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할 때 승률이 높은 사람을 고수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실질적인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다.
상승을 적중하는 것과 상승을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칭 전문가랍시고 광고하는 주식 리딩방 떨거지들도 개별 종목에서의 수익률과 수익금은 보여주지만 포트폴리오 대비 수익률은 공개하지 못한다(리딩방에서 대해선 다음 글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열 번의 매매 중 아홉 번을 이겨도 마지막 열 번째의 매매에서 이전의 수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손실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금융시장이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돈을 통해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종모양의 표준편차가 성립하지 않는 공간이다.
이는 언제든지 표준편차를 넘어서는 위, 아래 양극단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률에 집착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포지션과 반대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이를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짧은 손실을 감수하고 현재의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지만 승률이 낮아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손익비 보다 승률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벤처캐피털과 성공한 트레이더의 공통점은 투자 승률이 낮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대비 꼬리값이 몸통을 잡아먹는 수익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실이 연속적으로 발생할수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손익비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해나가야 한다. 승률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노력 없이 투자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놀부심보와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투자를 실행하기 전에 항상 수익(+)을 염두에 둔다.
마이너스의 결과가 나오는 상황은 전제로 깔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에 수익창출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러스를 예상했지만 마이너스의 결과가 나올 때 우리의 뇌를 이를 냉철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아직도 원시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시의 뇌를 가진 우리에겐 손실회피 성향이 내재되어 있는데, 손실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도 현실을 부정하고 상황을 객관화하지 못한다.
작은 수익이 나면 재빨리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에 자연에서 얻는 식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상 부패되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해서 체내에 저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
지금까지도 잔존해 있는 이러한 본성은 우리가 투자를 할 때 수익률이 아닌 승률에 집착하게 만든다.
뇌가 명목수익과 실질수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수익을 바라지만 우리의 뇌는 손실을 생명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회피하게끔 유도하기에 금융시스템 내에서 상당히 모순된 감정을 가진 상태로 투자에 임한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은 인간 본성과 균형을 이루는 관계가 아니므로 우리는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저 순응해야 한다.
스포츠를 하는데 게임의 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다는 건 그저 부질없는 짓이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겠다는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