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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an 12. 2021

내 안의 두려움을 떨쳐라! (ft. 뭐 어때)

다시 시작


뭐 어때!



일상의 평범한 샐러리맨 적당 씨!

자명종 소리에 일어나 보니 어랏! 지각입니다. 시계를 잘못 맞춰놨나 봅니다. 그러나 적당 씨는 어차피 늦은 거 '뭐 어때! ' 라며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합니다.  넥타이가 비뚤어져도 뭐 어때! 강아지 밥인 줄 알고 산 사료가 고양이 밥이 었어도 뭐 어때! 참 긍정적인 적당 씨입니다.



버스를 잘 못 탔네요. 뭔가 낯선 풍경이 보입니다.

어차피 늦은 거 뭐 어때요. 평소에 보지 못했던 푸르른 풍경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앗, 내 가방!  가방도 두고 내렸나 봅니다. 초긍정 사나이 적당 씨 괜찮습니다.

뭐 어때~~







최근 '나를 위한 그림책'이란 책의 서평을 썼다.

글쓰기 첫 작업이 끝난 뒤부터 서평 수업을 들으며 글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림책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신청한 것이 운 좋게 선정이 되어 쓰기 연습도 하고, 관심 있는 그림책에 관한 책 한 권 공짜로 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몇 페이지를 읽고 문장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전혀 모르는 작가였고, 그냥 평범한 아이 엄마가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본인이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서  책 한 권 낸 줄 알았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내 생각에 별 의심을 하지 않았던 터이다.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 보았다.

내가 모르는 책이긴 했지만 다수의 책을 낸 진짜? 작가님이셨다. 서평을 쓰고 작가님의 인스타에 메시지를 보냈다.  진짜 작가님인 줄 모르고 함부로 펜대를 굴린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았다.

며칠 뒤 작가님이  그림책으로 글 쓰기 '그날그날'이라는 한 달짜리 글쓰기 모임을 여셨고, 나는 자연스레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모임에 각별하게 애정을 쓰시는 작가님은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해 주셨다.



"글쓰기 모임을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때요?"

"네? 제가요?  아니요. 못해요. 제가 뭘 안다고 글쓰기 모임을 해요."



나의 글을 보시고,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글을 쓰고 싶은 목적이 치유에 있는 것 같으니 이미 써 본 경험도 있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있으니 못 할 거 없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통화를 끝내고 처음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문득문득 스쳐 지나간다.

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다고 글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다. 개인이 책 한 권 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에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낸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내가 글쓰기 모임을 한다고

하면 누가 와 줄는지, 용기를 내서 한번 해 볼까 싶다가도 이내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난 못해! "





새해가 밝은지 한참이 지났다. 온라인 상의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공개하며 저마다 굳은 결심과 각오를 다진다. 나는 뭘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고, 나의 본업은  코로나로 또 한 달간 집합 금지 명령을 받았다. 정말 내가 어디까지 버티면서 끌고 갈 수 있는지, 과감하게 정리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매일 고민의 연속이다 보니 새해 계획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다.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또 다른 사람과 비교되면서 어정쩡한 나의 위치가 짜증스러워졌다. 그들의 희망찬 계획에 응원을 해 주면서도 속상했다. 또 나만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는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 든다.


치유 글쓰기라는 건 뭘 알려주는 게 아니라는 작가님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면 접어야지 도전 의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무슨 똥 배짱인가. 나이가 들면 얼굴이 두꺼워진다더니 나 역시도 뻔뻔함을 내세우며 넘어다 보지 못할 일을 넘보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해 본다.


" 진짜 작가님이 해 보라고 등 떠밀어 주시는데, 그래! 까짓것! 뭐 어때!"


적당 씨가 생각났다. 적당 씨가 회사에 늦었는데 여유를 부린 것 어쩌면 용기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급쟁이가 무슨 배짱으로 그런 과감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겠는가...


한 달을 고민을 하고 실행에 옮겨 보리라 결심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해 볼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치유 글쓰기’라는 말은 전문적인 분야로 무언가 이론적 바탕을 잔뜩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더 힘을 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자체로 기쁨을 맛보자는 의미의 힐링 글쓰기,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새로운 일을 도전함에 있어 잔뜩 겁을 먹고 있는 내게 적당 씨의 말을 붙이기로 했다.


'힐링 글쓰기 뭐 어때!'


나에게 주는 메시지 이기도 하지만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글 잘 쓰는 팁을 주지는 못해도 같이 쓰면서 서로에게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면 내가 경험했던 기쁨을 전할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생각했다. 아무도 안 올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면 혼자 하면 되지 뭐 어때!라는 말로 다스려본다.

내 안의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16명의 멤버들과 힐링 글쓰기를 하고 있는 두 번째 날이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해 준 임리나 작가님.

이 고민을 상담했을 때 적극 지지해 주신 서평 선생님 미실 선생님.

모집글 써 놓고 사고 쳤으니 도와 달라고 들이댄 나에게 최고의 코칭을 해 주셨던 엘 슈가 코치님.

내게 용기를 준 적당 씨를 소개해준 애정 하는 인친 슈몽님.

참여는 못해도 열렬히 응원한다며 모집글을 공유해 주신 많은 이웃님들.

마지막으로 글쓰기 초짜가 여는 글쓰기 모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탑승해 주신 멤버분들.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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