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또 기대 이상으로 기존의 트래킹과는 다른 스토리가 담긴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난 2년 동안 자료 검색만 하고 사진 자료를 구경하면서 대체 어느 세월에 완주를 할지에 대한 쓸데없는 고민과 기약 없는 출발 계획을 상상만 해왔다. 그리고 무작정 걷기 시작한 것이 벌써 1~4길을 걷고 두 개의 코스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운탄고도 1330’을 필자와 함께 걷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과 걸어온 지도 벌써 3일째 되는 날이었다. 5길만 함께 걸으면 나머지 6길은 혼자 걸어도 충분했다. 운탄고도 완주를 위한 마지막 코스였기 때문이다.
5길만 안전하게 잘 걸으면 될 일이었다. 뭐 어렵거나 힘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5길은 필자의 트래킹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특별한 날이었다. 그리고 혼자 걷게 된 마지막 6길에선 결국 피를 보고야 말았다. 산에서는 누구든지 자만하다 한순간에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1~4길을 별 탈 없이 잘 걷고 나머지 두 개 남은 코스에서 뭐 하나 조용히 지나간 구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5~6코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5길을 출발한 지 얼나 안 가서 찍은 사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가 그렇게 쏟아질줄은 몰랐다.
운탄고도 시작 구간인 1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체력소모가 컸던 코스였다. 반면 다음 날 이어 걸었던 2길은 크게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그냥 무난한 구간이었다. 셋째 날 이어 걸었던 3길은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져 체력소모가 생각보다 컸으며, 코스의 후반부에서는 급격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초보자들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경사도의 길이었다. 그리고 넷째 날 이어 걸었던 4길은 운탄고도 1330 코스 중 가장 긴 29km의 코스였으며, 코스의 70% 이상이 산길이었다. 당연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간이었다.
4일 동안의 계속된 트레킹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그리고 다음 날 걸어야 하는 5길은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은 코스였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일기예보에 당일 적지 않은 비가 내일 것으로 예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몸도 피곤한 데다 다음 날 비 예보까지 있어 하루 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려 했지만 3~4길을 함께 걸었으며, 마지막으로 5길까지 함께 걷기로 한 지인은 “우리는 비가 와도 상관없이 무조건 걷는다”를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그 패기를 도저히 꺾을 자신이 없어 일단 다음날에도 이어 걷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 눈을 떠 창밖을 보니 곧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날씨였다. 당일 아침까지도 필자는 하루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며, 그러한 마음에 흐린 날씨와 비 예보는 “오늘 하루는 그냥 쉬는 게 어때?”라고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꾸역꾸역 옷을 챙겨 입고 5길의 출발점인 만항재를 향해 반 강제적으로 출발을 했다.
쏟아지는 비도 그저 낭만이자 추억이었다...
4길의 도착점이자 5길의 시작점인 꽃꺼끼제(화절령)가 아닌 5길의 도착점이자 6길의 시작점인 만항재로 이동해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필자의 차는 5길의 시작점에 두고 지인의 차를 타고 6길의 시작점까지 가서 역방향으로 걷고 5길이 끝나면 다시 필자의 차를 타고 지인의 차가 있는 만항재로 원점회귀하는 방식이었다. 반드시 차량 두 대가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혼자 걷는다면 아마도 한 개 코스가 끝나는 지점 근처에서 투숙을 하거나 대중교통이나 콜택시를 이용해 원점회귀를 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건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에 필자가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 운탄고도를 걷고자 한다면 이 원점회귀 부분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백문불여일견...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
아무튼 우리는 해발고도 1,330m의 만항재에 도착해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만항재는 대한민국에서 차를 이용해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만항재 정상에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으며, 등산객들에게는 유명한 맛집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해물파전 하나와 어묵탕, 막걸리 하나를 주문한 후 개 눈 감추듯이 접시를 비워 버렸다. 그 맛이 훌륭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침을 먹으면 반드시 화장실을 가게 되는 필자의 입장에선 먹는 와중에 계속 고민이 되기도 했다. 첩첩산중에서 자칫 배에서 신호라도 오면 꽤나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물파전과 어묵탕이 그리고 맛있었는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폭풍 흡입을 해버렸다. 든든하게 배도 채웠으니 다시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다가 해발 1,330 고지대라서 그런지 아침안개가 자욱했으며 그만큼 분위기도 몽환적이었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러한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비가 안 와 덥지 않은 다소 시원한 기온에 발걸음도 가볍고, 걷는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빠른 속도로 걸었을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차게 쏟아지던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다행히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두 눈으로 본 그 몽환적인 풍경이 사진만으로 표현이 안 되지만, 그래도 그떄의 분위기와 감동이 느껴진다
다행히도 만항재의 식당에서 임시방편으로 우비를 하나 샀으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산속에서 장시간 비를 맞으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에 몸이 비에 젖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우비라기보다는 그냥 큰 비닐을 뒤집어쓰고 걷는 기분이랄까. 품질이 허접스러웠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낳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굵어지기를 반복하며 2시간이 넘게 내렸다. 이렇게 짖궃은 날씨에 MTB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독한 젊은이들을 마주쳤는데, 그 호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개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인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더워서 탈진할 것 같았지만 이 날은 고도도 높고 비까지 내려 기온도 떨어지다 보니 제아무리 우비를 입고 걸었다 하더라도 체온이 떨어지는 건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추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손이 시렸다. 한겨울 밖에서 느끼는 손 시림, 딱 그 느낌이었다.
