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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Mar 27. 2020

유럽의 아름다운 성 문화, 그리고 사랑

아름다운 별 모양 성은 수학때문이라고..

 보통 성이라고 하면, 발기찬 모습이 떠오릅니다. 일단 사이즈가 중요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빈약해 보이면, 성적 매력이 없어 보이죠. 들어가야 하는 곳은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곳은 확실히 나와야 비율적으로 보기에도 좋습니다.


 큰 돌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쌓아 올린 두꺼운 성벽 곳곳에 감시를 위한 높은 망루가 서있고, 성벽 주위를 흐르는 깊은 해자.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성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인도 자이푸르에 있는 성에서는 해자에 사는 악어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보기도 했었죠.



 물론 적의 침입 위험이 적은 곳에서는 작은 성도 존재합니다. 기능적으로 충실할 수 있으나, 너무 작으면 관광지로서 성(城) 적 매력이 떨어지죠. 그런 곳도 비싼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가 있는데, 경험상 피하면 됩니다. 내부는 더욱 볼 것이 없고, 그나마 외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멋있습니다.


유럽 사이프러스 파포스 해변에 있는 중세 성


 고구려 역시 웅장한 성을 잘 쌓기로 중국에서도 매우 유명했는데, 최근 개봉한 '안시성'을 보았으면 대략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연기도 엉성하고 국뽕 영화가 싫다면, 그럴 때는 '왕좌의 게임'을 추천합니다.



근데, 왜 성을 쌓았을까?


 을 막는데,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싫은 사람이 찝쩍거리면, 철벽을 치고는 하죠. 그 결과 적이 성벽에 오르지 못하도록 더 높이 쌓았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보듯, 수비하는 측의 가장 큰 문제는 식량 및 물 부족 사태.


 하지만 영화 속 내용은 극히 드문 케이스입니다.


 워낙 무능했던 국가의 안습한 왕 시대라서 가능했습니다. 보통 그와 같이 중요한 성은 포위 공격에 장기간 버틸 수 있도록 완벽히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함락까지 몇 년이 걸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제풀에 지쳐 공격 측은 철군하죠.


당시 난공불락 티레 성을 손쉽게 점령한 천재, 알렉산더


 물론 섬에 위치한 티레 성을 가볍게 점령한 알렉산더 대왕도 존재하지만, 항상 천재들은 예외. 혹, 편견으로 모든 성을 그렇게 쉽게 함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천재에게 대단한 실례입니다.


3중 성벽과 그 구조

서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성은?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로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년의 세월 동안 그 유명한 3중 성벽을 통해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는 했습니다. 1453년 오스만에게 점령당하기 전, 수없이 많은 적이 수도까지 쳐들어 왔지만, 결국 모두들 통곡의 벽에 무릎을 꿇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비잔틴 제국의 역사가 천년..


 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땅굴을 파기, 제일 약한 성문 공략, 성벽만큼 탑을 세워 대등한 높이에서 싸우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 가짓수가 많이 없다 보니, 방어 측에서도 이러한 뻔한 공격에 대한 매뉴얼을 잘 알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은근 책략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넘게 지속된 포위 속에서도 굳건했던 트로이를 멸망시켰던 건, 아킬레우스의 무력이 아니라 바로 오디세우스의 목마 트릭이었죠.


 기즈칸의 몽골군이 짧은 시간 동안 거대한 영토를 점령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바로 성을 잘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유목민은 초원에서 싸우는 전투에 강하지만, 전통적으로 문명의 상징이었던 성에서는 많이 고전했습니다. 그래서 만리장성을 세웠죠.


 몽골군이 중앙아시아, 유럽 등을 폭풍처럼 점령한 것에 비해, 중국 점령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많은 성을 쌓아 적을 막았던 중국과의 전쟁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몽고의 바그다드 점령


 그러나 오랜 전쟁을 하는 동안, 전쟁 기계답게 적응 완료! 어느새 성 점령 전문가가 된 그들 앞에 이슬람이 쌓은 성 따위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었습니다. 몽골 군대는 심지어 썩기 시작하는 시체를 성 안으로 던지는 화생방 전투를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폭죽으로만 쓰던 화약을 무기로 사용했죠. 원래 화약은 중국 금나라에서 무기화되었습니다. 이를 적극 수용한 몽골군은 어느새 화약 무기 전문가가 되었고, 세계 정복에 큰 기여를 했죠.      


