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잘 뛰어들며 살아온 것 같아요.”
약 2개월 간의 기나긴 무기력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시작도 느닷없었지만 마지막까지 그래서 반갑기보다는 좀 놀랐다. 친구들은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무기력이 아니라고 할 땐 언제고, 끝났다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묻는다. 물론 여전히, 무기력이었어? 라고 놀리거나 놀라는 친구들도 있다.
어떤 힘듦은 서서히 희미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피아노 교재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일처럼, 매일 똑같은 할당량을 채우고 나면 다음 진도로 넘어가듯, 성실하게 괴로워하기만 하면 미련없이 끝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오늘의 개운함은 하루 아침에 괜찮아진 게 아니다. 비로소 넘어갈 때가 되어서 넘어간 것이다.
지나고 나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 시기의 우울과 무기력함을 모른 척 하거나 부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힘듦을 잘 축소시키거나 감추는 타입이니까. (근데, 이번에도 그러는 게 쉬웠더라면 분명 그랬을 것 같다. 그니까 나는 정말로 막막했던 거야…) 이번엔 매일 정면으로 마주했으므로,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 ‘쓰기’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사실이 누군가한테는 조금 시시한 결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를 쓰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문득 좋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써야만 해서, 쓸 수밖에 없어서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 주저 않고 쓰는 사람인 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주말에는 한 독자분이 책방에 방문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가님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잘 뛰어들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그렇게 보이다니, 조금 놀랐웠다. 난 내가 늘 조용히 걷거나 가만히 연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마친 뒤 책상으로 돌아와 좀전까지 쓰다 만 한글 문서를 쳐다봤다. 깜빡이는 커서, 다시새 이야기 위에 서 있는 지금. 손끝이 달궈지는 느낌이 든다. 이게 뛰어드는 게 아니면 뭘까. 발장구를 치듯 타이핑을 이어가나는 4월이다.
Q. 기억에 남는 위로나 괴로울 때 힘이 되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Q. 무기력 혹은 번아웃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나요?
Q. 마침내 새 봄. 여러분의 행복했던 봄 추억을 나눠주세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1. 혜은
『아무튼, 아이돌』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매일을 쌓는 마음』『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썼습니다.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서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