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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Mar 27. 2020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소녀시대 '라이언 하트' 들어볼까?

알쓸신잡 유럽 여행: 쓸데없지만, 알면 신기한 유럽의 이야기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뜻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중요한 말은 '쓸데없는'이라고 생각합니다. '쓸데있는'이 아니다 출연진들이 알려주는 지식이 없어도, 해당 여행지를 여행하는데 전혀 문제없기 때문이죠. 세계일주를 해본 결과, 여행에는 인스타그램 용 셀피 찍기에 안성맞춤인 곳과 지친 발을 쉴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쓸데없는 잡학 지식을 공부하는 건, 알아두면 신비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의 풍만한 ㅅ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사실 그녀의 푸른 눈이 더욱 아름답고 신비한 것처럼요. 그 사실을 알면, 왜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반했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음란마귀의 세상 대신, 신비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죠.  


그녀의 눈빛은 마치 호수처럼 깊다

게다가 그녀와 결혼했을 수도... 그녀의 첫 남편은 "내 눈동자 색깔이 뭐죠?"라고 한 질문에 유일하게 대답한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쓸데없는 것까지 알면, 은근 신비한 세계가 보입니다.




소녀시대 센터(윤아)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은 소녀시대에게도, 알면 신기한 세상이 보입니다. 바로 2015년에 발매된 '라이언 하트'에 대한 쓸데없는 지식입니다. 이 쓸데없는 지식을 알아서, 윤아와 결혼할꺼란 생각은접어라 옷차림에서 보듯, 사실 노래는 유치하고 낯간지럽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소녀 컨셉보다는 섹시 컨셉을 밀고 나가도 통할지 의문인데, 무리수이었죠.


https://youtu.be/n139g-IGSHo


게다가 노래 가사는 '사자처럼 먹잇감 주변을 맴돌다 기회를 노려서 나의 마음을 뺏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 그럼에도, 소시의 '라이언 하트'는 인문학적으로 거론할 가치가 있습니다. 출시 후, 곧바로 사라지는 휘발성 강한 다른 아이돌 노래하고는 다르죠.


아마도 가사의 '사자'는 소녀시대마저 한 번에 무너트리는 뛰어난 '선수'표현한 것이지만, 사실 'Lion Heart' 단어의 유래는 거의 1천 년 가까이 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또한 은근히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정말 자주 방문하는 런던 국회 의사당의 간지 나는 기마상 주인공이 바로 라이언 허트이죠! 바로, 리처드 1세. 하지만 천년 전 외국 사람이기 때문에 살짝 모를 수 있습니다. 로빈 후드는 아시죠? 그래도 영국의 홍길동인 만큼, 꽤 유명합니다. 여러 번 영화로도 나왔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의적 로빈 후드'입니다.



바로 이 영화에 숀 코너리가 리처드 1세로 카메오 출현하였습니다. 로빈 후드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홍길동처럼,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허구가 있습니다.)


중세 최고의 빅 이슈인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리처드 1세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자, 그의 동생, 존 왕이 권력을 잡는데.. 하지만 그는 무능하여 세상은 점차 살기 힘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도적이 됩니다. 그리고 그중의 한 명이 바로 로빈 후드! 영화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고, 여주인공과 결혼하려는 해피엔딩 순간, 리처드 1세가 등장합니다.


역시나 'lion heart'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한 사람답게, 갑옷에서도 사자 무늬가..


Lion heart를 '사자 심왕'으로 번역하곤 합니다. 하지만 왠지 가운데 '심'이 있으면 간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가끔 '사자왕 리처드 1세'라는 엉터리 번역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멋있어 보이지만, 그랬다가는 최근 대박 난 영화 속 주인공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죠?


사자왕 레오도 있고, 이동국도 있고... 도대체 라이언 킹이 몇 명이야?


그러니 정확한 명칭을 알도록 합시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입니다. 사자와 같은 용맹한 심장을 가졌다는 의미이죠.





우 좀도둑 결혼식에 참여한 한 것으로 인해, 'lion heart' 리처드가 역사적으로 유명하지는 않겠지요? 리처드 1세는 유럽 중세 최대의 사건이었던 십자군 3차 전쟁에 친히 참가하며 그 용맹을 널리 알리죠.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 최고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슬람 세력에게 빼앗기자, 그곳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합니다. 종교 전쟁이자, 세계 전쟁이었고, 2세기에 걸친 거대한 전쟁이었죠. 1,2차 십자군은 귀족들이 참여한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란 듯 성공하며, 이슬람이 지배하던 곳에 기독교 왕국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이슬람 종교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이슬람에게도 절대 뺏길 수 없는 소중한 곳이죠.