 서히 화약이 전 세계에 퍼지고, 화약을 이용해 대포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천 년 동안 난공불락을 자랑했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었습니다. 통곡의 벽인 3중 성벽을 공략하고자, 거대한 우르반 대포가 사용되었죠. 아직 부족한 기술로 인해 완전히 식은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제한이 있었지만, 길이 8 m, 무게 19톤의 거대한 대포는 그 파괴력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꾼 무기

 성벽을 힘들게 넘을 필요 없이, 성벽을 부수면 끝입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더불어 전쟁의 방법 또한 크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의의가 있기 때문에, 중세의 종말이라고도 하죠.

 

비잔티움 공략 시 사용한 대포


 높기만 한 성벽은 강력한 대포의 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했습니다. 대포에 맞아서 성벽의 일부가 자칫 부서지기라도 한다면, 성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죠. 대포알 또한 돌이지만,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가진 대포가 가만히 서있는 성벽을 결국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의 전술이 달라졌으니, 수비의 전술 또한 적극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하겠죠?


 그 해결책이란..?


 바로 부드러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나무라도, 결국 바람 앞에서 힘없이 부러지지만, 갈대는 바람을 부드럽게 극복합니다.


 그 결과... 중세 성은 대단히 위압적이고 삭막하게 보이지만, 그 이후 만들어진 성은 마치 동화 속 성이라도 되는 듯 매우 아름답습니다. 적을 막으라고 세운 성이지만, 자칫 건축가가 본분을 잊고 풍경 좋은 곳에 별장이라도 느낌입니다.


아니, 공금을 사적 유용이라도 했니??


 

 삭막한 전쟁터에 아름다움 있는 건 건축가의 뜻인가, 아름다움의 의지인가.. 워낙 잘 계획된 정원과 비슷하다 보니, 대부분 관광객은 이곳이 전쟁터의 성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우리 편견 속에 있는 중세의 거대한 성은 대부분 그 흔적만 일부 남아있을 뿐, 현재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성은 사진과 같이 별 모양의 성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도시의 확장 등으로 성벽 안에 있는 여러 건물들은 사라졌지만, 성벽의 흔적만큼은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죠.


예쁘니까~!


에스토니아 쿠레사레 성


 하지만 예쁜 것과 별개로, 적을 잘 막을 수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확실히 포스는 떨어지죠. "과연 이곳을 점령할 수 있을까?"와 같은 두려움을 적에게 주지 못할 듯합니다. 성벽이 너무나 낮기 때문에 존 윅 한 명만 있으면 순식간에 담을 넘을 듯하기 때문이죠.


 성벽이 낮은 만큼, 투석기로 바위를 날리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별 모양 성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른바, 외유내강 스타일이죠. 약 15세기 후반부터 전쟁의 양상이 또 달라지는 나폴레옹 시대까지 오래도록 유럽 표준 성 모델이 됩니다.


부드러움이 강한 이유?


 본의 아니게, 아름다운 성으로 변신한 이유는 대포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당시 초기 대포는 평사포. 평사포란 포탄이 거의 직선과 비슷하게 날아간 무기입니다. 야구로 따지자면, 죄다 내야수 글러브에 잡힐 정도의 낮은 각도로 날아간 직선타.



왼쪽부터 평사포, 곡사포, 박격포


 마찬가지로 당시 평사포 또한 성벽의 낮은 부분만 맞추었을 뿐, 성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야구 초기에도 공을 띄우는 자체가 매우 드물었다고 하죠. 성벽이 높을 이유가 없습니다.


역시, 중요한 건 길이가 아니라 두께!


 대신 대포의 충격을 버텨내면, 충분했습니다. 성벽은 더욱 두꺼워졌고, 같은 이유로 경사지게 설계했습니다. 입사각 기준으로 두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바위는 너무 단단하기만 할 뿐 충격 흡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신 벽돌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산성인 화성도 동일한 이유로 벽돌을 사용했죠.


