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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Jul 22. 2019

런던의 공공시설 방문기

그럴싸하게 런던 즐기기 1

유람 핵심어: 하루에 최대 3곳을 보는 게 목적인 널널한 여행자, 기념품 구경 좋아하는 사람, 계획 없이 그냥 런던 땅에 떨어진 사람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영국 런던에는 학술과 예술자료를 보관 전시해 놓은 박물관, 미술관이 많다. 무료인 곳도 많기에 다양하고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런던의 장점이다. 그리고 유럽 특유의 건축을 반영한 건들이 많기 때문에 지역 시설을 방문해 보는 것은 런던을 그럴싸하게 즐기기 도움이 된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이와 같이 지역 공공시설들을 찾아보면 무료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주일의 유람 기간 동안 박물관과 도서관 한 곳씩 돌아보았다.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 방문하고 싶지는 않아 대영박물관 한 곳을 방문하였다. 런던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둘러봐도 끝이 없는 엄청난 공간에 놀라게 된다. 무작정 다 보려고 하면 힘드니 평소에 관심 있었던 자료, 국가 정도만 미리 생각에서 방문해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콘텐츠가 워낙 많아서 가이드 투어를 받고 싶었으나 예약 시간이 부족하여 혼자 돌아다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찾을 수 있는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서 'Don't miss' 리스트를 살펴보며 걸었다. 주기적으로 전시관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가장 최신 업데이트된 콘텐츠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예전 한국 여행사에서 무료로 배포한 오디오 가이드도 있었는데 박물관만큼 가이드 양도 방대해서 직접 보고 돌아다니는 것을 선택했다.


알고 있는 만큼 보인다고 역사학적, 고고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나는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만 이해할 뿐이었다. 전공으로 영국 문학을 공부했거나 역사 지식이 많은 다른 동행 분들은 내가 본 것  이상의 것들을 이해하고 가져가는 모습을 보니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외국에 오면 으레 한국을 찾기 마련인데 대영 박물관에서도 크진 않지만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적인 유물과 현대 예술작품을 어울러 보유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한국의 특징적인 사랑채 건물도 그대로 재현하여 전시하고 있었는데 외국에서 보는 사랑채는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 건지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대영박물관에 오면 전시 양도 많지만 기념품샵의 크기며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특정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들을 에코백이며, 노트며, 머그컵이며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해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2시간 정도 관람하고 나올 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재방문 시에는 2일 정도는 계획을 잡고 천천히 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영 도서관(British Library)

여행 시 가볼 곳을 계획할 때, 도서관은 박물관보다 떠올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도시의 대표적인 도서관을 가보는 것은 현지인들이 실제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보다 생생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

대영 도서관을 발견한 건 참 우연이었다. 런던 첫 숙소가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 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여서 첫날 그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역 왼쪽에 역도 아니고 쇼핑몰도 아닌 커다랗고 멋진 건물이 보였다. 이 정도로 크면 런던 관광지에 나올만한 곳이었는데 기억에 없었다.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그곳이 대영도서관이었다.


첫날은 서둘리 짐을 풀러야 했기에 바로 숙소로 향했다. 도서관이 숙소 근처에 있어서 부담은 없었다.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흐린 오전, 대영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영국 도서관 역시 규모가 꽤 크고 도서관과 문화공간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건물이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있어서 처음에는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애를 먹었다. 건물 앞 공원 같은 휴식공간에는 카페랑 가볍게 먹기 좋은 음식점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뉴턴 동상이 있는데 도서관을 어떤 방향에서 들어오는 그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몰입하고 있는 뉴턴 동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각자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정문을 들어서니 큼지막하게 트인 공간이 보인다. 왼쪽에는 기프트샵이 위치해있고 정면 오른쪽으로 가면 열람실 전시공간 등이 있다. 기프트샵에는 퀄리티 좋은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면 좋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2년 전에 전시했던 해리포터 도록이 30프로 할인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해리포터에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 전반에 걸친 마법에 대한 역사, 미신에 나오는 동물들이 흥미롭게 설명되어 있어 한번쯤 보기 좋을 것 같았다. 구입을 한 것은 꽤 성공적이었다. 일반 서점에는 정가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문화역사적인 자료를 꽤 보기 좋게 전시해놓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나 비틀스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자료도 묶어서 전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다른 한편엔 국가별로 우표와 화폐를 모아서 보관하고 있어 한 칸씩 열었다 넣어보며 구경했다.

도서관의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리더 패스라는 것을 신청을 해야 한다. 여행객이나 외국인 방문자들도 신청할 수 있다. 여권이 필요하고 대영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신청하고 방문하면 된다. 런던에 2주 이상 머무르면서 공부하거나 자료가 필요하면 열람실 접근 권한을 신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열람실 외 다른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기둥형 책장이다. 지하에서부터 맨 위층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원기둥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얼마나 많은 자료들을 영국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압도적인 책장이었다. 이 도서관은 세계의 모든 출판물을 전부 수집하고 있으며 책, 악보, 지도, 우표 등의 모든 데이터들을 보관하고 있다. 그 규모가 무려 1억 5천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상징적나 크기로보나 엄청난 곳이다. 과거에 이곳을 거쳐간 많은 학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대영 도서관에는 층마다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3층에는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티와 에그타르트를 시키고 외부에 잠깐 앉아 있었다. 영국은 항상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내가 있는 날 대부분은 날씨가 참 좋았다. 이 날도 따뜻한 티 한잔을 시키고 앉아 있는 시간 내내 하늘이 이뻤다. 삼사십 분 앉아서 런던 일정을 조금 구체화시켜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나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자극을 받는 순간들이 두 가지가 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활동 중인 사람들을 볼 때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들을 볼 때다. 내가 지역 건물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같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장소여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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