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공의 대표는 대화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의사협회장의 말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앞장서서 오는 18일로 예정된 의사협회 휴진에 하루 앞서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의사들이 각종 단체들로 나뉘어 의견을 발표하니, 환자 단체도 나누어 의견을 발표하는지 언론에 92개 환자 단체들이 얘기한다고 하고 있다. 의사 외 직원들로 구성된 보건의료 노조에서는 휴진시 진료변경을 교수들이 하라고 하고 있다. 저런 행동을 안해도 이미 언론에서 이야기를 다 받아서 써주고 있었고, 새로운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 결과가 달라질 것이 조금도 없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집안에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용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는 편이다. 불교 서적 중에 개인의 변화나 발전을 위한 태도에 대해 잘 설명해주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책이 있다면 반야심경일 것이다. 최근에 이를 설명하는 책이 나와서 읽어보고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두고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것이 정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러 집단이 변화에 저항하는 가운데,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지식이나 기술은 가지고 있어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행동할 만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가장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은 서울대와 연세대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로 위 대학 출신들이 선출되는 것은 전통적으로 정책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의 비합리적인 모습을 개선하지 못한 체로, 시장 중심의 전문화된 의료체계에 의한 부작용을 방관한 정책들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수도권에 대규모의 기업병원이 설립된 이후로, 병상 확대를 무분별하게 진행하면서 진료권별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데에도 가장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충분히 발전된 이후에, 사회에서 나타나는 의료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온 경험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진료권별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다루면서 의료전달체계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행정의 의사결정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많이 참여하는 대학의 병원들이 수도권에 대규모 병원 운영을 통해 진료권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게 하는 것을 주도해 왔다. 지금도 이를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병상 통제는 얘기하지 않고 환자의 의료이용 제한이나 대규모 재정 투자만 얘기하고 있는데, 기피 분야(필수의료)나 지역의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렵다.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얘기하지만, 어차피 제한된 재원 속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넘기지 않는 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기술의 발전 외에, 오히려 다른 능력은 퇴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도 전공의 파업 이후에 아무런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집단적인 문제를 다루는 경험이 부족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코로나 시기에도 양쪽으로 나누어서 싸우는 프레임을 한번 만들어내니, 가장 중요한 문제인 공포심을 낮추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이를 전문 영역별 불균형이나 시장 중심으로 발전한 구조적인 문제들로 얘기할 수도 있으나, 지금처럼 정치에서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는 그저 경험이나 능력 부족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니 의대정원 숫자로 논쟁이나 만들면서 집단 싸움으로 몰고가는 정책 전문가 집단이나 전공의나 학생들의 반발 이후에 여러 비판을 하면서도 아무런 대안을 얘기하지 않는 의사 단체나 대학 교수들은 변화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정치적 지원을 바탕으로 병상 제한과 같은 기본 제도를 도입한 이후라면 몰라도, 필요한 행동 변화없이 적당히 예산을 나누어 주면서 집단 싸움을 만든다고 해서 행동 변화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전공의나 학생 핑계로 빅5라는 이름만 나오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지금까지 대규모 병상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던 집단들이 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홍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빅5병원들이 아니라 다른 수련병원들이다.
이제는 의사단체와 전공의 단체 대표자들의 의견다툼도 보도되기도 하던데, 전공의나 학생들은 이제 그냥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와 같이, 대학이나 의사단체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전공의나 학생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저 휴직을 할 뿐이고, 전공의나 학생들만 사직을 하고 피해를 입고 있는데, 아무리 욕을 하고 위협해도 신경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미 많은 문제들이 보도되어 의견을 얘기할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다른 직업에서 집단 행동을 해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 집단 행동이 정당화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간지 오래이다.
선거 이후에 대학이나 의사 단체가 행동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버린지 오래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설프게 싸움을 붙인 전문가 집단과 교수들, 의사단체인데,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으나 이는 능력부족이라 어찌할 방법이 안보인다. 그러나 전공의나 학생들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 하고, 이것도 변화나 발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상적인 행동이라면 초기 짧은 기간의 집단 행동을 한 이후에 정책적인 대안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단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을 바꾸어 돌아가는 것도 분명히 필요한 행동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필요한 행동을 하면서 발전이 나타난다. 현재 집단으로 나누어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여러 단체들은 현실 변화를 막고있는 것이고, 개인이나 조직에 어떠한 변화나 발전도 나타나기 어렵다. 지금 당장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전공의나 학생들이다. 지금은 어떤 얘기가 나오든지 무조건 돌아가는 것이 변화요, 발전인데, 그것만이 중요하고, 이런 경험도 나중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욕할 때 돌아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