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의료정책 방향

by 배상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진행된 건강보험 통합 및 의약분업과 200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진 보완적 성격의 정책 이후에,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의료체계의 발전은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 발전에 따른 역사적 경과에 따라 다양한 경로가 있고,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의료기술 발전이 수용되는 것 외에 현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피분야나 지역에서의 인력 부족도 제도적으로 병상 통제를 하거나, 진료권 별로 건강보험 재정을 분리하거나 의사결정 권한을 나누어 경쟁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역별로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의료와 관련된 사회 문제들을 자발적 움직임을 통해 다루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건행정에서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나 의료기술 발전 외에는 중앙 정부에서는 중요한 일로 취급하지 않고, 분야별로 예산을 만들어내고는 결과로 지역을 줄세워서 평가하고는 한다. 보건 분야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평가 비중이 낮아서 자율적으로 할 수는 있어서 지역의 역량에 달린 문제이기는 하지만, 시범사업처럼 특정 영역을 정해서 이론적으로 진행해서는 이미 기본적인 제도가 어느정도 갖추어진 상황에서 현실 문제들을 지역 단위에서 책임성을 가지고 다루어가기 어렵다.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에 이론적인 지식에 의해 정책을 주도하기 어렵지만, 일부의 성공 사례들도 지식에 의한 보이는 기준으로만 평가하고, 이를 정치적 경쟁과 예산 싸움에 써먹는다. 고혈압, 당뇨병 등록관리센터가 보건기관과 의료기관의 협력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성과가 나타났지만, 이후에 예산은 없어지고 유사사업들은 세부적인 기전만 강조하면서 예산 싸움에만 써먹는다. 전문질환센터도 기관에 따라 급성기 질환이나 특정한 환자군에서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지만, 나타나지도 않은 지역사회 효과를 얘기하기도 한다. 지역별로 협력체계를 포함하여 지식으로 얘기할 수 없는 여러가지 부분들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앙집중적인 행정체계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로 판단하기 어려운 보건학적 성과에 대한 지역별 경쟁은 없고, 세부적인 일들에 대해 공무원 조직의 선의와 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지식들도 돈벌이에 쓰는 경우도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집단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시하고 모든 것을 개인별 치료의 필요성만 강조하는 것이다. 방송에서 별 효과도 없는 영양제와 약품 광고가 이어지는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데,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송에서 이런 일이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체계 내의 진료과정에서 효과가 없다고 설명이 잘 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의료 광고를 금지해도 별 관계가 없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 한쪽은 저런 일로 기업의 돈벌이를 돕고, 한쪽은 이런 일을 반대하면서 유명세를 타는 것에 대해 의사들의 자율적인 통제가 생길수도 있다.

코로나처럼 정책에서 문제나 행동 방법을 완전히 잘못 설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기피분야나 필수의료 정책처럼 대규모 재정지원이 약속되니, 현실과 동떨어진 일정한 프레임을 논쟁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시장이 형성되면 기존에 잘 운영되던 일들도 엉망이 된다. 코로나 방역은 사회에만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보건소나 공공병원 모두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번 의료정책도 지역별 경쟁은 없고, 직접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이 없는 지식에 의한 선전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기본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 외에는 중앙 정부에서 진료권 단위에서 전문가 체계로 운영되는 의료 문제에 대해 책임성을 가지고 다루기가 어렵지만, 정치적인 경쟁 속에서 논쟁의 소재로 쓰이기 마련인데, 중앙 정부가 하는 일은 논쟁에 참여하면서 예산을 적당히 나누어주는 것 뿐이다. 행정이 집중된 상황에서 결과에 대해서 줄세우기를 시키면 되기 때문인데, 현장에서 성과가 나오면 정책의 결과요, 아니면 기관이나 지역 탓을 하면 그만이다. 정책이 다루는 문제가 어느정도 잘 정의되어 있어서, 결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후임자가 이어서 다루기라도 하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하면 사람이 자주 바뀌는 공무원 조직 탓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의료체계에서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는 정책에서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코로나 시기에 공공병원에 투입한 감염병 관련 예산이 공공병원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이미 쉽게 가능한 감기 진료에 예산을 투입하면, 공짜 예산에 조직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을 수 있고, 정신상담을 늘리는 것과 인구집단의 정신건강 개선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일반인도 상식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문제를 예산을 투입해서 공개적으로 다룬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회적 변화가 나타날 수가 없다. 만성질환자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동일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고, 주치의 효과는 밝혀져 있는데 이를 제도로 만들어서 다룬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역 단위에서 정책으로 다루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 경쟁이 나타나지 못하는 한 방법은 없다.

병상 등의 자원에 대한 진료권별 제한, 의료광고나 의약분업 등에서 나타나는 환자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시장을 없애는 일 등은 코로나 방역을 없애는 것과 같이 제도만 바꾸면 되는 일이고, 의료 제공에서 직접적으로 변화가 나타나야 되는 일들은 진료권별로 집단적인 경쟁이 나타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역의료발전기금을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하던데, 의료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론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은 건강보험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맞고, 의사결정권한이 지역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지역별로 경쟁이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의료관련 문제에 필요한 예산이 경제 개발보다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자체에도 그정도 예산은 충분히 있다. 정부 예산으로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 놀이를 하고 있으면 자원만 낭비하고, 현실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번에 의료정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봤으면 반응이 있어야 한다. 일단 코로나에서 집단적인 공포심을 낮추기 위해 행동은 할 줄 모르고 논쟁에만 오랫동안 참여했듯이, 이후에 나타나는 중요한 정책적인 기회에서도 집단적인 제도 변화를 얘기하면서 나설만한 행동은 아무도 안한다. 세부적인 문제로 논쟁을 만들어 정치권의 싸움에 기여하면서 현실 변화를 막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만한 행동만 한다. 의료정책은 복잡할 것이 없고, 똑똑한 사람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판만 깔아주면 된다. 희귀질환은 서울 대형병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기업에 돈 벌어주고, 건강관련 논쟁만 생기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일들이 줄어들 수 있는 제도만 만들어주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한다. 기본적인 제도를 완비하고 지역별 경쟁만 나타날 수 있도록 하면 되고, 그 이후는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경로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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