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상
요즈음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5월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아침과 낮 기온차가 꽤 있다. 그래서 반팔에 얇은 점퍼하나 걸치고 다니다가 더운 낮에 벗고 다니면 되는 날씨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코가 찡찡한 게 날씨 온도차이 탓 같기도 하다.
내가 있는 곳은 중국의 '저장성'이라는 곳이다. 성 하나가 워낙 넓기도 하고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많다. 넓이로 보면 남한 전체와 비슷하고, 위치로 보면 동남부 정도라고 본다. 저장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하이가 오른쪽에 있으며 항저우시를 포함하고 있다. 항저우는 지난 아시안게임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나는 상하이와 항저우 중간쯤에 있어서 두 곳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거리로 봐서는 당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지만 워낙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나라여서 최소 1박 정도는 하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주말을 이용해서 1박을 할 수 있지만 당일치기로 일찍 출발해서 다녀오는 걸 좋아한다. 집이 있는데 굳이 호텔을 이용할 필요가 없게 느껴지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만약 다른 성을 다녀온다면 무조건 1박을 해야 한다. 고속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이나 택시를 반듯이 이용해야 하니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항저우의 영은사(靈隱寺)와 허팡제(河坊街)라는 곳이었다. 두 곳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중국의 10대 사찰 중 하나인 영은사는 서기 326년, 하팡제는 중국 청나라 때 상업지구로 만들어져 발달되었다고 한다.
사찰을 들어서면서 든 첫 느낌은 웅장함이었다. 정돈된 느낌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잘 보존되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산과 사찰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깎아내린 산기슭에 불상을 조각하여 만든 모습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산 전체가 사찰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330개가 넘는
석굴 조각상이 있어서 그런지 곳곳에 동굴이 많이 있고 그 안에 조각상이 있었다.
사찰을 돌아보고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워낙 넓은 곳이어서 버스 타는 장소와 택시 타는 장소를 가기에 거리가 있는 편이다. 식당까지는 약 3.5킬로 천천히 걸어가면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이다. 차를 타고 다니면 좋지만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것이 있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녹차로 유명한 이곳은 걸아가면서 녹차밭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녹차를 자연 상태로 말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녹차 냄새가 나는지 낳아 보았지만 아직 덜 건조가 된 건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허 팡 제로 향하였다. 버스를 타면 산을 빠져나와 약 30분 정도 간다. 다른 현대식과 확연히 구분되는 거리의 입구 모습이 보였다. 과거 상업지구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꾸준함이 대단해 보였다. 지금은 관광지로써 여러 가지를 팔고 있다. 먹거리, 은을 직접 두들겨서 만든 팔지, 반지, 도자기, 수공예품, 차, 말린 과일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생각나게 했다. 거리를 왕복하면 1시간 정도면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다.
이번에 다녀온 두 곳은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식으로 꾸민 것 같지 않은 것이 보기 좋았다. 영은사는 산속의 계곡물이 그대로 흐르는 돌다리를 건너오고 가며 허팡제 거리는 건물은 재건하였으나 옛 모습을 그대로 놔두려는 애씀이 곳곳이 보였다.
두 번을 가 보면 익숙함의 여유 속에서 못 보았던 것을 다시 볼 수 있다. 독서를 할 때도 한 권의 책을 두 번 세 번 보면 볼 때마다 새롭듯이 여행도 비슷한 것 같다. 허팡제거리는 처음이지만 영은사는 두 번째 간 것이었다. 영은사를 가려면 유명한 서호를 지나 녹차 밭을 지나야 갈 수 있는 깊숙한 곳에 있다. 서호와 녹차밭을 처음 갔을 때는 한눈에 담아 오기 어려웠지만 이번에 갔을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눈에 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