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마케팅에 성공한 브랜드 이야기
뻔하지 않은 요소를 활용하는 펀(Fun) 마케팅. '발상의 전환'의 무대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름 그대로 마케터가 의도했던 신선한 재미가 소비자들에게도 통했다면, 그 마케팅은 성공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긴 기간 동안 떠올려낸 아이디어가 생각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 채로 흔적없이 잠잠해질 때도 분명 있습니다.
펀 마케팅은 한 번만 제대로 성공하더라도, 브랜드가 승승장구할 또 다른 길을 마련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앞길을 생각하고 다양한 출처에서 발상의 전환을 빚어내지만, 생각만큼 쉽게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펀 마케팅 기획에 고민을 하는 수많은 마케터들을 위해, 오늘은 성공한 펀 마케팅의 사례를 하나씩 펼쳐보려고 합니다.
국내 장수 브랜드를 떠올려보자면 수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점점 얻고 있는 브랜드, '곰표'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밀가루 브랜드로 유명했죠.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밀가루 하나만으로 브랜드 인기를 유지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파격적인 시도를 합니다. 맥주, 팝콘, 아이스크림 등 생각지도 못한 상품들과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데요. 그 결과, 그간 가져왔던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한 최신 브랜드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곰표 밀맥주는 SNS 상에서 단숨에 인기를 사로잡으며 3일 만에 초도 생산 물량 10만개 완판, 출시 6개월 만에는 누적 판매량 150만 캔을 기록했습니다. 이 인기를 업어 식품은 물론 화장품, 심지어는 패딩까지 섭렵하여 자칫 무리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컬렉션이 꾸준히 인기를 끌며 연이은 완판을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때로는 과감한 도전장이 이른 성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곰표의 경우, 기존의 밀가루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탈피한다는 생각이 출발점이 되었죠. 더불어, 2030 세대의 관심을 끌고, 그들이 열광하여 더욱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최근 MZ세대가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에 한창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곰표의 캐릭터와 녹색 바탕의 흰 글씨로 이루어진 BI는 MZ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옛것을 즐길 수 있되, 젊은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여 신선한 재미로 다가가기에 충분했습니다.
단순히 BI가 잘 만들어져서 어차피 언젠가는 성공할 일이었다고 보기 보다는, 최신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재미와 친근함까지 내세워, 자연스럽게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을 수립한 과정에 대해 박수를 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만 보아서는 해외 브랜드 이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 쉽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과 어감도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 브랜드는 우리 나라에서 출시된 것입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식품 회사에서 말이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과자를 만드는 회사, '빙그레'는 다들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과자 '꽃게랑'이 새로운 패션 브랜드로 탄생했습니다. 과자 모양을 로고화하여 'Côtes Guerang(꼬뜨 게랑)'을 출시한 것인데요. 꽃게랑의 발음을 외국 패션 브랜드 이름처럼 바꾸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름을 보자마자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 속으로 스칩니다. 더군다나 식품 회사에서 나온 패션 브랜드라니, 이색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꼬뜨 게랑이 화제가 된 것은 단순히 브랜드 출시와 그를 돕는 진지한 컨셉의 화보에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전적인 기존 이미지를 탈바꿈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틀을 짜고, 그에 맞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브랜드 측에서는 천재 디자이너 고계랑이 꽃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스토리까지 가미하여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관심을 끌었죠. 역시나 한정 수량으로 출시한 패션 아이템들이 줄줄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패션 브랜드를 선보인 이유는 최근 10대들이 선호하는 '플렉스(FLEX)'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과자 브랜드의 핵심 타겟인 1020을 노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0대는 직접적인 소비력이 강하지 않은데도 왜 굳이 10대까지 타겟으로 정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이들을 10대부터 중장기적인 고객으로 확보한다고 생각한다면, 참신한 아이디어로 그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는 좋은 마케팅이지 않을까 합니다. 브랜드는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을 기대한 이벤트성 마케팅보다는 중장기적인 고객 확보를 위한 브랜드 지속 노출 마케팅을 실행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 펀 마케팅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점입니다. 펀 마케팅을 시도하는 마케터들은 항상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미 좋은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해도 소비자들은 좀 더 편리하고, 재미난 상품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마케터들은 이 생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 실행은 어떻게 하는지가 관건이 되죠.
여러분들도 라면 좋아하시나요? 온갖 레시피를 동원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들어 먹거나, 김밥이나 다른 종류의 음식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따뜻하면서 매콤한 맛이 왠만한 음식과 잘 어울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컵라면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음식과 곁들이기가 부담스러운 양이 될 때도 있고, 정말 간편하게 국물만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혹은 다른 음식을 요리할 때 라면 스프를 이용하고 싶으나 라면 한 봉지를 뜯기에는 망설여질 때가 많죠. 이처럼 간편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라면이 워낙 활용도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합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생각을 읽은 회사, '팔킨'입니다.
소비자의 생각과 편의성까지 생각한 라면 티백을 출시한 것인데요. 힐링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요즘, 밖에서 음식을 해 먹을 때도 티백 하나면 간편하게 라면 맛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라면 국물만 필요한 순간이 많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기도 하죠. 이러한 장점을 강조한 끝에 단시간 내 높은 판매율을 자랑했으며, 아직까지도 구매가 이어지고 타사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팔킨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죠.
이렇게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소원을 이루어지는 지니처럼 한 번 쯤 상상하던 것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면, 브랜드의 이미지가 달라 보임은 물론 신뢰도도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한참 떠오르고 있는 펀 마케팅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시대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케터들도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록 인지도와 함께 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브랜드를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대이죠. 그만큼 재미와 참신함이 허용되지만 분명한 것은 적정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재미에만 치우쳐 인지력이 비교적 부족한 어린 아이들에게 유해한 점은 없는지,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이슈가 되지는 않을지 등은 상품 출시 전에 꼼꼼히 짚어봐야 할 점입니다. '올바르게 튀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마케팅을 할 때는 보통 연령별로 나누어 소비자 타겟을 정합니다. 소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이를 먹고, 그들의 취향도 자연스레 변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브랜드 자체는 나이를 먹지 않고 변하지도 않습니다. 이미지가 단단히 다져진 브랜드라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그 브랜드를 기억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면 이미 아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앞서 다뤄본 사례들을 보니 펀 마케팅은 참 여러가지 모습을 지녔습니다. 언젠가 나이를 먹지 않는 어느 브랜드가 슬럼프에 빠질 무렵, '발상의 전환'이라는 이벤트로 '성공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친구로 꾸준히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