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남윤 PD 님과 삼삼오오 수다모임 <개강은 핑계고>
*신세한탄을 곁들인 후기 1편
https://brunch.co.kr/@bsdudtj12/18
<개강은 핑계고>는 언론고시 준비생들이 모르면 간첩인 쾌남윤 PD님이 주최하신 수다모임의 부제다. 워낙 자주 들여다보던 블로그에 흥미 돋는 키워드로 떠들어 재낄 분들을 모신다니 내가 선뜻 가도 되나 했다. 난 I니까. 새로운 사람들을 그것도 나와 같은 계통을 바라보는 분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자리라 그런지 긴장감이 배가 됐다. 언변이나 취업 준비에 있어서 참신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생겼나. 요즘 사람들과 대화한 지 오래돼서 사회성이 조금 퇴화했나 보다. 하지만 웬걸 마침 나는 개강한(*진짜 강한) 대학생이기도 했기에 수다 떨 소재는 충분할지 모른다며 자기 최면을 걸고 집을 나섰다.
본격적인 취준에 돌입하기 전인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을 자주 오고 갔다. 그전에는 고향친구들과 머리 풀고 놀러만 다녀가던 서울을 이런 수다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길에 오르다니. 일단 간만에 오는 서울이었기에 약속 하나를 더 잡아서 올라왔다. 서울에 오는 길은 언제나 즐겁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달까. 여하튼 과연 어떤 분들이 계실까? 방송직군의 사람들이 많으려나 아니면 직장 썰 같은 웃픈얘기를 하다 올까. 일면식이 없는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의 자리는 언제든 낯설고 설렌다. 설레지만 가장 어렵기도 한 자리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오랜만에 사람을 봐서 말을 더듬지는 않을지가 항상 걱정이 된다.(*진짜다) 매번 이래서 어렵다. 상대가 어떤 사람들 일지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낯섦과 임기응변 때문이 아니라 이 나이 먹도록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힘든 것 같다. 이런 잡다한 생각을 제쳐두려 노력하며 괜히 서점에 들러 책을 떠들러 봤다. 그리고 다시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전이었는데 시간이 조금 남은 김에 5분 일찍 착석했다. 주최하신 쾌남윤PD 님이 먼저 와계셨는데 경황이 없어서 우왕좌왕 인사를 나누었다. 이미 유튜브 상으로 참 많은 도움을 주신 익숙한 분인데 막상 뵈니 또 낯을 가리게 되는 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셨다.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하니 사전 질문지에 제출했던 내용을 언급하셨다. 이것 때문에 올라온 게 아니냐며 걱정해주신게 무색했다. 나는 약속을 두 개를 소화하러 왔기 때문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8명의 인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수다수다한 명목으로 모인 자리만큼 수다맨들인 참가자분들이 오셨을 줄 알았지만 다 나와 같이 낯을 가리시거나 차분하신 분들이 많았다. 나는 I였지만 거기서는 옆에 언론고시를 준비한다던 내 또래 참가자분과 함께 E로 분하여 참여를 해야겠다고 시작부터 다짐했다. (*마음만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첫인상보다는 다들 편해지셨는지 말씀들을 유쾌하게 다들 잘하셨다. 각자의 인생에서 험난하거나 혹은 열정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중인 분들이 많았다. 전혀 다른 성격과 세상에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멋있기도 하고 감명도 받는다.
역시 그간 예능을 맡으셨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스브레이킹 테마는 라스의 한 장면이었다.(* MZ 같다고 느꼈다) 처음 보는 상대방들의 첫인상만 보고 예상가는 직업군과 전공을 맞춰봤는데 이런저런 경험으로 남의 인상이 이래서 이럴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 조차도 내가 꽤 조심스러워하게 됐구나를 체감했다. 너무 진지하게 임하지 말아야겠다고 되뇌며 이건 게임일 뿐이라고 상기했다.(*취준생의 비애라고 해두자. 원래 이렇게까지 진지하지는 않다) 역시 대학교 친구들과 어울린 지 꽤 된 보람이 있는 순간이다. 다들 게임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과 직업을 선택한 이유 같은 각자만의 이야기도 꺼내게 됐다.
