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 선정도서]<여행 가는 날>(서영)
#1. 어렸을 때, 그러니깐 내가 양갈래 머리를 하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한테 혼나서 입이 삐쭉 나오고, 눈가가 빨개지도록 슬플 때 말이다. 이불 동굴을 만들고 엉엉 소리내 우는 데도 엄마가 달래러 오지 않으면 어떻게 죽을 지를 생각했다. 이불 속으로 사라져서 엄마의 꿈에 영영 나타나주지 않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이 발칙한 생각의 핵심은 복수였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엄마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할 거라는 걸 여덟 살짜리는 잘도 꿰뚤고 있었다. 지금에라도 엄마가 안다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부재에 대한 공포가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걸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 악독한 결심은 얼마가지 못하고, 엄마가 혼자 있는 모습을 생각하다 그게 또 슬퍼져서 울었다. #2. 나는 죽지 않고 무사히 대학생이 되었다. 어느 날 근교로 놀러갔다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가 산 너머로 모두 넘어가버리자 버스는 온통 어둠으로 가득찼다. 가만히 눈을 감고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그런 시간이었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난데없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소리의 행방을 찾아 기웃거렸지만, 잦아들 기미 없이 오히려 더 커지기만 했다. 참다 못한 기사가 물었고, 저 뒤에서 나이 든 여자가 답했다. "엄마가 방금 돌아가셨어요." 기사의 물음이 출렁임이 되었을까, 여자는 아이처럼 전보다 큰소리로 울었다.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도 오래가지 못하고 여자는 부모의 마지막 소식을 들었다. 기사는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내달렸다. #3. 죽음은 상상만으로도 아프다. 생도 모르는 아이가 눈물을 바가지만큼 쏟고, 초로의 여인이 아이처럼 울게 된다. 어느 시인이 유서를 썼다. 어느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겨지는 것이므로 자신의 죽음 앞에 울지 말라고 했다. 미지의 문턱을 넘으며 과연 그렇게 초연해질 수 있을까 싶지만 그 말은 분명 위로가 된다. 보드랍게 잘 삶은 달걀을 품에 쥐고 떠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렇다. 할아버지가 그곳에 잘 도착했는지는 감히 가늠할 순 없지만, 기다려온 소풍을 떠나듯 정성스레 짐을 챙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느긋하다. 그 여유가 남은 가족들에게 "지금처럼 잘 살아"라는 따뜻한 당부가 될 것이다. 어른이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아이에게 가족의 죽음을 설명해야 할 때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며 위로가 필요할 때 #문학나눔 #책의입장 #붘어 #여행가는날 #서영 #세상소풍 #이별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