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지침서
[심각했던 스스로에 대한 고찰]
내가 벌써 직장생활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10년 동안 사회초년생으로서 가장 크게 고생했던 부분은 윗사람에게 보고할 때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었다. 아무리 영혼을 끌어모아 보고서 잘 써보겠다고 몸부림을 쳐도, 직장상사의 휘갈기는 펜 흘림 한 번에 보고서는 반려됐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반성을 해봤다. 내가 뭘 몰라서 그랬다고 스스로에게 다음번에는 더 잘하자고 되뇌었다. 그렇게 1년을 까탈스러웠던 상사 밑에서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와 불만은 가득해져만 갔다.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보고서 작성하는 방법을 어떻게 하면 스스로 깨우쳐서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텼던 것 같다.
처음 작성했던 보고서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부서의 인사행정에 관한 보고서였는데, 하나의 보고서로 몇 날 며칠을 계속 수정하고 수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최종 결재가 났고,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러다 보고서 작성의 횟수가 잦아지고, 작성하면서 다뤄야 할 주제도 다양해졌다. 그러면서 중간관리자 하나가 바뀌었는데, 그 중간관리자가 문제였다. 톳 씨 하나부터, 단어 선택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다시!"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초년생이었지만 무게감 있는 책임을 지는 나였기 때문에 더 혹독하게 교육차원의 시비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것]
보고서를 수년간 작성해보니, 정답은 없었다. 그런데 오답이 있었다. 내 보고서를 결재하는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 그 상사의 입맛이 오답을 결정짓는 기준이 됐다. 쉬운 방법도 있었다. 끝까지 곤조를 피우면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 내 상사도 어쩔 수 없이 결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사이만 나빠질 뿐 현명한 직장생활의 Skill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본인의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다. 엇나가지 않는 보고서를 썼다면, 보고서 작성에 대해 조금은 더 고급화되어 다듬어질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10년 간 직장생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입장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철학과 노하우가 생겨났다. 그 결과물이 조만간 사회초년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단순 반복 요식행위? No No]
보고서는 단순히 직장생활에서 하는 반복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할까? 물론, 그런 보고서도 있다.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보고서.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ZERO PPT"를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보고서가 일을 위한 일이 되어버리는 탓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에서다. 보고서라는 정형화된 문서작성 때문에 쉽게 말로 풀거나, 글로 전달할 내용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력 소모도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보고 체계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간단한 내용은 보고서 없이도 보고할 수 있지만, 중대하거나 방대한 양의 보고 내용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프로젝트 계획을 보고하려고 하는데 말로 주절주절, 회사 메신저로 몇 줄 작성해서 보고한다면, 쉽게 날아가버리거나 그 프로젝트의 무게를 인식함에 있어서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그래서 보고서는 '잘'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
① 보고서의 개요
이 보고서가 작성된 이유를 먼저 설명한다. 이 보고서에서 서술될 내용은 어떤 내용의 업무이고, 어떤 것을 요구하니까 다 읽어보고 결재해달라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내용이 포함된다.
② 관련 근거
보고서를 보는 사람은 이 보고서가 객관적인지에 대해 첫 번째 궁금증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에 대해 어떤 관련 근거가 있었는지를 먼저 제시한다면, 보다 신빙성 있게 그 보고서를 바라볼 것이다.
③ 일반적인 내용
보고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 보통 육하원칙(5 W1 H)과 돈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있는데, 이 내용을 구구절절 작성하기보다는 간추려서 작성하는 것이 매우 좋다.
④ 특별한 내용
일반적인 내용들이 요약되었다면, 지난 업무와는 대조적으로 부각되는 내용이나, 회사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내용들은 따로 분리해서 보고서에 작성하는 것이 좋다.
⑤ 향후 계획
보고서가 승인되면, 향후에 어떤 일정으로 무엇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나오는 것이 좋다. 상급자로 하여금 이 보고서가 나중에 어떻게 흘러갈지 계획을 알면 100점짜리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