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같은 sns에 자신이 먹은 음식물을 사진 찍어 올린다. 나는 한 번도 그리 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수저를 먼저 대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매번 아차! 한다. 왜냐. 라떼는 음식을 두고 먼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예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면 똥인지 된장인지 가리기도 전에 일단 먼저 숟가락을 대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큼 건져 씹은 건더기가 쇠고기가 아니라 된장 덩어리인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음식 앞의 예절이라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라든가 "잘 먹었습니다" 정도의 인사가 전부였다.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은 팔로워들에게 지금 자신의 뱃속에 어떤 음식이 들었으며, 따라서 약 12시간 뒤면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똥을 눌 것인지 알리는 친절한 행위다. 무릇 이런 친절한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여, 친절함을 자주 베풀다 보면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건물주 못잖은 장래희망이라는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그것도 캐비어나 푸아그라 같은 음식 사진을 자주 올리면, 그 같은 음식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의 기회를 베푸는 선행이 된다. 그 궁휼한 행위가 알려지게 되면, 서민들의 시청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에도 나와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아니면 연기를 잘하거나 하는 재주가 없어도, 평소 어떤 재료로 된 똥을 누는지를 자주 알리는 것만으로도 인풀루언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자기 똥의 재료를 수시로 밝히겠나. 그것도 싸구려 콩나물 비빔밥도 아닌 철갑상어 알을 재료로 한 것임에야.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처럼 솔직히 밝히고 싶고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선행을 베풀고 싶어도 쉽지 않다. 그러게 고급진 음식 사진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을 우러러 보는 것이 마땅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할 수만있다면 가랑이가 찢어져도 흉내내고 싶어하는 이유다.
sns는 열린 세계다. 특별한 기예나 재주가 없어도 유명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사람들도 묻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관심 없다. 아니 관심을 둘 필요도 없다. 그가 올리는 고급음식과 그가 입은 비싼 옷과 그가 타는 럭셔리 자동차면 충분히 열광하고, 따르고, 내게 한껏 영향을 끼쳐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인플루언서는 그 자신 보다 그가 무슨 똥을 싸는지 궁금해 못살겠는 '똥성애자'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게 옳겠다.
인플루언서. 나는 판서공 12대 장손답게 引風流言士로 쓴다. 끌 인, 바람 풍, 흐를 유, 말씀 언, 그리고 선비 사. 방송이나 sns에 나와 말로 유행을 일으키고 이끄는 사람. 그러니 사람들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데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처럼 모교에 현수막이 나붙는, 이른바 '사'자 달린 직업이 아니더냐. 인풍류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