최대한 밑창이 떨어지기 전에 도착지까지 조심스럽게 걸어보려 애를 썼지만 결국 밑창은 사망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결국 피를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흠뻑 젖은 땅을 저벅저벅 걷고 있는데 등산화 밑창 부분의 느낌이 이상해 확인해 보니 밑창이 덜렁거리며 벌어져 있었다. 그래서 보폭을 작게 걸으면서 5길을 완주할 때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필자의 등산화 밑창은 신발과 완전히 분리되어 땅바닥에 나가떨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왼 발은 밑창이 없는 상태로 걸어야만 했다. 마치 고무신을 신고 걷는 기분이었다. 길바닥의 모든 것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고무신 신고 비 오는 산속 트레킹을...
시간이 흐를수록 산속 풍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을씨년스러운 게 귀신이 나올법한 분위기로 변해갔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산에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비가 쏟아지는 날 이 높고 깊은 산속에서 있을 리는 절대 없을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을 운이 나쁘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가 쏟아짐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없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찍은 사진은 지금 봐도 참 멋지다. 해당 사진을 보는 사람들도 모두 감탄을 한다. “그래 그때 비가 온 것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풍경 속에서 사진찍을 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겠는가. 일부러 비가 쏟아지는 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더위를 많이 타는 필자의 입장에서 차라리 무더운 날씨보다 비가 쏟아지는 것이 걷기에 더 좋을 수도 있다. 물론 매일같이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은 원치 않는다. 당일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빨랐던 것 같다.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었으나 5길을 완주하기까지 정확히 4시간이 소요됐다. 비 덕분이었다. 비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트레킹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인지 더 빨리 걸었다.
비가 쏟아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쉼 없이 걷는다"를 외친 형 역시도 비를 한시간 넘게 낮으니 약간 지친 기색이었다...ㅎㅎ
또한 기온이 떨어지다 보니 땡볕 아래 걷는 것 보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 모든 게 비 덕분이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전날부터 기분이 별로였지만 막상 트레킹 당일 오랜 시간 비와 함께 하니 좋은 것도 많았다. 그래도 6길을 걷는 마지막 날에는 절대 비가 오면 안 된다고 주문을 외웠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간사하다.
5길으 어느 구간에서... 이 첩첩산중에 오로지 삽과 호미만을 이용해 수천여명이 동원되어 이렇게 석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착지점에서 미리 주차해 둔 필자의 차를 타고 오전에 출발했던 만항재로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3일 동안 함께 걸어준 지인과도 작별 인사를 했다. 평소 혼자 걷는 것을 즐기던 상황에서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였지만 친한 사람과 함께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하고 즐거운지 미처 몰랐다. “병준이형...같이 걸어줘서 고마워요!”
5길을 역방향으로 걷다 보면 트래킹코스의 후반부에 나오는 폐갱도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내부가 살짝 보이기도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스폿이다.
그렇게 지인과 헤어지고 난 후 홀로 외로이 정선의 호텔로 향했다. 호텔 도착 후 가장 먼저 흠뻑 젖은 트레킹화를 벗고 비와 땀에 젖은 몸을 씻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혼자 전국팔도의 산이라는 산은 잘도 다녔지만 지인과 헤어진 이날 오후는 유독 쓸쓸하게 느껴졌다. 호텔 주변의 식당가를 천천히 둘러보며 저녁식사를 한 후 다음날의 마지막 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지막 구간인 6길을 걷기 시작했다. 만항재에서 출발해 태백시내까지 걷는 코스였다.
평지와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이유
만항재 정상 바로 아래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우측으로 마지막 6길의 시작점이 나온다. 참고로 해당 구간은 겨울이면 좌우로 가득한 나무들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마치 눈꽃터널을 연상케 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그러한 이유로 매년 눈 내린 겨울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설경을 만끽하기 위해 이 구간을 걷는다. 봄이나 여름이면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해를 가려 걷기 좋은 길이지만 긴 거리의 트래킹을 이어 걷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걷는 중간에 도로 양측에 쉴만한 여유 공간이 없어 해당 구간을 통과해야만 그나마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6길은 해발 1,330m 만항재 정상 아래 주차장에서 시작해 사진 속 아스팔트길을 1시간 가량 걷는다.
