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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Jun 24. 2020

강국 프랑스는 왜 힘없는 수탉을 상징으로 삼았지? 1편

한국의 상징으로 호랑이가 적절?

시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의 모습이 연상이 되나요? 개인적으로 토끼의 모습과 제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일제 시대 일본 학자의 주장에 그 기원이 있다보니, 우리 스스로 강하게 그런 주장을 부정하고 있죠.


대신 한 마리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뭔가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



아마도 '호랑이 닮은 한반도' 주장에는 허약할 대로 허약한 한민족이 제발 정신 좀 차려서 호랑이와 같은 기상을 떨쳤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겠죠? 하지만, 단군 신화에서 보듯, 우리 민족은 곰과 더 친숙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우린 엄연히 곰의 후손..


일제의 '한반도 토끼 모양' 주장에 대한 반발로 호랑이가 국민 의식 깊숙이 들어온 지는 비교적 최근. 그 후, 88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로 호돌이가 선정됨으로써 결정적으로 이러한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족보도 없는 놈


라의 상징이지만 정작 남한에서 호랑이가 멸종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과연 호랑이는 우리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적합할까? 맹수의 제왕 호랑이처럼, 우리는 제왕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가? 이웃 나라 눈치를 하염없이 보는 것이나,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제대로 된 펀치조차 날리지 못하고 계속 맞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와 가장 닮지 않은 동물이 호랑이가 아닐까 하는데...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어린 시절 보았던 비디오테이프 경고문에서 보듯, 오히려 두려움의 존재이었습니다. 물론 국토의 70%가 산지인 만큼 과거 엄청난 호랑이가 살았고, 두려움이 경외심으로 바뀌어 산신령으로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닮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역사적 측면'으로 살펴보았을 때 역시, 특별한 연결 고리는 찾을 수 없죠. 



리나라 뿐만 아니라, 은근 호랑이와 같은 '국가적 상징 이미지'와 '실제 국가 이미지' 차이가 큰 나라가 많습니다. 


미국만큼 하늘의 제왕이라고 하는 독수리와 잘 어울리는 나라가 없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나라가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멕시코, 알바니아와 같은 나라는 독수리보다 오히려 다른 조류가 더 잘 어울릴 듯한 게 사실입니다.


음.. 알바니아는 차라리 병아리가 더 낫지 않아?



참고로, 국가적 상징으로서의 독수리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서양 강대국들 사이에서 차례대로 승계된, 나름 유서 깊은 동물! 


즉, 서양 제국의 상징이 바로 독수리


그 시작은 로마 제국으로,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살아남은 동로마 제국은 한층 발전시켜 머리가 두 개인 쌍두독수리를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자, 그 정신적 후계자라 오버하는 러시아 제국 역시 쌍두독수리를 선택했습니다.


현재의 러시아에도..

서로마 제국이 멸망 후 생긴 신성 로마제국의 상징 역시 독수리. 그리고 그 유명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황제 자리를 세습하고 나서부터는 신성로마제국의 상징 역시 쌍두 독수리로 바뀌었습니다. 동로마 계열과는 검은색이라는 차이점이 있죠.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가문의 유명한 검은 쌍두 독수리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유명한 독수리는 바로 '제3제국'이라고도 하는 히틀러의 나치 문장입니다. 다행히 역사 책에서 분량만큼은 확실한 서양 제국들의 오랜 상징이라는 역사성 덕분에 사실상 금기시되는 나치의 또 다른 심볼인 '卍' 자와 달리,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수리 상징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근데 제3제국의 독수리가 제일 간지난다......






데, 토끼 닮았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까요? 왜 우리는 항상 멋있고 강한 이미지의 동물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모두에게 딱히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이러한 우리의 편견을 교묘히 비꼬고 있습니다. 동물 관련 애니메이션 특유의 클리셰, 즉 대형 맹수가 늘 주인공, 리더로 나오는 공식을 무참히 깨는 것이죠. 


영화 속 세계는 서로 잡아먹지 않고 육식, 초식 동물 모두 인간 사회처럼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그럼에도 극 중 초식동물들은 무의식적으로 덩치 큰 육식 동물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고 있죠.    


그로인해 갈등 시작..


사회 또한 시장, 경찰, 마피아 부하와 같은 힘쓰는 직책은 모두 물소와 같은 거대 동물들 차지. 민주주의국가가 아닌가 보다, 아무래도 대형동물은 표심에서 토끼와 같은 동물에 밀릴 텐데..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마피아 보스로 나오는 쥐 또한 이러한 편견 때문에 삐뚤어진 게 아니었을까?


바로 동물 고유의 편견 때문.


주인공 토끼는 경찰학교 수석 출신임에도 토끼 특유의 이미지로 인해 주차 단속이나 하고 있죠. 또한 츤데레 '닉 와일드'는 잔꾀가 많다는 여우 특유의 편견으로 인해 사회가 안 좋게 보자, 아예 사기꾼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나무늘보는 그런 스트레스를 시속 185km로 폭주하며 겨우 해소할 정도...



화 주토피아는 늘 주인공을 도맡은 사자, 호랑이 대신 작고 연약하게 보이는 동물로도 충분히 멋진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줬습니다. 동물의 약육강식 사회와 달리, 인간 사회는 힘(물론 지금도 중요하긴 하다) 외에도 싱가포르, 바티칸처럼 얼마든지 소프트파워로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자, 호랑이 대신 이제는 다른 동물도 상징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남자에게 토끼라고 하면 상처받지만, 예로부터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었습니다. 나름 좋은 뜻입니다. 그래서 잡지 플레이보이의 상징도 토끼가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토끼가 상징인 나라는 없습니다.



국의 호랑이는 역사적인 연관성보다는 닮고 싶은 면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지만, 한반도 특성상 호랑이처럼 강한 힘을 추구할 수조차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이조차 한국의 상징으로서 실격인 셈이죠. 


오히려 '여우 같은 곰', 즉, 주변 국제 정세를 절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여우의 잔꾀를 가진, 한편으로는 일희일비 따위에 잔꾀를 부리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우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곰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곰이 더 우리의 상징으로 알맞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우리는 웅녀의 자손이기도 하니까


"이런 여우 같은 곰을 봤나"




쉽게도 21세기에도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힘세고 강한 이미지의 뽀대나는 동물을 그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도 무식하게 힘센 게 자랑인가? 대부분 국가가 힘의 질서가 중요했던 시기에 그 뿌리가 있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상징은 바로 사자.


아르메니아, 벨기에, 불가리아, 잉글랜드, 에티오피아, 이란, 케냐, 코딱지만 한 룩셈부르크, 모로코, 쥐똥만 한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가 어울리지도 않는 사자를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English Premier League의 상징이 사자인 것도, 리그가 치러지는 잉글랜드의 상징이 사자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쓰는 영국(United Kingdom)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모두를 포함한 국가를 말한다



론 호주의 귀여운 캥거루처럼 그 나라에서만 사는 특이 동물이 상징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힘 대신 풍부한 생산력(토끼), 혹은 똑똑함(돌고래)와 같은 평화적 상징을 가진 강대국은 (제가 아는 한) 단 한곳만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유일한 예외인 나라는 어디일까? 사자, 독수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프랑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프랑스의 상징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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