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이스와 줄리 Jan 29. 2016

‘구멍’에서 탈출한 신자들의 폭로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정화 :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신흥 종교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론 하버드(일명 LRH)가 1954년 창시했다. 우리나라에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가입해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교’라고 불릴 만큼 유명인사들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종교라는 속성 때문에 이름 자체에서 신비감을 준다. 과연 이곳은 무엇을 하는 집단일까? 


<정화 :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 이것이 넷플릭스에서 번역된 <Going Clear: Scientology and the Prison of Belief>의 제목이다. 미국에서 2015년 3월에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나라 안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사이언톨로지는 즉각 8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된 적이 없었고, 리뷰 하나 조차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영화는 몇몇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어떤 사건의 처음으로 돌아가 기억을 되돌리는 것에서부터 말이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의 핵심부에 있다가 탈퇴, 또는 탈출을 한 사람들이다. 해설자는 이들의 말과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편에 섰다. 초반부에는 이들의 증언과 함께 존 트라볼타, 톰 크루즈의 활동 영상이 나타난다. 말로만 들었던 이들의 종교활동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영상이 조악하기 짝이 없고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달랐다. 창시자 LRH의 사진에 강하게 경례를 하고, 핵심 지도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이들을 그렇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다큐는 이 종교의 창시자의 생애에서부터 시작한다. LRH로 불리는 론 하버드, 그는 대공황기에 싸구려 소설을 쓰던 작가였다. 타자치는 것과 글짓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던 그는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데에 천직을 발견한다. 그가 쓴 수많은 공상과학 이야기들이 이후 사이언톨로지의 신앙적 기반이 된다. 돈을 벌고 싶었던 그는, 일찍부터 종교를 구상한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종교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일종의 교리서인 “다이어네틱스”라는 책을 발간하고 종교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다. 마음에 담긴 안 좋은 기억들을 털어놓고 해소하는 행위를 통해 영혼을 정화한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었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보다 전류를 약하게 잡는 “E-미터”라는 “생각 감지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놀랍게도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일종일 수 있는 그의 논리를 믿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LRH는 자신의 목표를 빠르게 추진했다. 교리의 단계를 만들었고, 돈을 지불하게 했다. "Sea project"라는 일종의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사이언톨로지 배 안으로 끌어들였다. ‘감사자(Auditor)'라는 직책을 만들고 조직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이 종교에 모든 것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때 LRH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돈‘이었다. 


하지만 LRH는 시간을 막을 수 없었다. 종교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는 후계자를 지목하는 일 없이 1986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발표한 미스캐비지라는 이가 자연스럽게 사이언톨로지의 두 번째 리더가 되었다. 이 때부터 사이언톨로지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사(Audit)라고 불리는 마음 정화 행위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등 단계로 올라갈수록 논리의 한계가 드러났다.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빠져나가기 전에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감사 행위를 더욱 교묘하게 이용한다. 마음을 정화하는 일이라며 신자의 사적인 행동까지 모두 털어놓게끔 만든 것이었다. 


한 가지 더, 이들은 교세 안정을 위해 적을 만든다. 바로 국세청이었다.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인정해주지 않는 국세청과 전면전을 펼치면서 이들은 단합한다. 어떻게든 틈을 찾아내 고소전을 펼친 결과, 사이언톨로지는 국세청과 협상에 들어가고 결국 종교로 인정받아 세금을 면제 받는다. LRH 때부터 추진되던 면세를 이룬 미스캐비지는 이 기회를 황금 같이 이용한다.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한 것이었다. 종교 명목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수많은 건물들을 사들였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동원됐다. 특히 톰 크루즈라는 걸출한 배우에게 더 가까이 접근했다. 감사를 통해 그의 삶을 파악했고, 그가 계속 사이언톨로지의 사람으로 활발히 활동하게 만들었다. 톰 크루즈도 미스캐비지의 최측근으로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할리우드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였을 것이다. 

이 모든 장면들이 지나가고 사이언톨로지의 민낯은 그 다음부터 드러난다. 바로 신자 학대, 착취, 폭력이었다. 


지도부는 ‘구멍’이라는 건물을 만들어 문제 되는 신자들을 이 곳에 보낸다. 때리고 협박을 하며 시급 40센트를 주면서 착취한다. 때로는 ‘의자 뺏기 놀이’라는 걸 시켜 수감된 사람들끼리 서로 죽을 만큼 경쟁하게 만든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끊어지게 만든다. 이 모든 이야기를 과거 사이언톨로지의 신자였다 탈퇴한 사람들이 폭로했다. 이들의 입을 통해 처음에 응용철학이라며 밝게 다가오던 종교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것이다. 


다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들의 말로 끝을 맺는다.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이언톨로지는 여전히 교세를 과시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바로 반박 동영상을 만들 만큼 말이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면세를 받고 있지만 영국, 독일, 캐나다 등에서는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톰 크루즈 역시 최근 딸 수리 크루즈와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종교를 탈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폭로하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어느 한 쪽 편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한 다큐멘터리다. 


영상을 보면서 사이언톨로지는 우리나라에서 신도 한 명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종교지만, 우리나라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이들의 행태는 우리가 여러 콘텐츠를 통해 이따금씩 만나는 문제 종교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나라 종교의 상황에 넘어와서 문제를 제기하자면 이 글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의 문제점을 근본부터 파헤치기는 쉽지 않다. 극단주의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근본과 폭로, 탐사에 충실한 <정화 :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은 제 역할을 했다. 


참고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17395358

http://www.huffingtonpost.kr/2015/04/01/story_n_6983080.html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24640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C%9D%B4%EC%96%B8%ED%86%A8%EB%A1%9C%EC%A7%80%EA%B5%90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이 글을 비롯한 다양한 글을 byulnight.tistory.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00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