그렇게 약 30여 분 정도 해당 구간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길이 갈라지며 우측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오투전망대 방향으로 아스팔트길로 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걸으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산그리메가 일품이다. 하지만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길을 1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는 게 문제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걷는 게 생각보다 고되다. 반드시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걷기를 권장하는 이유다.
오투전망대를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지루했던 아스팔트길도 끝나고 숲 속 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곧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내리막 아스팔트길을 한참 걷다 보면 우측에 숲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숲길을 대략 20여분 정도 걸으면 다시 좌측으로 더욱 울창한 숲길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오며 이때부터 매우 경사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해당 지점에서부터 숲길이 시작되고 뜨거운 햇볕을 어느정도 피할 수 있어 그나마 걷기에 조금 더 수월한 편이다.
지난 5길에서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가 임시방편으로 일반 운동화를 신고 트래킹을 하다 넘어져 손이 피투성이가 됐던 바로 그 구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조치를 취하고 태백시내까지 걷는 게 아픈 걸 떠나서 꽤나 불편하고 귀찮았다.
경사진 내리막길을 따라 20여 분 정도 걷다 보면 6길의 첫 번째 사진 스폿인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9. 걷기 좋았던 지지리골 자작나무숲. 이 장소까지 왔다면 도착지점까지 반 이상은 온 것이나 다름없다.
해당 지점은 중간 스탬프가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미리 챙겨간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면서 20여 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숲길을 따라 걷는다. 자작나무 숲에서 6길의 도착지점까지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숲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본격적으로 태백시내로 접어들게 된다.
태백의 벽화마을은 달랐다
숲과 산을 통과해 도로가로 내려와 걷다 보면 두 번째 사진 스폿인 벽화마을을 지나친다. 옛 석탄산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당시 광부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한 집들의 벽면 곳곳에 그려져 있다.
마을 곳곳의 풍경 하나하나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전국 곳곳에는 이처럼 벽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중소도시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곳의 벽화마을은 지금껏 보아온 벽화마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고된 광부의 길을 택한 옛 아버지들의 얼굴을 하나같이 시커먼 석탄재가 잔뜩 묻은 모습이다.
일단 벽화의 그 스토리 자체가 명확하고 흥미를 끌만한 요소이기에 보는 이들의 호감을 더욱 자극시킨다. 그 작은 마을의 전반적인 느낌이나 풍경 또한 매우 깨끗하고 아기자기 귀엽고 예쁘다. 글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직접 눈으로 구경하길 바란다.
11. 태백 벽화마을의 어느 나무 아래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꽤나 멋스럽게 느껴졌다.
벽화마을의 풍경을 충분히 즐겼다면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벽화마을에서 최종 목적지인 ‘전승자의 탑’ 까지는 1시간 정도면 도달한다. 걷는 과정에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으며 그저 태백 시내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부지런히 걸어 마지막 스탬프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간혹 사람들이 헷갈려하기도 한다. 마지막 스탬프가 있는 곳에서 4차선 도로 맞은편에 ‘전승자의 탑’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있는데 그 길을 올라 전승자의 탑 주변에서 스탬프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6길 도착지점에서의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며 운탄고도 트래킹이 모두 종료되는 순간이다.
스탬프는 탑이 있는 공원까지 올라갈 필요 없이 큰 대로변에 있기 때문에 혼동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승자의 탑 옆에는 삼척으로 가는 7길의 시작점이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7~9길은 도보여행자들의 안전을 이유로 현재는 공식적으로 6길까지만 걸으면 완주를 인정해주고 있다. 언젠가 남은 3개의 삼척 구간의 정비가 끝나 개통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6일 동안 120km에 달하는 운탄고도 트래킹이 끝을 맺었다. 걸어왔던 지난날들을 하루하루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또 생각보다 뜻깊고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수년 동안 걷고 싶었으나 마음속으로만 꿈꿔왔던 운탄고도를 완주했다는 생각에 그 성취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졌다.
운탄고도 트래킹에 대해 꼭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체력만 된다고 해서 완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예비 완주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각 코스별 숙식 문제와 원점회귀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문제 등은 사전에 반드시 꼼꼼하게 체크하고 준비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갔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완주하기까지의 여러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탄고도는 도보여행,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글을 쓰면서 트래킹 과정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참 좋은 추억거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길 위에서 보낸 6일 동안의 시간이 꽤나 힘들었지만 참 즐겁고 행복했다.
누군가 그 길에 대해 궁금해하고 도전하려 한다면 필자는 언제라도 기꺼이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풍부한 이야기보따리를 한껏 풀어줄 생각이다. 행복했다. 운탄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