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이스와 줄리 Aug 19. 2016

<청춘시대>에서 발견한 애정, 추억, 음악

당신에게 <청춘시대> 정주행을 권하는 3가지 이유

청춘, 그리고 시대. 허공에 날리기 좋은 두 단어다. 우리는 이 두 단어를 얼마나 가볍게 던지곤 했던가. 후배들에겐 ‘그래도 너넨 청춘’이라면서 의미 없는 위로를 건넸다. 또 삶을 비관하며 ‘지금은 헬조선 시대’라고 자조했다.      

그렇게 참을 수 없이 가벼워져버린 두 단어를 용기 있게 조합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JTBC의 <청춘시대>. 부제는 ‘여대생 밀착 동거담’이다. 제목에서 느껴진 첫인상은 더없이 가볍다. 하마터면 이 드라마에 ‘입문’하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다. 다행히 나는 우연한 계기로 보물을 발견했다. 청춘시대의 제목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마음을 울린다.      


청춘시대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드라마 <연애시대>를 쓴 박연선 작가가 극본을 맡은 작품이다. 마치 연애시대의 후속작인 것 같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전혀 다른 주인공, 분위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니 10년이 흘렀으니 더 발전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여기서 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청춘시대> 정주행을 권하고픈 이유 3가지 키워드를 발견했다. 바로 ‘애정’ ‘추억’ ‘음악’이다.      

1. 인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애정 

청춘시대에 주인공은 5명이다. 윤진명(한예리 분), 정예은(한승연 분), 송지원(박은빈 분), 강이나(류화영 분), 그리고 유은재(박혜수 분)까지. 각기 다른 배경, 성격, 나이, 외모의 여대생 5명이 쉐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작진은 5명의 이야기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처음은 은재의 벨 에포크 입성기로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제 할 말도 못하는 소심한 은재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리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은재의 입장에 서게 했다. 이어진 회차에서는 평범함을 얻기 위해 알바+취업준비라는 혹독한 삶을 사는 진명의 이야기, 나쁜 짓을 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 뿌리치지 못하는 예은의 모습, 좌중을 뒤흔드는 매력이 있지만 아직 연애는 못해본 지원의 에피소드, 마지막으로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뒤 트라우마로 인해 오히려 과시하는 삶을 사는 이나의 배경까지.      


사실 5명의 삶을 한 문단으로 요약하면 뻔하다. 어쩌면 우리 옆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 아닌가 싶을 만큼 일상적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우리들의 일상을 대표하는 인물을 통해 현실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에 치우치는 것 없이 말이다.      


드라마에서 5명 주인공은 모두 소중하다. 한 명도 쉽게 내칠 수 없는 우리 식구(食口)다. 식구는 참 소중하다. 같이 밥숟갈을 공유한 사이는 쉽게 끊어낼 수도 없다. 끊어내는 순간, 아프다. 청춘시대 제작진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런 심정으로 다뤘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청춘시대는 가치가 있다. 인물에 애정을 둘 줄 아는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는 분명 옳다. 애정이 들어간 만큼, 시청자도 애정을 느낀다. 작가는 그 애정을 8회에서 지원의 입을 빌려 말했다.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그 사정 알기 전까진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 된다는 거고. 너만 해도 그런 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해도 너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어떤 거. 그러니까 남에 대해선 함부로 이게 옳다 그르다 말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애정, 작품을 향한 제작진의 애정, 그 어떤 애정이든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청춘시대를 권하는 첫 번째 이유다.      

2. 머리 한 구석에 박제되어 있던 기억을 소환하기=추억 

청춘시대는 제목에 충실한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있었고, 있고, 있을 한때인 청춘의 한 시절을 그리고 있다. 20대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이야기가 이 드라마에는 있다.      


대학생 1학년 때 시나브로 누군가가 좋아져 집 앞에서 첫 키스를 했던 기억, 함께 사는 친구들과 의견이 엇갈려 언성 높이고 싸웠던 기억, 한때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키득거리던 기억,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겠다고 밤낮없이 젊음을 던져 몇 천원짜리 시급에 내 몸을 맡겼던 그런 기억들까지.      


이렇게 청춘시대는 우리 머릿속에 박제되어 있던 기억을 꺼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까지 8시간 남짓 방영된 드라마를 쭉 따르면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는 순간이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 장면 하나를 뽑자면 단연 진명의 이야기다. 진명은 자신에게 무한한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박재완(윤박 분)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져요. 여기서 약해지면 진짜 끝장이에요. 그러니까, 나 좋아하지 마요”      


우리 모두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또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워본 적이 있다. 겨우 마음을 추슬러 나만의 패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그때, 누군가가 내 마음에 성큼 다가선다. 나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호감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드라마는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덮어버렸던 한때의 날선 감정들을 회복시킨다. 그래서 좀 더 풍성한 감정을 누릴 수 있게 돕는다. 그런 점에서 난 청춘시대가 고맙다. 억지로 가둬버린 추억들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추억을 불러옴으로써 차가워진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멈춰버린 마음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싶은 당신에게 청춘시대를 권하는 두 번째 이유다.      

3. 눈과 머리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귀도 즐겁다=음악 

어떤 영상 콘텐츠가 됐든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이의 ‘청각’은 더욱 세심히 챙겨야 할 부분이다. 청춘시대는 그런 점에서 참 뛰어난 드라마다.      


과거 연애시대 역시 음악적인 면에서 두각을 드러냈었다. 음악가 노영심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드라마에 온기를 한껏 더했다. 반면 청춘시대는 그때의 음악보다 청량감이 더 느껴진다. 음악감독도 다른 분(이남연)이기도 하지만 내용과 분위기 자체가 달라서일 것이다.      


청춘시대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대부분 이미 발표된 노래들로 이뤄져 있다. 드라마를 위한 노래를 따로 제작했다기보다 국내 인디와 포크, 해외 음악을 직접 골라내 삽입했다. 그래서 장면마다 흐르는 노래들이 더욱 반가웠다. 과거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음악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러 좋은 음악들 중 주로 귀에 걸리는 음악들은 단연 국내곡이다. 특히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미 적잖은 영화와 드라마의 OST로 삽입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노래는 이번에도 청춘시대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마음이 짠해지는 장면마다 그들의 노래는 감정의 폭을 더했다. 이 중에서 “잠을 깨우고 날아가려 해”라는 가사가 두드러진 Butterfly라는 곡은 2004년 소규모아카시아밴드 1집에 수록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이밖에 안녕의 온도, 강아솔의 노래가 드라마에 삽입됐다. 모두 음악가들이 기존에 발표했던 곡이다. 드라마를 위한 노래라기보다 이전에 있던 좋은 음악을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청춘시대 속 음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모처럼 좋은 노래들, 또 감정의 진폭을 더할 멜로디를 듣고 싶은 당신에게 청춘시대를 권하는 세 번째 이유다.      

현재까지 방영된 청춘시대 8회분을 뒤늦게 정주행한 장본인으로서, 드라마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애정이 깊은 만큼 글도 길어졌다. 그냥 우리네 친구들의 삶을 드라마로 대표해 표현한 것뿐인데, 왜 이리 마음이 가는 건지.      


청춘, 그리고 시대. 허공에 날리기 좋은 두 단어다. 우리는 이 두 단어를 얼마나 가볍게 던지곤 했던가. 하지만 청춘시대를 보고 나면 이 두 단어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우리에겐 애정을 담고 함께 할 친구들이 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들 추억이 있기 때문에.      


사진 출처 : JTBC


* 잘 읽으셨다면 이곳을 눌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불편해서 고마웠던 영화, <터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