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화분 속 남자
제1장. 선인장 화분 속 남자(2)
“어... 어!”
방 안을 가득 메우던 빛이 사라지자, 미현은 조심스레 눈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눈앞에 보인 건 나체의 한 남자였다.
“악!”
겁에 질린 미현이 소리를 질렀지만 멀끔한 얼굴의 남자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녀도 그런 그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여 소리를 멈췄다.
“누... 누구세요!”
그러자 남자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지나가는 여자들 모두가 뒤돌아볼 듯한 미소 한방에 미현의 정신이 멍해졌다.
“말 못 해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안녕하세요?”
생뚱맞은 남자의 말에 미현의 사고가 정지되는 듯했다. 갑자기 이 남자는 어디서 나타난 거지? 난 선인장에 물을 주고 있었을 뿐인데...
“왜 우리 집에 와 있는 거죠!”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남자의 손가락이 선인장 화분을 가리켰다. 그러나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미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 도대체 어떻게 여기 있는 거냐고요!”
“저기요.”
“네?”
“선인장요.”
남자의 말에 아연실색해진 미현이 멍하니 선인장 화분을 바라봤다.
‘선인장? 선인장이라고!’
“사람 놀리지 말고... 아니, 돈 다 드릴게요. 여기서 나가만 주세요.”
“나갈 수 없어요.”
나갈 수 없다는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미현의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애원했다.
“왜요...”
“저기가 집이니깐요. 울지 말아요.”
남자가 다가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훔쳐 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미현은 남자가 하는 대로 두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뒤로 물러났다.
“나한테 왜 이래요...”
“미안해요. 겁이 나는 건가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갑작스러운 남자의 사과에 미현의 경계심이 조금 풀어지는 듯했다.
“나에게 원하는 게 뭐에요...”
“난 그저 여기 온 거예요.”
“왜요...”
“저기 살았어요. 저 선인장 화분요.”
‘미친 건가...’
미현은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걸 제치고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분명 집안에는 자신 혼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나체의 남자가 어디서 나타났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선인장 화분에서 나온 엄청난 빛!
“진짜요?”
“네.”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정말, 선인장 화분요?”
“네, 선인장요.”
“잠시만요.”
미현은 천진난만한 얼굴의 남자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빛 그리고 나체의 남자...
“나가요.”
“네.”
“이 꼴로 어딜 가려고요!”
순순히 자신의 말대로 집 밖으로 나서려는 남자를 보며 미현이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그때였다.
“어!”
미현의 몸이 기울자 남자가 다급히 그녀를 안았고, 두 사람은 그대로 침대로 풀썩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