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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떨기 Apr 15. 2024

윤혜은, 『매일을 쌓는 마음』
출간 기념 방송

일기떨기 혜은의 세 번째 단행본 출간




 세 번째 책이 나왔다. 『매일을 쌓는 마음』을 쓰는 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쓸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단지 오랜만의 책 계약이어서가, 투고가 아닌 첫 기획물을 작업하는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책을 쓸 무렵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제법 긍정하는 중이었으니까. 삶이 결코 순탄하다고 할 수 없이 이판사판으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나’로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시기가 귀했으니까. ‘지금’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지금’을, 좀 더 가시적으로 붙잡고 싶었다. 일상의 사소한 차이를 쌓고, 나로 사는 힘을 기르는 데 애쓰는 매일을, 착실한 수행을 몸과 마음에만 새기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나는 삶의 어떤 순간에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칠 수는 없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지금’이란 건, 무수한 어제가 쌓여 만들어진 오늘의 총합 아닌가? 나의 십년 일기장처럼. 나는 일기장에 적힌 모든 말들이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쓰인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지금’이 너무 귀해서, ‘지금’ 할 말이 쌓여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이유들은 이 책을 쓴 마음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살아온 모든 날들 중에서 어느 한 시절만 떼어내 편애하는 것이 편애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내가 되었어’라고, 아주 많은 어제들에게 대답하듯 쓴 것 같다. 그러니 아마 나는 출간이라는 아무 약속 없이도 이 시간을 기록해두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을 기록을, 오후의 소묘와 함께 하면서 더 두텁게 쌓을 수 있었다. 쓰는 건 혼자의 일이지만, 쌓는 건 함께라는 걸 느끼게 해준 시간이, 마침내 이렇게 한 손에 가볍게 잡힌다.


 2월 초, 『매일을 쌓는 마음』을 마감하고 딱 일주일을 쉰 뒤에 청소년 소설 퇴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봄꽃이 필 무렵 또 하나의 수정고를 마감했다. 그 무렵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곧 모든 계약을 이행한 사람이 된다!”라고 홀가분하게 설레발을 쳤다. 그런데 그 사이, 마감 기한이 올해 초여름까지인 앤솔로지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됐다. 소묘님과 그랬던 것처럼, 작업책방 씀의 가장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쓸수록 쓰는 운이, 살수록 사는 운”이 쌓인다고 썼던 내가 반갑게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주제의 책이다.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 그건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다. 심지어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 온통 쓰기로 채워져야 한다? 그건 내게 가장 익숙한 일이다. 삶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하나도 지겹지가 않고, 어려워하면서도 즐겁게 해낼 내가 그려진다.

누군가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나 자신에게 이렇게 되물을 수는 있겠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 아직은 왜 써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더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왜 사는지 물어봤자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이런 소회를 늘어놓을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나는 너무도 잘 쓰고 싶구나. 잘 살고 싶어 하는 구나. 아무려나 상관없다는 듯, 그래서 종종 삶에 쉽게 휘둘리는 나는 사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인지도 몰라. 오늘도 나의 쌓는 마음은 분주하게 굴러간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1. 혜은

『아무튼, 아이돌』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을 썼습니다.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서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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