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이유
- 빨간 립스틱의 비밀
김대리의 빨간 립스틱, 추억을 소환하다
회사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행복한 시간인 점심시간이 끝났다.
이를 닦으러 화장실에 들어서는데 김OO대리가 이를 닦다 말고 인사를 꾸벅한다. 나도 같이 꾸벅. 옆에 서서 이를 닦기 시작했다.
양치질을 끝낸 김대리는 파우치에서 빨간 립스틱을 꺼내어 정성껏 바른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요즘에도 립스틱을 챙겨 바르네'
문득 10년 전 퇴사하신 김 과장님이 떠올랐다.(인정받는 분이었는데 지병으로 퇴사하셨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 화장실에 가면 김 과장님을 볼 수 있었다.
김 과장님은 이를 닦고 나면 파우더로 얼굴 전체를 톡톡 두드린 다음 빨간 립스틱을 꺼낸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빨간 립스틱을 정성껏 바른다. 마지막엔 입술을 붙였다 떼면서 '음~빠'로 마무리를 한다.
나는 양치질을 하면서 김 과장님을 힐끗 쳐다본다.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시네'
다음날 오후 1시.
화장실에는 어김없이 김 과장님이 있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마무리는 '음~빠'...
나도 새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렸으면 (사진:pixabay)
빨간 립스틱의 비밀
어느 날, 화장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서던 김 과장님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나를 부른다.
"이대리, 그거 알아? 빨간 립스틱의 비밀"
"빨간 립스틱의 비밀이요?"
"커리어 우먼이 더 전문적으로 보이려면 빨간 립스틱을 발라야 한다는 비밀!"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데 말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과장님은 빨간 립스틱만 바르시는구나'
김 과장님이 알려준 비밀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우리 회사 여직원, 업무상 만나는 커리어 우먼, 심지어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을 볼 때도 입술만 쳐다봤다.
그 당시 회의나 토론회에 자주 참석하곤 했는데 회의 참석자나 토론자 중에 여성이 있으면 입술 색깔을 가장 먼저 확인했다. 회의나 토론회는 빨간 립스틱의 비밀을 확인하기에 좋은 무대였다.
확실히 희끄무레한 입술보다 강렬한 빨간 입술일 때 말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왔다!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을 맡은 이유리빨간 립스틱의 비밀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 후로 나도 빨간 립스틱만 산다.
'빨간 립스틱은 드라마의 악역 여주인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촌스러운 나'를 바꾼 건 김 과장님이 믿거나 말거나 말해준 그 비밀 한마디였다.
김 과장님은 지금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