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 행동이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자유로운 의견이 나오는 것이 힘든 것처럼 보인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정치도 인기를 얻으려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자극적인 이야기도 만들어내지만, 현실에 직접적으로 변화나 움직임을 만들어낼 만한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집단이라도 소속된 조직에 반대되거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만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이러한 행동이 오랜기간 지속되면 개인이나 조직이나 발전이 없고 망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자원을 투자해도 현실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현실 문제 해결을 통한 변화나 발전이 나타나지 못하니, 법이나 규정을 변경하거나 재정을 투자해도 , 이후에 필요한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고사하고, 집단적으로 이권을 보호하거나 사업을 만드는 행동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 나타난 중국을 막느냐, 3T를 할 것인가와 같은 현실문제와 동떨어진 논쟁을 만드는 것과, 이후에 안전에 관해 강조를 하면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는 이권사업들을 만드는 것이나, 대규모 재정 투자가 예정된 의료정책에 의대정원에 관한 논쟁만 나타나는 것이 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는 공포심을 낮추기 위한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안전은 기본적인 행동을 잘 갖추도록 하는데서 보장되고, 현 의료체계의 문제는 병상 등의 자원에 대한 통제가 우선인데, 모든 사건에서 예산을 차지하기 위한 행동은 있어도 이익이 되지 않는 공동체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때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집단 행동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났듯이, 문제가 발생하면 의도적으로 정치적 논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하거나 영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 활동했던 전문가 집단들은 아직도 이에 대해 공개적인 반성을 내놓은 적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에 영웅처럼 받아들여졌던 전 질병청장은 코로나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요즘은 지역의료와 같은 보건문제를 얘기하면서 정책 문제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노골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증원 규모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매번 서울지역 대규모 병원들의 저항이 나타나고, 많은 손해를 입는 것이 보도되는 것은 기본적인 문제를 가리도록 작동하고 있다. 병상 제한 등의 기본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진료권별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대증원 논쟁을 통해 서울 대형병원과 지역병원의 싸움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진료권 내의 의료전달체계를 망가뜨리면서 어느정도 부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고, 단순히 학생 정원을 늘리고 재정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이를 직접적으로 바꾸지도 못한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병상 제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자신들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절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번 정책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들도 정치적 논쟁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해결책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규모 의대증원을 앞장서서 주장했으나, 야당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이제는 정부의 집행과정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불필요한 의료비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진료권별로 병상과 같은 자원은 통제를 해야 하고, 의원은 경쟁이 될수록 결과가 개선되는데,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병원은 규모가 작아서 문제이니 투자를 해야 하고, 의사의 절대 수는 적은 나라에서 외국과 같이 의원 개원도 통제를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대표자를 내세워서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정책에서 각 조직을 대표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찬가지인데, 특정 대학의 입장을 대변하고 해결책은 얘기하지도 않으면, 도대체 뭐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소속 대학이나 병원, 정치권에 붙어서 해결방법은 얘기하지도 않고 영웅놀이나 하고 있으면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이 수업을 거부하니,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겠다고 하면서 사직과 파업을 얘기하는 교수집단의 행동을 보면, 전공의나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네들 허락없이는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 대형병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지만 어중간한 수련병원들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인데,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디에 저항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정책 예산을 차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동료도 후배도 제자도 없는 희대의 막장 싸움을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
고소득을 올리는 사회 고위층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귀족 노조라는 말도 있지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를 포함한 사회의 여러 조직들도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을 위해 단결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이 지속되면 행동이 현실과 동떨어져 사회의 발전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체나 망가뜨리고 다닌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충분히 발전해서 먹고사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고, 집단주의 문화를 이용해서 비인간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데, 예전에 비해 공동체가 무너져서 보호장치도 약해져 있다.
이런 목적으로 집단 행동이 강화되는 것은 현실에 필요한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있을 수 없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막고,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이 나타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전반적인 의사결정에서 최소한의 논리적인 정합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시기를 놓칠 수 있는데,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과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이후의 결과는 현실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기존 질서로 복귀하게 된다.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현실 문제가 잘 해결되면 이후에 이에 따라 나머지 문제들도 조정될 수 있겠으나, 현실 변화없이 자원만 대충 배분하고 끝나게 되면 이후에 동일한 문제를 다시 겪으면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
정치는 권력 배분이고 이를 통해 어떤 일을 해서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최근의 정치는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원만 적절하게 투자하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을 위해, 기업 홍보를 위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겉으로는 사람이나 상품을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방향을 바꾸거나 반대편을 막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정치나 정책에서 목적을 위해 필요한 여러 행동들을 명확하게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무엇을 막는 것이 중요한 지도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새로운 행동을 통해 변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이후로도 여러 다른 노력들이 더해져야 하는데, 방향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집단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개인이나 조직에서 자발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어렵다.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든지, 정부에서 방향을 명확하게 하든지, 이제는 좀 현대사회로 갔으면 좋겠다. 쟤들 도대체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