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상품의 아트 마케팅
우리에게 예술, 미술이라는 단어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정말로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고서야 아마 대부분 위의 예시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속뜻을 헤아려보다가, 다소 난해한 그림 앞에서는 좀처럼 이해가 어려워지곤 했기 때문인데요. 비록 한 발 더 가까이 내딛기가 어려운 장르이기는 하지만 언뜻 떠올려도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미지는 꽤 고정관념처럼 박힌 것이 바로 미술입니다.
소수만이 고급스러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미술이라는 게 물론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수의 이런 생각을 활용하여 우리는 마케팅을 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아트 마케팅'인데요. 한 때 식품업계에서 먼저 발을 내딛어보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제품입니다. 당시 동원 F&B에서는 덴마크 우유에 명화, 문학, 영화 작품까지 꾸준히 확장하며 상품 디자인에 적용시켰는데요. 약 10년 동안 일명 '덴마크 명화 시리즈'로 제품을 판매하여 커피 우유 시장 1위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유명 예술가 또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상품에 적용시키는 데카르트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새로움과 재미를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 도전할 때마다 성공하기는 어려웠고, 인지도 높은 명화와 브랜드 위주로 사용하다 보니 추가 비용 발생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꾸준히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죠.
그래서 단순히 상품에 적용만 시키는 데카르트 마케팅보다는 조금 더 특정 타겟을 공략할 수 있는 아트 마케팅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주로 뷰티업계에서 펼치고 있는데요. 이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시회, 캠페인의 형태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로 국내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브랜드인 만큼 스테디셀러 상품도 있기 마련인데요. 이 브랜드는 시각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디지털 아트 전시회를 열어 신제품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했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내놓은 전시회라고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외관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신제품의 장점인 '회복' 키워드를 핵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전시회는, 회복의 시작, 주체, 큰 물결, 균형, 축제, 완성, 영감, 기억 등 총 8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각 테마별로 뚜렷한 차이를 내보였습니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제품이 없이 전시회가 진행됐다는 것인데요. 각 공간마다 주제에 맞게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었고, 마치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미션을 수행하며 재미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면서 브랜드가 진정으로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하여 체험형 전시만의 특성을 잘 드러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세인 미디어 전시회를 체험하여 문화생활을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신제품 모두 홍보하는 효과를 가졌으니 일석이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간접적으로 브랜드의 체험기회를 오프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MZ세대는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죠.
예술가의 이미지를 상품에 적용한 유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유명한 보드카 '앱솔루트'인데요.
스웨덴 브랜드인 앱솔루트는 1979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유명한 브랜드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는데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앱솔루트는 '예술'을 하나의 방법으로 고안해냅니다.
앤디워홀을 아시나요? 코카콜라, 캠벨수프, 세제 등을 비롯하여 유명한 인사들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이미지 복제한 예술가인데요. 그에게 앱솔루트 병을 소재로 작업을 요청했고, 결국 1985년 앤디워홀이 시작한 앱솔루트 아트 마케팅은 큰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예술과 마케팅이 적절히 접목되었을 때 생기는 파장들을 경험한 계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에도 예술에 대한 인식은 결이 다르더라도 비슷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은 멋있다, 그리고 그 예술을 하는 사람도 멋있다'라는 생각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예술가를 대부분 멋있게 생각할 것이고, 예술을 병에 담은 앱솔루트 또한 멋있게 인식이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상품이지만 예술성이 더해지면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그냥 예술이 아닌 '트렌디한'예술을 접목시킨 것에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당시 새로운 예술로 인기 상승 중이던 앤디 워홀과의 협업 이후로 앱솔루트는 유명한 예술가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곤 했습니다. 상품만 이용했을 뿐인데, 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큰 의미가 되기 때문이죠.
예술에 대한 시각은 제각기 다릅니다. 누군가는 전통의 미가 진정한 예술이라 하고, 누군가는 흘러가는 시간에 발맞출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합니다. 이 인식에 맞춰서 예술도 수많은 가지를 치며 다양성을 띄게 되었는데요.
무엇이 옳은 것인지, 더 나은 것인지 묻는다면 정답은 없습니다. 세상에는 마케팅이 필요한 상품들이 무수히 많고, 적용시키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거기에 예술을 더하고 싶다면 많은 방식 중에서 선택하여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한정적인 범위 안에서 시도하는 것보다야 많은 범위 안에서 고르는 것이 보다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얕게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으로, 깊게는 하나의 예술을 통해 소비자에게 숨겨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트 마케팅의 모습은 적용시키는 방법에 따라 형태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힘을 발휘할 이 마케팅 기법 덕분에, 새롭게 빛을 발하는 브랜드와 상품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인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