인트로에 걸맞은 아이스 브레이킹을 지나 다음 코너로 넘어왔다. 본인을 표현하는 오늘의 나를 나타내는 사진을 준비해 주시라는 윤 PD 님의 요청이 있었다. 역시 역량 있는 PD 요건은 이런 사소한 아이디어 싸움임을 느꼈다. (*수다모임 나와서 이런 생각하고 있는 취준생의 비애라 하자) '개꿀이다'라는 지하철 광고 카피를 찍어 퇴사한 요즘 기분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깜찍한 사연도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소개는 굴렁쇠 사진이었다. 어디로 갈지 목표를 정해두지만 어떻게 흘러가고 급변할지 모르는 환경이라는 세상 속에 결국 떠다니듯 여정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사진만으로도 통찰을 이끌어내는 게 자기소개의 매력인데 나는 <미키 17> 원작 소설 표지를 찍어서 별안간 영화감상 평을 말하고 왔다. 다소 평면적인 틀의 자기소개였던 것 같아서 복기해 보니 조금 아쉽다. 더 말 잘하고 올걸!
각자 정해온 닉네임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았다. 다들 그 짧은 닉네임에도 본인만의 에피소드를 엮어서 매력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호소인'이라고 소개하신 분도 기억에 남는다 그 본질에 가깝진 않지만 따라가려하는 본인을 나타내는 의미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들은 다른 분이 호소하기까지도 노력이라고 짚어주신 것을 듣고는 왠지 감동했다. 나는 '민초'였다. 타인이 나라는 이미지를 바라볼 때 슴슴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취지였는데 이건 최근 몇년 간의 내 좌우명이기도 했다. 어릴때는 이를테면 똑똑한 사람만으로 기억되고 싶다든지 와 같은 틀 안에서 바라봐주길 원했다면 지금은 나쁘지 않은 정도만 되어도 만족한다.
이날 모임에서의 마음가짐도 그랬다. 참석하기 전만해도 참신한 언변의 장을 펼쳐놓아야 하는 것인지 부담을 안고 갔다. 막상 참여해보니 그렇게 방송 관련 이야기가 주가 아니었기도 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나누거나 본인의 에피소드를 가치관과 곁들여 말하게 되는 시간들이 주였다. 오히려 초면이었기에 '털어놓는다'는 의미에 있어서도 부담이 덜했다. 서로가 서로의 고민을 경청하고 해결책이나 의견을 전달해주신 덕에 예상치 못한 퀄리티 있는 상담을 받은 기분이다.
사람의 진심이나 자전적인 스토리를 끌어내주신 참가자분들 덕에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게됐다. 어떻게 하면 현 상황에 멈춰있지 않고 내 적성과 흥미를 새롭게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번씩 해봤을 거다. 각자 본인이 처한 환경이나 경험들을 바탕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듣는 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과 의견을 전달해주면서 실마리가 풀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았다. 다들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생각보다 깊은 대화까지 나눴던 자리여서 더욱 인상이 남는다. 다들 취업고민이나 새로운 직무로의 이직고민 등으로 개인적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무거운 고민들도 적지 않게 나왔는데 중간마다 PD님께서 분위기가 너무 다운되지 않게 적절히 환기해주셨고 패널분들도 쾌활하게 이끌어주셔서 원활하게 진행됐다.
윤PD님이 이야기 보따리를 갖고올 대화 키워드를 미리 준비해 주신 바 있다. '콘텐츠' '소비' '고민' '도전' 등 모든 키워드들이 하고자하면 한 사람당 장장 1시간으로도 이야기 소재를 끌어낼 수 있는 주제들이어서 한정된 시간이 매우 아쉬울 정도였다. 쾌남윤 PD님의 구독자들은 방송직무 준비생이나 비중이 클 것이기에 방송 관련 직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다른 직군 준비생이나 타직군에 재직중인 분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생 전반에 대한 (ex. 인간관계)고민, 가볍게 나누기 좋은 콘텐츠들을 앞으로도 기획하실 예정이라 한다. 여러 주제의 키워드로 가볍게 수다 떨러 오셔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중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고민거리가 있으면 해결책을 던져주실 분이 등장하실 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가져가시길 바란다면 추천드린다. 특정 직군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이들이 이야기를 풀수 있게끔 하는 흥미로운 키워드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음 모임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쾌남윤PD님의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yunjh90&tab=1
그럼 난 다시 공부하러 떠나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