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Prologue] TIME

by 세인트

[목차]

[1부] 리듬의 발견: 나만의 보폭을 찾아서

1장. TEMPO(템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2장. UPBEAT(업비트): 시작 직전의 배열

3장. GROOVE(그루브): 일상의 탄력

4장. RUBATO(루바토): 시간을 훔치다

[2부] 화성의 충돌: 흔들리며 아름다워지는 법

5장. BLUE NOTE(블루 노트): 슬픔이 선율이 될 때

6장. TENSION(텐션): 긴장이 주는 팽팽한 생동감

7장. SYNCOPATION(당김음): 예상치 못한 엇박자의 미학

8장. VIBRATO(비브라토): 흔들림을 통해 깊어지는 소리

[3부] 앙상블과 즉흥: 함께 쓰는 선율

9장. COMPING(컴핑):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

10장. CALL AND RESPONSE(주고받기): 대화의 본질

11장. INTERPLAY(인터플레이): 눈빛으로 완성되는 관계의 기적

12장. IMPROVISATION(즉흥 연주): 정해진 악보 없는 삶

[Epilogue] OUTRO

STANDARD(스탠다드):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에 남는 본질


[Prologue]

TIME: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견뎌내는 시간의 무게

재즈 연주자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TIME이라는 단어가 있다. 보통은 '시간'을 뜻하지만, 재즈에서는 시계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이를테면, 연주자들이 같은 리듬 위에 서 있는 상태라고 하면 좋겠다. 서로 다른 소리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감각을 표현할 때 더 자주 쓰인다.


TEMPO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의미하지만, 재즈에서 템포는 빠르기보다 연주자가 머무르는 호흡의 위치라는 게 더 정확하겠다. 같은 속도에서도 음악의 흐름은 달라지고, 느린 연주가 곧 멈춤을 뜻하지도 않는다. 신기한 것은, 이 말들이 일반적인 시간이나 속도라는 의미를 넘어 재즈의 용어로 사용될 때 그 의미는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았다. 아마도 재즈의 속성인 '예측불가', '변화무쌍'이 우리 인생의 본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는 같은 흐름 위에 함께하고, 겉보기에 느린 시간도 안에서는 조용히 다음 방향을 준비한다. 재즈의 본질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 글은 재즈의 언어를 빌어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시도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밤이 깊어서야 비로소 움직인다. 같은 시계를 보지만 하루의 길이는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는 속도의 문제라기보다 각자가 서 있는 자리의 문제 때문일것이다. 그럼에도 가끔 이 시간의 간격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오래 보지 못했던 사람과 마주 앉아도 그간의 일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때. 낯선 공간에 있으면서도 낯설거나 어색하여 주변을 살피지 않아도 될 때. 그 순간에는 시간의 의미가 사라진다.


얼마나 흘렀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단지 한 가지, 지금이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는 느낌. 재즈에서 말하는 TIME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확히 맞는 박자보다 서로의 호흡이 같을 때, 음악은 그 지점에서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듯 삶에서의 관계도 나아간다.


우리는 늘 적절한 때를 찾으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일들은 대개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된다. 예상보다 늦어진 날, 계획이 비어 버린 저녁,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의 끝. 그때 아주 작은 리듬이 생긴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그 미세한 리듬을 따랐기에 여기까지 도착해 있는 게 아닐까.


삶이 언제나 스윙 재즈처럼 경쾌할 수는 없지만, 재즈의 말들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을 마치 재즈 한곡을 듣듯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으로 지나갈 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글들은 삶의 무게를 말하기보다 그 무게가 지나가는 삶의 리듬에 대해 쓰려한다.


지금 이 문장을 읽는 동안에도 당신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그 흐름을 어떤 TIME과 어떤 TEMPO로 함께할지는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다만, 당신의 시간이 스윙재즈와 같기를.(수필/음악)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