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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Nov 18. 2019

포기가 아닌 인정하기

기나긴 하루의 끝, 늦은 밤 하루를 배웅하는 밤. 이 시간 특히나 생각이 많아지곤 합니다. 깜깜한 밤, 이부자리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거나 과거의 사건 사고들의 기억을 거슬러 오르면서 말이죠. 과거의 기억은 현재와 미래의 걱정이 되어 기분 꿀꿀하게 하고, 결국엔 무거운 마음으로 잠을 뒤척이다 깨어납니다. 이 모든 것은 후회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가끔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거의 실수들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었고, 충분히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도 이미 남은 것은 후회뿐이지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이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 걱정 없이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잿빛으로 물들어도 그 사람의 주변은 항상 빛이 함께하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긍정적인 사람. 괜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밝게 물들입니다. 후회가 가득한 사람은 짜증을 동반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행복이 공존합니다.


후회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죠. 이 말은, 끝없이 밀려오는 후회들을 받아들이지만 그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을 정도의 수영실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잊는 사람이 행복하다.


독일 속담의 하나로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일에 발이 묶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우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걱정과 후회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어서는가는 마음가짐의 따라서 쉽고 어렵고를 결정합니다. 빠른 체념과 더불어 미련의 끈을 놓 사람은 보다 자유롭게 새로운 도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미련을 갖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미련한 짓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끝도 없는 나의 욕심에서 비롯돼 나오기 때문이지요. 과거 속에서 성숙하지 못했던 나를 원망하기보다 과거에서 빼먹을 수 있을 만큼의 경험들을 챙겨 그 속을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끔 과거의 나쁜 일들을 잊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포기’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비겁하다 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한 오해일 뿐, 자신이 위축되거나 잊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짜 포기를 해버리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나 자신을 놓는 포기가 아니라 갈고닦는 귀중한 시간이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작은 한 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 걱정 없이 사는 사람. 가끔은 세상을 만만하게 본다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받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저 타인의 시선일 뿐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신경 쓰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과거에 더는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당당한 모습이자 마음가짐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밝은 에너지를 주변에 전파시키는 따뜻한 전구 같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어제는 오늘의 적이다.
-R.W.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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