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 마케팅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말 중 하나가 '할매니얼'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신조어지만 상당히 대중화된 것을 보면 확연히 지금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할머니들이 먹고 입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뜻한다. 이름부터 정감 가는 할매니얼은 생각보다 매력 포인트가 많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특유의 유머 감각도 한 몫한다.
이제는 연령을 불문하고 일상 속에 스며든 할머니 감성. 젊은 층이 할머니 감성을 트렌드로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는 추억을 소비한다.
세대 변화가 빠르게 찾아오는 만큼 각 세대만의 특징이 뚜렷하다. 현재 성격이 제일 뚜렷한 MZ세대는 특성이 뚜렷한 만큼 호불호도 강하다. 그 때문에 좋아하는 분야에 호감을 최대한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MZ세대와 종종 갈등을 겪는 것은 아무래도 기성세대의 성향이다. 보수적이고 권위를 내세우는 모습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들 이 세대가 모든 이전 세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위에 올라선,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들만이 가진 연륜과 여유로움을 선호하기도 한다. 시니어층만의 분위기를 트렌드로 바꾼 것이다.
더불어, 지금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 때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했을 때가 있었다. 막막한 일상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보냈던 일상이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 점차 많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레 그 '아무렇지 않게 보낸 일상'을 떠올렸고, 옛날 기억이라는 건 어느 정도 순화된다.
이렇듯 당장 내 눈앞의 미래가 걱정될 때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듯 레트로 아이템들을 마주하기만 해도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예스러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 예스러움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잠시나마 쉼터의 역할을 하는 기억인 것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덕분에, 곳곳에서 할매니얼을 내세우고 있다. 할매니얼 마케팅으로 시너지효과를 얻은 상품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유튜브 광고는 웬만하면 건너뛰고 보는 나조차도 끝까지 보게 만든 광고다. 오히려 다른 버전이 있다는 소식을 알고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그만큼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개 한 달여 만에 조회수 7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은 누구나 알바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 장소도, 배우도, 연출도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신선하다.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푸근한 연출을 하고, 연륜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재치도 속속들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문 모델이 아닌 실제 농촌에 거주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즉석으로 캐스팅했다는 점이 되려 소비자들의 시선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광고인 것을 알아도 소비자들은 여기서 자연스럽게 옛 감성을 느끼며 재미를 느끼게 되고,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는 MZ세대들에게 할매니얼의 바람을 재치 있게 불러일으킨 사례다.
할매니얼 마케팅은 간식에 특히나 특화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약과가 열풍인데, 좀처럼 부지런하지 않으면 사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다. 이제 '할매입맛'이라는 단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
시작은 SNS에서 입소문을 탄 장인한과의 일명 '약켓팅'이었다. 티켓팅 수준으로 구하기 힘들어질 만큼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브랜드에서 약과를 출시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전통 다과를 사기 위해 젊은 세대들의 방문 빈도가 늘어난 것은 물론,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들에서도 약과를 출시하니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는 세대의 입장에선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전통적인 맛 그대로의 약과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맛을 출시하기도 한다. 혹은 기존의 상품에 약과맛을 더하기도 한다. 약과 스콘, 약과맛 도넛 등 그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더니, 하나의 맛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들 덕분에 이제는 전통다과를 사고 먹기만 해도 트렌드에 가까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끊이지 않는 레트로 열풍의 근본은 우리만의 전통에 있다.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이어오는 것도 물론 좋지만,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노력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법한 전통의 장벽이 한층 낮아지기도 했다. 이 재해석의 노력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힘들 때 좋았던 과거를 문득 떠올리는 것에서 출발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2030 세대에게 새로운 듯 정겨운 트렌드를 안겨준 할매니얼은 마냥 상업적인 느낌을 풍기지 않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무궁무진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오래도록 유지될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삶이 단조롭고 힘들게 느껴질 때, 팍팍한 삶 속 푸근함을 느끼고플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