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크리스마스이브였어.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지. 그날 밤 많이 아팠던 난 퇴원하고 병원을 나서서 주차장을 향해 걷고 있었어.
그때 난 겨우 스물네 살짜리 여자였고 사랑 따위는 믿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지 두어달 쯤 후였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아프다 나아지고 있었고 말이야.
주차장까지 가는 길엔 새하얀 눈이 쌓여 있었어. 문득 돌아봤는데 하얀 길 위에 내가 걸어온 발자국만 쫄쫄 날 따라오고 있었던 거야.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더라.
많이 아플 때에도, 수술을 세 번이나 할 때 까지도, 내 퇴원 서류에 내가 서명할 때에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나더라고.
지금도,
사랑하는 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어서인지
또 눈물이 나네.
그날 펑펑 쏟아지던 눈송이처럼
멈출 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