마침내 이슬람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및 그 지방은 척박하죠? 그 결과 기독교 세력은 외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예루살렘 왕국이라는 기독교 최고의 성지가 위기에 처하자, 로마 교황은 각국의 왕에게 십자군 전쟁에 참가하도록 독려합니다.


십자군 왕국들, 하지만 겨우 지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중세 봉건 제도에서는 귀족들도 사실상 독자적인 군대와 영토를 가졌고, 오히려 왕보다 더 큰 영토를 가진 능력자가 많았습니다. 이런 강력하고 신앙심 깊은 귀족들이 참여한 덕분에, 십자군이 성공할 수 있었죠. 중세 프랑스 지도만 보더라도, 파리를 중심으로 짙은 파란색의 작은 땅만 왕의 직할 영토일 뿐, 광대한 프랑스의 나머지 땅은 유력한 제휴들의 땅이었습니다.


중세 프랑스, 이 중 상당수는 잉글랜드의 영토이고, 왕 직속 영토는 짙은 푸른색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왕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되었을까??


러나 엄연히 왕과 귀족은 같은 클래스가 아니죠! 저 멀리 떨어진 동방에 살고 있는 우리가 유럽의 일개 귀족들의 이름 따위를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결과 잉글랜드, 프랑스의 왕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참여한 제3차 십자군 전쟁이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죠.



특히나 영국 왕 리처드 1세는 강력한 프랑스 귀족 출신인 어머니를 통해 프랑스에 방대한 영지를 물려받은 알짜배기 왕이었습니다. 즉, 지금의 프랑스 땅에 영국 영토가 엄청나게 있었단 말이죠. 결코 빙다리 핫바지 왕이 아니었던 것. 게다가 무협지 최고수의 실사판이라도 되는 듯, 리처드 1세는 친히 전투에 참여하여, 하이에나 떼들과 싸우는 삼바처럼 엄청난 무쌍을 보여줍니다. 그로 인해, 수세에 몰렸던 십자군은 다시 반격에 나서는데...



1,2차 십자군 전쟁의 성공은 이슬람 세력이 분열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A)가 라이벌인 상대방(B)이 너무 미운 나머지, 외부 사람(C=기독교 세력)을 이용해 상대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 결과 어부지리로 (C)가 그 지역에 쉽게 진출하여 세력을 키운 후, (A), (B)을 모두 밀어냈습니다.


여기까지가 2차 십자군 전쟁 후 상황.


바로 이러한 틈을 이용해 십자군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만, 상황이 급변합니다. 마침내 이슬람 세계가 통일되어 막강한 군주가 등장했던 것. 바로 그 유명한 살라딘!




참고로, 살라딘은 나라 없는 민족 중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쿠르드 족 출신입니다. 현재도 약 3천만 명의 인구가 터키,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독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리아 내전이 복잡해진 원인도 쿠르드 족의 독립 문제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 바로 그런 힘없는 민족에서, 이슬람 최고의 영웅 중 1명이 태어났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


라딘은 수많은 왕 혹은 조현아 같은 재벌 2세처럼, 단순히 부모의 자리를 물려받은 낙하산이 아니었습니다. 완벽한 운(웬만해서는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를 정복하러 가는 삼촌의 비서로서 동행을 했는데, 정복 후 총사령관인 삼촌이 폭식으로 급사하자, 젊은 그를 주변 사람들이 총사령관으로 추대한 것이죠. 게다가 엄연한 부하인 살라딘이 이집트를 날름 먹자, 살라딘 삼촌에게 이집트를 점령하도록 명령을 내린 시리아의 왕이 친히 살라딘을 응징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노환으로 급사. 오히려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살라딘이 시리아까지 날름.


수많은 천운이 도왔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이러한 행운을 완전히 활용해 제 것으로 만들었던 살라딘의 뛰어난 능력입니다. 제가 이집트의 지배자가 되었다면, 나일강 유람선에서 이집트 미인이 가져다주는 모히또 한잔하며, 또 다른 이집트 미인이 해주는 손톱 손질로 만족했을 것입니다.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


하지만 살라딘은 그 운을 철저히 활용했고, 아무런 권력도 없던 사람에서 시리아와 이집트라는 거대한 지역을 지배하는 군주가 되었습니다.


