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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Jun 07. 2020

도로주행 연습 전,
면허 따기 싫어졌다.

나는 걱정도 많고 불안도 많아서 확신이 없으면 행동하기가 어렵다.

도로주행 연습을 하기 전, 내가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냥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무면허 뚜벅이로 살아가는 게 미래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면허 따는데 쓴 돈이 얼만데. 학원비에. 시험비에. 거의 60만 원 넘게 썼는데 포기하자고? 나 부자는 아니잖아. 그냥 일단 따고 운전을 하지 말자.


나 자신과 타협을 하고 첫 도로주행 연습을 나섰는데. 아. 거짓말 안 하고 진짜 너무 무서웠다.

도로는 왜 그리 넓고 차들은 왜 그리 많은지. 분명 남자 친구는 도로주행 연습차량이면 다들 알아서 비킬 거야 했는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도 있고. 빨리 안 간다고 클락션을 울리는 차도 있고.

거의 패닉이 되어있는데 8차선 도로를 벗어나니 그래도 좀 차가 없이 한적한 도로가 나왔다.


선생님, 아까처럼 차가 끼어들었는데 제가 박으면 어떡해요.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뒤차랑 박으면요?

그럼 일단 실격 처리되고 보험사랑 이야기하면 되지. 쫄지 말어.


저는 너무 무서운데요. 다행히 도로주행 연습 내내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두 번째 도로주행 연습을 하는 날.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시속 30km 이하로 달리라는 안내말이 나왔다. 나는 분명 30으로 달리는데 왜 내 옆에 차들은 더 빨리 지나가지?


선생님, 왜 저 차들은 저렇게 빨리 가나요.

저러면 안 돼.

네...


선생님은 우회전 보조 신호기가 있는 구역에서 저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만 가야 한다고 했다. 네! 하고 기다리는데 내 옆에 차들은 슝슝 달렸다.


선생님, 저 차들은 왜 빨간불인데 가나요?

저러면 안 돼.

네...


좌회전을 하려고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했다.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차선을 바꾸는데 뒤차가 빵빵거리며 화를 냈다.


선생님,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지가 빨리 가고 싶은데 우리차가 들어오면 느리니까 답답해서 저러지. 예의 없는 새끼

아.. 네..




마지막 도로주행 연습을 하고 차에서 내리면서, 선생님은 잘했다고 이렇게만 하라고 하셨다.

음, 네. 감사합니다.


운전면허를 준비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면허 따기 너무 쉬운 것 아닌가?

대충 보고 가도 합격하는 필기시험, 4~6시간 연습하면 합격하는 장내 기능, 두어 번 연습하고 시험 치는 도로주행.

그래서 다들 처음엔 면허 따고 운전연수를 여러 번 하고 운전을 한다는데. 운전연수를 여러 번 하고 운전면허 시험을 치는 게 맞는 순서 아닌가. 내가 너무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가. 


어디 어디 시험장이 도로주행 코스가 쉬워서 시험 치기 좋아요. 라는 글들을 보면서 음. 쉽게 딴 운전면허증은 안 따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생명, 남의 생명 달린 운전대 잡는 면허증을 취득하는 건데. 쉽게 빨리 따는 운전면허?


기사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3&aid=0003458006



내일이 도로주행 시험인데. 불안하다 불안해.

합격하면 불안하고, 불합격하면 마음이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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