자식 교육을 똑바로 시켜야 욕을 안 얻어묵제"
때린 아빠도 거드는 욕할머니도 미워서 이빨 자국이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아빤 돌아가신 할머니한테나 잘하지 왜 생판 모르는 사람들한테 효자인 척해요?"
발개진 볼을 감싸 쥐고 아빠에게 소리쳤다
"할머니 돌아가신 날! 그날 출장 가야 한다고 가버려서 할머니 혼자 외롭게 저승길 가신다며 다들 얼마나 수군댔는데. 아빤 이중인격자야!"
(76페이지)
# 달팽이도 멀미해
"기타를 가지고 나간 이유가 바로 이거였니?
"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
"엄마가 모를 거라 생각했니? 먼저 말해 주길 기다렸어"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멋진 척하지 마"
"관심이 없다니! 너를 위해, 아빠를 위해 매일 기도해."
"나를 위한 건, 기도가 아니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맘이 어떤지 물어봐 주는 게 나를 위한 거야. 외교관 같은 거 말고 내가 진짜 하고싶으거!"
"그렇게 간절하면서 그동안 왜 내색하지 않았니. 엄만..., 몰랐어."
"어떻게 해! 음악 때문에 아빠가 떠났다고 하는 엄마한테"
"엄마한테도..., 노래를 불러줘.. 오랜만에 아빠의 기타 소리가 듣고 싶어. 내 딸랑 방울 은요야"
차랑! 가슴이 기타 소리를 내며 부르르 떨었다. 딸랑 방울은 아빠가 어릴 적 나를 부르던 애칭이다(101페이지)
# 나도 카멜레온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현관부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실에 땅콩만 한 아이가 꼼지락거리며 누워 있었다.
"누구야?"
"예쁘지? 천사 같지? 봉사 나가는 집 아기인데, 며느리가 애를 낳고는 몰래 떠나버렸다잖냐. 독하기도 하지. 그래서 노인네 혼자 애를 키우고 있는 판에 당뇨병이 심해져서 입원을 해야 한다지 뭐야.. 아기 돌볼 사람이 없어서 당분간 내가 데리고 있기로 했단다. 내가 다 좋은데 오지랖이 넓은 게 더 좋은 점 아니냐"
땅콩이 끼어든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번잡스러웠다. 쪼끄만 게 어른 둘과 가뜩이나 심란한 질풍노도 '초등학생'의 넋을 쏙 빼놓는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땅콩의 불법 체류기간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었다... 두 분은 첫아기를 갓 낳은 신혼부부로 돌아간 것 같았다... 심통이 나서 엄마, 아빠가 안 보이는 틈에 땅콩의 이마에 딱밤을 놓고 도망가는 유치한 짓을 몇 번이나 했다(11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