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이 사라질 뻔했던 밤
비가 내리던 밤, K씨는 골목 끝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뺏긴 건 없었지만,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았다. 불법체류 3년. 선불유심 하나에 모든 삶이 걸려 있던 시간.
그날의 접촉사고는 작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소란과 눈빛 앞에서 그는 얼어붙었고, 뒤엉킨 말들 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그렇게 ‘도주치상’이라는 이름이 그의 삶에 붙어버렸다.
1. 영장이라는 그림자
경찰은 그의 사정을 듣지 않았다.
‘불법체류 → 도주 가능성 높음’
그 단순한 공식만으로 영장이 청구됐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유도, 병원과 행정절차 사이를 오가다 시간이 뒤틀린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영장 나오면… 나, 끝나는 겁니까?”
K씨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 순간 변호사는 모든 기록을 펼쳐 들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제대로 이야기할 차례예요.”
출입국 절차, 보호시설 수용 가능성, 실제 도주의사 부재.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추듯 변호사는 사건의 흐름을 재정렬했다. 판사는 조금씩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드문드문 끄덕였다.
2. 진짜 난관, ‘나이롱 피해자’
하지만 영장보다 더 어려운 건 합의였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실제 증상보다 과장된 진단을 주장하며 연락을 피했다.
“합의? 그 사람은 더 받아야 돼.”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변호사는 직접 그를 찾아갔다.
낡은 골목, 오래된 주택.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몇 분의 침묵 끝에 문이 삐걱 열렸고, 차가운 눈빛이 그를 훑었다.
“과장된 부분은… 알고 계시죠?”
변호사는 준비해온 기록을 펼쳤다. 사고 이후 찍힌 일상 사진, 시간대가 맞지 않는 진단서.
말보다 기록이 먼저 상대의 방패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돈은 받아야죠.”
“받게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허구는 빼고, 사실만 남긴 채로요.”
긴 침묵 끝에 합의는 마침내 흔들렸다.
그리고 그날 밤, 마지막 확인 전화가 울렸다.
“그 조건이면… 합의하죠.”
3. 문이 열리는 순간
영장은 기각되었다. 도주의사는 없다는 판사의 결론.
재판은 집행유예로 끝났다.
K씨는 보호시설 조사를 마치고 몽골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던 날, 먼발치에서 어린아이가 그를 발견했다.
“아빠!”
그 한마디에 K씨는 거의 주저앉을 듯 흔들렸다.
그동안 닫혀 있던 문들이 마침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