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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Jul 17. 2024

매일

매일 기도하는 시간이 좋다

  “네게서 십자가가 보여.”

얼마 전에 친해진 그녀의 첫 마디였다. 그녀는 자신이 무속인이라고 소개했다. 매일 새벽이면 강가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내가 ‘새벽 기도를 정말 매일’ 하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진짜 매일’ 기도하러 간다고 대답했다. 날씨에 상관없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녀에게 점사를 본 적이 없다. 그녀도 내 신앙을 참견하지 않는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사이로, 가끔은 내 진심을 그녀가 꿰뚫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걸 빼면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낸다. 솔직히 나는 내심 그녀를 존경하고 있기도 하다. 매일 새벽, 기도를 위해 잠에서 깨어나는 열정,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신념이 멋지다고 느꼈다.


  가톨릭 신자로서 나는 신앙심이 깊은 편이 아니다. 일요 미사에도 어쩌다 참석하고, 기도 대부분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서도 거의 읽지 않는 쪽에 속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따라 묵주의 9일 기도를 했다. 처음 27일은 청원의 기도를, 그다음 27일은 감사의 기도를, 그러니까 총 54일을 매일 해야 완성되는 기도다. 갑자기 여행 일정이 잡힌다거나,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 생기면 54일을 다 채우기 힘들었다. 뭔가를 시작하면 꼭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54일을 다 채우지 못해서 기도를 끝내지 못할 때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스트레스 탓에 기도 시작하기를 망설이기도 했다.     

  

  우연히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9일 기도를 발견한 것은 2017년 가을,명동성당에 들렀을 때 였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지만 이룰 자신이 없을 때였다. 서점에서 묵주 기도책을 찾다가, 그중 책이 얇고 내용이 절실하게 마음에 닿아서 사왔다. 9일 기도를 해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9일동안 한 가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기도하면 집중력이 확실히 생겼다. 그렇게 9일을 채우면, 성취감도 컸다. 다시 9일 기도를 시작하기도 쉬웠다. 어느새 가슴에 맺혔던 아픔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매듭을 푸는 성모님 기도는 하루에 한 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기도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집중력도 높아졌다. 문제가 생기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다음 기도로 해결되겠지 싶어진다. 어느새 기도를 안하면 허전해졌다. 평소에는 말이 많지 않지만, 기도하는 동안엔 수다스러워진다. 한 가지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 적도 있었다. 9일 마다 기도가 완성되면, 나는 한가지씩을 깨닫는다. 세상이 조금씩은 선명해 지고, 밝아지고 방향을 갖는다.


  매일 기도하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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