 그 결과, 낮고, 두껍게 축성된 별 모양의 성벽은 대포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생각 외로 약했던 중세 성벽과는 달리, 외유내강이었던 것이죠.


몰타 섬 성벽을 공략하는 오스만 군, 하지만 실패하다

 설사 바깥 성벽이 부서져도 내부에 또 다른 성벽이 있기 때문에, 공격 측은 뚫기가 결코 쉽지가 않았습니다. 대포가 효과가 없다면, 보병은 어떠했을까? 거대한 해자로 인해, 접근부터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야하는 게 보병 군인이기도 합니다.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엄폐물을 방패 삼아 조금씩 전진을 해야 하지만, 별 형 요새에는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사각 공간도 사라졌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반원 탑으로 보강된 과거 성벽은 옆쪽에서 직접 사격을 해도 닿지 않은 공간인 'Dead' zone이 있어 몸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별 스타일 성은 정교한 수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 'Dead' zone이 없습니다.


중세 시대 성벽과 별 형 스타일 성벽 차이


 결국 기다리는 건, 개죽음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중세 성벽과 달리 별형 성벽의 수비군은 측면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예뻐야 돼,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예쁜 별 모양 성을 보고 있으면, 영화 '친절한 금자 씨'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철저한 실용성을 추구했는데, 어느 순간 예뻐졌기 때문이죠. 지금도 눈에 거슬리는 공간을 없애고 숨기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결과 멋지고 아름다운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또한 새삼스레 우리나라의 국방력 또한 우려됩니다. 수많은 수포자 때문이죠. 예초 전쟁은 수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벽 설계 외에도, 기하학의 아버지 아르키메데스는 로마군이 그의 고향을 공격하자, 수학을 이용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서 방어했습니다.


태양 반사 공격!

 정면 승부로는 도저히 노인네 1명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이 술에 취한 틈을 이용해 성을 겨우 함락시켰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그 순간에도 수학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를 알아보지 못한 병사(왠지 수포자라 몰랐을 듯)에게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당시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소문이 난 나치의 암호 해독기, 에니그마를 푼 사람도 수학자 앨런 튜링이었죠. 그 덕분에 나치의 사전 계획을 미리 알 수 있었고, 전쟁도 더 빨리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수학 교육 현실은 난감합니다. 징병제 국가에서 수포자가 많아질수록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 더 수포자가 많아지기 전, 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강력했던 별 형 스타일 요새도 대포가 발전함에 따라 무용지물이 됩니다. 직선타만 날리던 대포가 어느덧 홈런을 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곡사포가 등장하죠.


 공을 띄워서, 수많은 수비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외야로 날려 보낸 것입니다. 낮은 성벽은 이제 독이 되었습니다. 또한 신기술로 인해 대포의 파괴력 역시 더욱 강해졌습니다. 성벽으로는 도저히 적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전쟁은 갈수록 거대해지며, 더 이상 작은 성 따위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http://naver.me/xaydUsph


 수십만 명의 인원이 하나의 전투에 참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는 생산이 제한되었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폭탄을 무한정 생산 가능(링크 참조) 시대입니다! 이제는 어떤 벽도 뚫을 수 있죠.


 이제는 갈대보다 더욱 연약한 물질이 강력한 폭탄을 막기 위해 사용됩니다. 바로, 흙! 땅을 파서 만든 참호가 돌이나 벽돌로 만든 성벽보다 포격을 더욱 잘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전쟁 영화 속에서 참호가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강해봤자, 땅, 즉 지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이제는 핵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흙, 아니 지구가 견딜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인류가 현재 보유 중인 막대한 핵무기라면, 충분히 지구를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돼지스러운 미치광이가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지 않은지 초조하게 기도만 해야 할까? 이에 대응하는 방어 도구는 있을까?


 그동안 보았듯, 늘 언제나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깁니다. 강력한 핵폭탄에 맞서, 우리에게도 최종 병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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