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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령 Apr 22. 2022

우울한 스타트업 PM의 생각들

4가지 주제에 대하여


1. 문제해결능력이라는 신화의 모순을 버리자


스타트업 씬에서 마태복음처럼 언급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러니까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문제를 잘 안 만들고 발생한 문제를 키우지도 않는다. 문제가 뭔지 아니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문제가 뭔지 아는 사람들이 왜 사서 문제를 일으키겠는가? 결국 이것은 실제로 스타트업이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을 오래 보유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렴한다.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은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는 문제를 감지하여 언급한 대가로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 되고, 문제가 일어나 상황이 어려워진 판국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르는 감정적인 대가들은 그 사람이 '실력은 좋지만 인화를 해치는 사람'인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평등한 논의'의 결과물은 보통 좋지 않다


소위 말하는 바텀업 - 그러니까 논의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스스로 만들고, 누군가가 으음 좋군요 하고 재가 찍고, 좋은 결과 나오고, 그래서 다같이 잘먹고 잘 살려면 전제가 두 가지 필요하다. 첫번째로 실제로 좋은 결과에 도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나쁜 결과가 아무리 나오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을 정도로 여력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되는 회사를 글로벌에는 FAANG라고 부르는 것 같고 한국에서는 네카라고 부르는 듯 하다. 어느 쪽이든 대부분의 회사는 좋은 결과가 나오려면 좋은 결정이 되어 내려와야만 하며, 다르게 말하면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합리적인 탑다운 속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상호간의 경청과 유연한 피보팅을 하는 것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되어야만 하고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을 해야만 돌아가는 것이 평범한 회사이다. 


3. MVP가 제일 어려운 법이다


자동차의 MVP는 자동차고 자전거의 MVP는 자전거다. 히터가 있냐 없냐 이런 게 MVP와 MVP가 아닌 실제 제품의 차이지, 자동차의 MVP라는데 엔진이 없는 걸 MVP라고 얘기할 수 없고 자전거의 MVP라는데 바퀴가 없는 걸 MVP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자동차는 왜 있어야 하고 자전거는 왜 있어야 하는가?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럼 고객은 자동차를 원하는가? 결국 MVP란 우리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가장 단순하면서 동시에 직관적인 무엇이고, 거기에 대해서 시장 피드백을 통해 다음 뭔가가 이뤄져야 한다. MVP가 외관이 단순하다고 해서 MVP가 빠르고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MVP의 핵심은 가정에 가정을 반복해 오버스펙을 달성하느라 런칭이나 피드백의 기회를 놓치지 말란 거지 가정 자체를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4. 사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것이 우리다


실무자가 뭔가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잘해야 '다른 사람이 욕을 먹게 하지 않는다'가 대부분이고, 심해봐야 옷 벗거나 좌천당하거나 뭐 이런 거다. 그래서 실무자가 책임진다는 것은 별로 실제로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의사결정자는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의사결정자가 말하는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 일로 당신이 월급을 못 받는 상황은 안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정도로 번역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무자가 의사결정자가 책임을 져주길 바라는 것은 실무자가 회사에서 보낸 시간, 즉 여기서 시간을 보낸 내 가치가 적절하게 플러스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지 월급 그 자체는 아니다. 그래서 진짜로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실제로 의사결정자도 별로 책임질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뭘 책임을 진다느니 하는 얘기는 고하를 막론하고 함부로 할 얘기가 못 된다. 실제로 우리는 책임질 수 있는 게 없고 결국 남는 건 어떤 의미로든 자기 자신의 현주소에 대해서 책임을 결과적으로 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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