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무당이 되거나 무당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10여 년 전. 알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왔다. 손이나 팔 같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생식기에. 아주 은밀하고 예민한 그곳에. 남자든 여자든 소중이에 문제가 생기면 민감해지는 건 마찬가지겠으나 아무래도 신체 구조상 여자 쪽이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시시때때로 닥치는 작열감과 따가움, 사포로 긁는 듯한 신경통에 질염이라 생각했다. 여자 열 명 중 여덟은 경험하는 데다 피곤하면 방광염도 잘 걸리는 나였으므로 당연히 산부인과로 향했다. 약 먹으면 되겠지, 라던 추측은,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염증이 아닌데요?”
전 날 내 소중이를 보고 냉검사까지 했던 의사가 말했다.
“균이 없어요.”
“저는 아픈데요?”
“왜 아프지?”
뭐야,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게 어딨어.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을 삼키며 다른 말을 했다.
“화끈거리고 아파요. 걸을 때, 앉을 때… 지금도요.”
“흐음.”
“누워있을 때만 좀 나은데…….”
“일단 약을 줘볼게요. 근데 괜찮아지리라는 보장은 못 해.”
“…….”
“삼일 뒤에 다시 와봐요.”
그리고 정확히 삼 일 후, 한층 더 심해진 통증을 달고 내원했을 때, 같은 답을 들었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먼젓번보다 독한 약만 타왔을 따름이었다. 당연히 효과도 없었다.
“항생제 때문인가 속만 미슥거려. 돌팔인가 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봉지를 내팽개쳤다. 그리고 다른 병원을 검색했다. 이번엔 규모가 있는 종합병원이었다.
며칠 뒤 어렵게 예약한 날짜에 가서 처음처럼 상담했다. 따갑고 가렵고 작열감… 그러자 의사도 먼젓번 의사처럼 답했다. 일단 균 검사를 해봅시다. 약은 받아 가시고… 그리고 삼일 뒤,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균은 없어요. 정상이야. 근데 왜 아프지? 다른 검사를 해볼까요?
하여 나는 ct도 찍고 mri도 하고 뇌검사도 받았다. 대부분 정상이거나 정상에 준하는 결과 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거듭된 검사로 지친 내 앞엔 머리가 하얀 의사가 앉아 있었다. 그 사이, 종합병원은 상급 종합병원으로, 상급 종합병원은 대학병원으로, 대학병원은 메이저 빅 쓰리 대학병원으로 바뀐 터였다. 검사 결과지를 보던 메이저 빅 쓰리 대학병원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
"왜 아프지."
하아…….
뜨겁게 달군 바늘로 찔리는 것 같다는 말도, 이전엔 없었던 몸의 둔통이 생겼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왼쪽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던 나는 그나마 있는 힘을 다 끌어내어 울먹였다.
“왼쪽 어깨, 왼쪽 옆구리, 왼쪽 골반, 왼쪽 다리, 왼쪽 발까지 아파요.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아요.”
“흐음.”
“왜 통증이 번진 거예요? 왜 왼쪽만 아파요? 병명이 뭐예요?”
의사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운 눈빛만 보냈을 뿐. 각종 퇴마 영화에서 사제가 악마에게 네 이름이 뭐냐!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름을 알아야 그에 걸맞은 구마 의식을 할 게 아닌가. 더 나아가 재난을 당한 사람의 가족이 왜 시체라도 찾으려 하는지도 알 듯했다.
결국 모든 시도를 실패한 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집에만 처박혀 시체처럼 누워 있는 날이 많아졌다. 통증과 공포로 잠을 잘 수 없었으며 겨우 잠이 들어도 벌떡벌떡 깨곤 했다.
‘난 계속 아플 거야. 통증은 심해질 거야. 결국 죽게 될 거야.’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이런 나에게 나도 속수무책이었으니 가족이나 애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엄마 친구가 용한 무당을 안대. 신기가 백발백중이라더라.”
어느 날, 보다 못한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굿이라도 하면…….”
“미쳤어? 내가 무슨 굿이야!”
쇠약해진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나는 바락바락 대들었다.
“엄마는…….”
“됐어, 필요 없어! 결국 남의 일이니까 엄마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자식이라도 당사자가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말할 건 뭔가 싶지만 그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정말 내 안에 어떤 사악한 존재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어찌 됐든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엄마는 무당에 준하는… 아니, 더 센 사람들을 불러왔다. 목사님이었다. 냉담자가 된 지 오래였지만 길 잃은 어린양을 방치할 수 없었던 목사님은 머리가 하얀 권사님들을 이끌고 찾아와 안수기도를 해줬다. 신실하신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렸지만 내 증상은… 정신머리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젠 병이 문젠지 병으로 말미암은 공포가 문젠지 알 수 없었다. 뭐랄까. 정말 사악한 존재가 날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느낌이었달까. 그럼에도 저항할 수 없었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그 고통은 옅어졌다. 피곤하거나 힘들면 도지긴 하지만 외음부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안수기도 후에도 벌어진 무시무시하고 기상천외한 일들은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이상하고 극악무도했다. 여기에 다 적을 수 없는 것들을 되새겨보며 당시 나를 흔들었던 건… 지금도 여파를 미치고 있는 건 뭐였을까 궁금해진다. 정말 그건 신병이자 사악한 존재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호르몬 교란이나 교감 신경의 활성화 같은 몸의 질환이었을까. 내가 과연 진실을 알 수나 있을까. 요즘 내 최고 관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