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지만 귀한 존재를 위하여

[문학나눔 선정도서]<마음 배달부: 루>(글 강경호, 그림 백연)

by 희붐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을 고를 때가 많다. 유명 문학상을 받았다던가, 큰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는 식의 스펙보다는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중요하다. 글을 쓴 동력을 가늠할 수 있을 때, 서문이 더욱 설득력 있게 읽힌다. 작가가 품고 있는 저마다의 세계관을 문단 한 토막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오로지 작품 목록밖에 없는 소개보다는 생뚱한 이력이 섞여 있는 늦깎이 작가들이 끌린다. 다른 세상의 경험을 어떻게 책장으로 옮겨왔는지 유추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건 없다. 강경호 작가는 국제 구호단체 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람을 돕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다녀온 이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왔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그를 알 수 있는 건,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시간이 현재 어린이책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다. 글은 현실을 기반으로 나오고, 만남과 관계만큼 강력한 동기는 없기 때문이다. <마음 배달부: 루>는 비둘기가 주인공이다. 길거리를 뒤뚱뒤뚱 걸어가는 그 비둘기말이다. 88 올림픽 이후 인간의 필요가 사라지자, 비둘기 떼는 처치곤란의 존재가 되었다.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존재는 도시의 천덕꾸러기 '닭둘기'로 전락했다. 동물 애호가들도 비둘기에 대해서만은 유난스럽다. 병균을 옮긴다며 멀리하고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낸다. 도시로 옮겨져 악착같이 생을 이어갈 뿐인 비둘기는 그저 이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하다. 그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선 비둘기가 길을 잘 찾는 성질을 이용해 인간의 편지를 배달했다는 설화가 바탕이 된다. 전보나 통신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비둘기들이 체계적으로 우체국을 세우고 배달부가 되는 시절이 주요 배경이다. 누구보다 높은 책임감으로 편지를 배달한 전설의 비둘기부터 인간에게 상처받고 어둠 속에 숨어 지내는 비둘기까지 다양한 사연이 소개된다. 찢겨진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전쟁터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과 인간에게 맞아 한쪽 눈을 잃는 에피소드를 읽노라면 한 장 한 장 반성문을 넘기는 기분이다. 비둘기에 대한 인간의 얄팍한 마음이 집필의 동력이었다면, 작가는 그 얄팍함을 인정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존재를 터부시하는 습관부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돕는 너그러운 힘 모두가 인간의 마음에 공존한다는 걸 치열하게 증명한다. 그리고 시소처럼 가늠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옳은 선택을 한 뼘만큼은 더 해냈다는 걸 보여준다.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작가는 '마음 배달부'가 되어 먼 대륙에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흔하지만 소중하고, 보잘 것 없지만 귀한 존재를 말하기 위하여.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비둘기의 속사정이 궁금한 사람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 반발심이 생기는 사람 -따뜻한 문장과 정교한 스토리에 감탄하고 싶은 사람 #문학나눔 #책의입장 #붘어 #마음배달부루 #강경호 #비둘기 #동물혐오 #편지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