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학 Dec 16. 2021

그대와 함께 돌려보는 행복회로

그날은 서로 좋은 꿈을 꿨다며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평일 동안 일하느라 고생했다 위로해주는 달콤한 주말 아침이 마치 선물 같다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행복은 배가 됐다. 두근거리는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젯밤의 달콤한 꿈을 곱씹으며 걷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복권방이었다. 토요일의 복권방은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작은 종이에 그려진 숫자들과 함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지난밤의 꿈 때문이었을까. 본능적으로 걸음은 복권방으로 향했다. 오천 원짜리 복권 한 장을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고 여자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작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복권을 만지작 대면서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려대기 시작했다.

"당첨되면 얼마지?"
"당첨되면 뭐부터 할 거야?"

그토록 원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멋진 차를 사고, 평소 자주 즐기지 못했던 여행을 계획했다. 만약을 상상하며, 작은 오천 원짜리 종이는 우리를 가슴 뛰는 꿈의 세상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저녁 9시가 되면 우리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말하며 시간을 재촉했다.

당연(?)하게도 1등은커녕 5등도 당첨되지 않았다. (아마 30개의 숫자 중에서 2개만 맞았었나...)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우리의 미래가 이제는 목표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단돈 오천 원으로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저 복권 한 장을 사고 허망한 꿈을 펼쳤을 뿐인데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그리며 그곳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첨된 것만큼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당첨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가!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갈 동반자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삶이 아닐까.

클립아트코리아

인스타그램 @yhak1

작가의 이전글 자유로운 삶의 끝, 우리라는 삶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