살라딘 제국 영토


바로 그런 사람이 적이었다


이런 강력한 적이 나타났으니, 십자군 세력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 바로 그런 순간, 사자와 같은 용맹한 심장을 가진 리처드 1세가 등장한 것입니다. 훌륭한 아들(일찍 죽었다)도 아니었고, 훌륭한 남편(게이설이 있다)도 아니었고, 훌륭한 왕(해외에서 전쟁만 했다)도 아니었으나, 용감하고 빛나는 군인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니, 전쟁은 십자군에게 확실히 유리해졌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1세가 현재까지 불후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다른 이유입니다. 바로, 살라 to the 딘!



리처드 1세


사실 18 대 1과 같은 일반적인 싸움은 재미가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표팀이 치른 평가전, 특히 5:0 경기 같은 것은 얼마나 형편없었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용호상박 대결을 한 이탈리아 VS 한국 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근데 홍콩과 0:0으로 비긴 경기는 왜 재미가 없냐? 세기의 대결에는 늘 뛰어난 라이벌이 존재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파이터인 파키아오와 메이웨더의 엄청난 유명세에는 바로 상대방이 있었기 때문이죠. 속편을 망한다는 속설을 보기 좋게 깨트린 터미네이터 2의 성공 비결에도 아널드 형님보다 강렬했던 액체 금속 악당이 있었습니다.




사적으로 별 의미가 없고, 쓸데없는 희생만 있었던 3차 십자군 전쟁이 그나마 역사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절대 무림 고수 2명의 화려한 무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동시대 실력자가 만나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죠.





게다가 둘은 서로 전쟁터의 적이지만, 일반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에피소드를 잔뜩 남겼습니다. 잔혹이 판치던 중세에 안 어울리는 휴머니즘이었죠. 예를 들어, 리처드의 말이 전쟁터에서 죽자, 위대한 왕의 신분에 맞지 않게 땅(당시는 기병이 대우받았던 세상)에서 싸우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살라딘이 친히 부하에게 말을 리처드에게 가져다주라고 했을 정도.




두 사람의 대결은 어떻게 끝났을까?


자와 같은 용맹함을 내세워 리처드가 많은 전투를 이겼지만, home advantage를 가진 살라딘의 경험과 능력 또한 대단하여 전체적인 전쟁 살라딘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게다가 리처드 1세의 못난 동생 존이 그의 영토에서 반란을 일으켜서, 여유가 없었죠. '왕좌의 게임' 롭 스타크의 입장과 비슷했을 듯.


모든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정작 전쟁에는 지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예루살렘 재정복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리처드는 살라딘과 평화 협상을 체결합니다. 살라딘 역시 사자와 같은 리처드가 계속 남아있다가는 자신의 제국도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결과, 예루살렘은 살라딘이 소유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예루살렘을 어떤 위협 없이 안전하게 순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 예루살렘을 가보니, 종교 간 평화가 얼마나 지금도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절묘한 무승부 및 평화협정은 서로 주인공이었던 살라딘과 리처드 1세에게 하늘이 정해준 최고의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lion heart는 소수의 인원만을 이끌고 전쟁터를 마구 누비는 리처드 1세가 사자와 같은 용맹한 심장을 가졌다는 의미로 살라딘이 붙여준 별명.  

 



실 왕으로만 봤을 때, 리처드 1세는 0점에 가까운 왕이었습니다. 치세 내내 전쟁만 했던 왕이었으며, 왕의 가장 큰 임무인 자녀 출산 또한 소홀하여 결국 무능한 동생이 그의 후계자가 되었죠. 그 결과 잉글랜드는 프랑스에 있었던 영토를 모두 상실했습니다. 전쟁 경비를 위한 무거운 세금을 거두었고, 사실상 프랑스가 고향이라서 영어는 한마디도 못했죠.



그럼에도 리처드 1세에 대한 영국인의 사랑은 대단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전혀 기여한 것이 없었지만, 자랑스러운 영국인으로서 국회의사당에 위풍당당하게 그의 동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학창 시절이나, 영국이나, 역시... 싸움 잘하면, x나 멋있게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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