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묵상록은 무언가를 잘 해내기 위해 시작된 글이 아니다.
기도를 더 깊이 하겠다는 결심도, 삶을 단번에 바꾸겠다는 다짐도 없었다.
다만 같은 장면 앞에서 계속 멈춰 서 있는 나 자신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다.
사람은 떠났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같을 때.
잊었다고 말하면서도 반복되는 감정과 관계의 패턴을 마주할 때,
나는 답을 찾기보다 잠시 멈춰 앉아 기록해보기로 했다.
9일기도는 그 멈춤을 허락해주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은 아홉 날,
풀지 못한 매듭을 억지로 당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이 글들은 그 기도 뒤에 남은 침묵과 생각들을 옮긴 기록이다.
정리된 결론이 아니라, 알아차림의 흔적에 가깝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기보다,
자기 마음을 조용히 바라볼 용기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아직 이 기록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풀리지 않은 채로, 그러나 더 이상 외면하지는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