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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Nov 28. 2018

목표를 이룰 때, 그 쾌감

단단한 자갈밭을 지나 언젠가 바다로 나가는 작은 도약

나는 평범하다. 수업시간에는 졸고, 공부는 싫고.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철없던 청년시절을 보낸 후,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 23살에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살리고 싶은 전공도 정해져있지 않았다. 그저 나중을 생각하면 ‘대학을 안 나온 것보다야 좋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는 자퇴 후, 한참을 방황하고 검정고시로 졸업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점수를 나름 잘 받아서 수시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는 거. 당연히 성적에 맞춰서 지원했기에 전혀 관심에도 없던 공과대에 원서를 넣었다. 공부랑 담 쌓고 지낸 게 몇 년인데 끝도 없이 등장하는 수학, 물리, 많은 공식들을 내가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 내면서 다니는 대학인데 수업 자체를 따라가지 못하면 손해가 아닐까?’

물론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정말 이 전공을 살려서 먹고살 목표가 있었다면 쉽게 포기할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고 노력했겠지만 나에게 그럴만한 흥미가 없었다.


결국 나는 문예창작과로 전과를 결심했다. 공과에서 문과? 사람들의 시선이 탐탁지 않았다. 심지어 나에게 있어서 글이란,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있던 일기를 하루에 몰아서 썼던 것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가 소설, 시를 쓴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색했다. 책을 읽으면 졸음이 몰려오기 일쑤인 내가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전공이 바뀌고 여러 가지 문학 작품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글은 신세계였다. 문학이라는 다른 차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고, 시를 읽을 땐 가슴 속이 뭉클거리며 잃어버린 감정들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영화나 뮤지컬과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가의 시선은 항상 날카로워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던 그 말이 지금은 조금 이해할 것만 같다.


웹툰만 골라보던 내가 이제는 웹소설을 즐겨본다. 보는 것만 아니라 조금씩 작품을 쓰고 플랫폼에 글을 올린 적도 있었다. 많은 독자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명은 꾸준하게 내 글을 찾아서 읽는 것에 처음으로 내가 한 일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이트와 운영 방식이 조금은 다른 곳이었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누구나 작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나는 작가 신청을 시작했다. 준비가 안 된 나는 당연히 탈락했지만 도전을 할수록 간절함은 더해만 갔다. 처음은 호기심과 설렘으로 신청했던 것이 지금은 어느덧 지금 글을 쓰는 가장 가까운 목표가 되었다.

안타깝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본 후, 드디어 좋은 소식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다고 해서 돈을 벌거나 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룬 성취감. 그 짜릿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성공했다고 해서 당장에 무언가 바뀌거나 한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이었다. 브런치는 내 마음에 불을 지피는 것에 성공했고 나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순간이 훗날을 위한 발판이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작품을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책을 읽다보면 잠이 쏟아지기도 하고 어려운 글들도 많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다고 여전히 철없던 시절에서 정체된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였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 또한 많은 변화이며 발전이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거북이를 인생에 비유한 구절이 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언젠가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의미다. 단단한 길을 지나고 나면 언젠가 바다로 나간다는 그 말을 나는 믿는다. 천천히 글들을 곱씹으며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을 쓰며 독자에게 다가가는 작가가 될 것이다.

드디어!


특별할 때 찾는 글보다 브런치라는 이름에 맞게 간편하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작품으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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