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산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새로 온 '부장니미' 나에게 왜 그러는 걸까?

by 백가장

부장님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동안 2년 넘게 같이 근무했던 부장님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셨다. 그리고 갑자기 새로운 분이 그 자리에 오셨다. 뒤늦게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를 진정으로 인정해 주었던 부장님이었기에, 떠나보내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내가 근무하는 본사에서는 부장님과 가까운 자리일수록 중요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암묵적인 인정이 있었다. 나는 그 부장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근무를 했었다. 그런데, 새로운 부장님은 나를 가장 먼 자리로 보내버리셨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으면서, 아직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데! 내가 경력직이라서 그런가? 공채가 아니라서 차별을 받은 건가? 억울하고 분해서 잠까지 설쳤다. 맨 뒷자리로 옮기라는 지시에 나름 논리적으로 반박도 해보았다. 비위를 맞추느라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비워내기도 했고, 때로는 너무한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해보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서 맨 뒷자리로 밀려났다.


대체 새로 온 부장님은 왜 그러시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그즈음이었다. 이 책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을 읽기 시작한 게 말이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이유라도 알면 덜 억울할 것 같았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었다. ‘마음의 자두씨’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말과 행동이, 어떤 누군가에는 몹시 괴롭고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었다. 딱 내가 궁금한 내용이었다. 부장님이 내게 했던 ‘자리를 옮기라는 지시’가 바로 자두씨와 같았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와 수다를 떠는 것 같았다. 나는 더디게 책을 읽었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했다. 작가에게 물어보듯 질문을 했고, 때로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부장님은 나에게 왜 그런 걸까? 부장님이 설명하신 이유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싫은 것이다. 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나는 그 해답을 이 책을 통해 찾고 싶었다.


신고은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일상의 소재를 통해 심리학을 쉽게 설명해 준다. 쉽고 자세한 설명, 알기 쉬운 비유를 통해 ‘일상의 심리학’ 다정하게 설명해 준다. 책의 앞부분을 통해 내가 분노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계획하고 처리하는데 익숙한 성장과정을 겪었다. 이는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내 결정이 받아들여지면 보람을 느꼈다. 반대로, 내 의견이 거부당할 때는 마치 내 삶, 나 자신 자체가 거부당하는 것처럼 모욕감을 느꼈다.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심리학을 알아야 하는 건, 나와 너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부장님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착각이었다.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오해였다. 맨 뒷자리도 나름 좋은 점이 있었다. 부장님이 수시로 말을 걸지 않아서 업무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복합기도 가깝고, 탕비실과 휴게실도 가까운 점도 좋다. 맨 앞자리에서는 늘 긴장하고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끊기는 흐름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은 날도 많았다. 뒷자리로 옮기고 나서 부장님께 결재를 올라가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무슨 이유로 내 보고서를 반려할까?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무시하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업무적으로는 전과 다름없었다. 이제 나는 부장님을 향한 비난을 멈추려 한다. 신고은 작가님이 그랬다. 남을 비난하지 말라고.


“남을 비난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건 내 마음인 걸로. 그러니 우리는 항상 우리의 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p.121)


나는 이 책을 통해 부장님의 의도와 성품을 판단하려 했다. 책을 읽으며 부끄러웠다. 심리학은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지,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 혼자 속으로 ‘죄송합니다’라고 고백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궁지에 몰렸는지도 모른다.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컸던 모양이다. 인정받지 못하면, 무시받는 것이라 여기며,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라 오해했던 것 같다. 나는 밀려난 것이 아니다. 부장님의 스타일 대로 한낱 자리를 옮긴 것뿐이다. 심지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장님의 의견도 타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인정의 욕구를 조금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작가의 글귀에 위로를 받았다. 사실 나는 이런 얘기가 듣고 싶었나 보다.

“많이 힘들었지? 그래, 지치고 어려울 거야. 많이 애쓰고 있는 것 알아. 애써 괜찮다고 할 필요 없어. 괜찮지 않은 상황이니까 힘들 땐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돼.”(p.173)


그동안 나는 아픔을 외면했다. 상처가 곪고 있는데도 냉장고 속 반찬통처럼 더 깊이 치워버렸다. 그렇다고 나아지지 않는데 말이다. 아픔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것을 바라보는 게 성숙이라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는 다정하다.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끄덕이며 공감해 준다. 그리고 토닥토닥 위로해 준다. 다정한 마음과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책. 그런 세상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은 남을 이해하는 책이자, 나를 성장시키는 책이며,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탓을 하는 것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발전할 기회를 주지요. 하지만 때로 살다 보면 내 노력으로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닐 때가 있지요. 그런 날에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은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요.”(p.304)


마치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는 이 문장 아래 이렇게 적었다.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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