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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비가 흠뻑 내렸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우산을 쓰고 걸어가다 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신발이 젖는다. 신발이 흠뻑 젖지 않도록 일부러 건물 가까운 곳으로 걸어갔다. 조용한 일요일 아침에 들리는 것은 내 발소리와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뿐이다. 골목길을 벗어나 큰 길가 모퉁이를 돌면 작지만 오래된 베이커리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그 앞을 지나칠때 마다 달콤한 빵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아침식사로 빵을 먹는 습관이 있어서 자주 그 베이커리에 들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원들과도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네 명이다. 연세 지긋하신 부부 한 쌍과 젊은 남녀 한쌍, 가족이 아닐까 짐작될 만큼 네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다.
오전 6시 5분이 막 지난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가게에는 두 남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이 갓 구운 빵을 내오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진열대를 정리하는 중이다. 내가 들어가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두 사람은 일에 집중한 듯 보였다.
뭐든 하나에 흠뻑 빠지는 일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다. 특히 나처럼 뭐 하나에 매혹되기 전 항상 뇌를 작동시키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미친 듯 썼던 글도 다음날 아침 밝은 햇살 아래서 읽어보면 어딘지 낯 부끄러운 글이 되어있다. 주어와 동사는 제멋대로 뒹굴고 형용사만 난무하는 문장들.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기억이다. 매번 글을 쓰면 나아질 거라 믿는 건 상상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의 내가 마주하는 것은 매번 쓸 때마다 작아지는 글들, 진부 해지는 표현들, 쓸데없는 수식어로 메꿔보려는 꼼수, 그럼에도 내가 쓴 글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나르시시즘이다.
부끄러워하고 후회하기엔 우린 너무 젊으니까.
슬픈 목소리로 회한에 찬 이야기를 하기에 어울리는 나이가 분명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유치하고 서투른 걸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 철없는 나이에서 멈춘 걸로 해두자.
오늘만큼은 내가 잘났다는 환상에 빠져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